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올림픽 ‘중복편성’ 막았지만 ‘질높은 중계’ 준비 부족

등록 2010-03-02 19:57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 획득 소식을 전하고 있는 <에스비에스>의 지난달 26일 8시 뉴스.    에스비에스 화면 촬영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 획득 소식을 전하고 있는 <에스비에스>의 지난달 26일 8시 뉴스. 에스비에스 화면 촬영
SBS ‘단독중계’ 득과 실
시청률 높아 흑자냈지만 월드컵은 적자 가능성 커
KBS·MBC와 협상 난항…“방통위 적극 나서야”




상업방송인 <에스비에스>(SBS)가 단독중계한 밴쿠버 겨울올림픽이 끝났다. 국내 처음으로 이뤄진 올림픽 단독중계에 대한 찬반 의견은 팽팽하다. 하지만 시청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미흡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에스비에스가 2016년까지 올림픽과 월드컵 단독중계권을 확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질 높은 시청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대한 공론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 채널 선택권은 확보…볼 권리는 침해 이번 겨울올림픽 기간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은 보장됐다. 과거처럼 인기 종목 경기를 여러 채널에 동시에 방송하던 ‘중복편성’ 문제도 어느 정도 사라졌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모든 채널에서 똑같은 방송을 안 한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말했다.

역대 겨울올림픽은 방송사당 인기종목 위주로 50시간 정도를 방송했으나, 에스비에스는 이번에 약 218시간을 중계에 배정했다. 노영환 에스비에스 홍보부장은 “이번엔 전 종목을 다 중계함으로써 중복편성, 전파낭비 지적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질 높은 중계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는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해설자들의 전문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자의 경우, 부정확하고 고함치는 듯한 해설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에스비에스의 준비 소홀도 지적됐다. 예컨대 경기 중계에 앞서 해당 경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설 방송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도윤 <문화방송>(MBC) 스포츠기획부장은 “점수를 어떻게 내고, 지금까지 선수들 기록은 어땠고 하는 등의 정보를 제공해, 특정 경기를 처음 보는 시청자도 쉽게 이해하도록 해야 하는데 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 ‘대박’난 에스비에스… 하지만 월드컵 땐 적자 가능성 에스비에스는 이번 단독중계로 회사 인지도와 이미지를 크게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시청률이 엄청났다. 시청률은 평일 기준 20~30%를 기록했다. 특히 김연아 선수가 출전한 피겨스케이팅 시청률은 40%를 훌쩍 넘어섰다.

이런 높은 시청률은 광고 판매 급증으로 이어졌다. 한국방송광고공사 집계 결과를 보면, 에스비에스는 올림픽 기간 17일 동안 모두 142억원어치의 광고를 팔았다. 올림픽 중계권료가 200만달러(약 24억원)였음을 고려하면 에스비에스는 무려 120억원 가까운 ‘대박’을 낸 셈이다.


하지만 이런 특수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문화방송 관계자는 “남아공 월드컵 때는 지상파 3사가 모두 중계를 한다고 해도 각 사당 150억원 정도의 적자가 날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단독중계 때는 적자규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스비에스가 2010년, 2014년 월드컵 중계권료로 치른 금액은 모두 1억4000만달러(약 1700억원)로 그 이전 두 번의 월드컵 중계권료(6000만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는 “에스비에스는 공영방송을 따돌리기 위해 막대한 중계권료를 지불해 국부 유출 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 자율경쟁보다는 보편적 시청권이 우선 전문가들은 단독중계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데는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이른바 ‘자율경쟁’의 논리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시청자들이 수준 높은 방송을 볼 권리를 박탈당하는 상황은 바꿔야 한다는 데는 같은 목소리를 낸다.

이진로 영산대 교수는 “앞으로도 단독중계가 계속된다면 방송사가 수익에 치중함으로써 국민의 시청권이 희생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실제 미국에서 이번 밴쿠버올림픽을 단독중계한 <엔비시>(NBC)는 광고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비인기종목을 인기종목 사이에 집어넣어 편집하거나, 지역에 따라 지연중계를 함으로써 시청자들의 불만을 샀다. 이 교수는 “돈을 내세운 경쟁이 아니라 공동중계를 하면서 선의의 콘텐츠 경쟁을 하고 방송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지상파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장 6월로 예정된 남아공 월드컵 중계권 협상도 난관에 부딪혀 있는 게 현실이다. 성회용 에스비에스 정책팀장은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이 방송통신위원회로 문제를 끌고 간 것은 협상의 의지가 별로 없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공동중계 성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은 중계권료를 나눠서 분담하겠다며 공동중계를 요구하고 있다. 김창룡 교수는 “방통위가 법에 정해진 대로 보편적 시청권 확보를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