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김재철 사장-방문진 ‘보도·제작본부장 진퇴’ 오늘 담판
피디수첩 진상규명위 등 노사 합의 안된 과제 줄이어
피디수첩 진상규명위 등 노사 합의 안된 과제 줄이어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과 노조 및 방송문화진흥회 사이 대립의 향배가 10일 오후 열리는 방문진 이사회 결과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이 윤 본부장 사퇴를 성사시키지 못하면 노조는 출근저지투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김 사장이 진퇴를 걸고 노조에 제시한 ‘황희만·윤혁의 보도·제작본부장직 사퇴’ 약속은 현재 방문진의 반발에 막혀 이행이 늦어지고 있다. 방문진의 황희만·윤혁 이사 선임은 엄기영 전 사장 사퇴의 결정적 이유가 됐었다. 김 사장은 4일과 6일, 8일 세 차례 방문진 이사회에서 황 본부장을 특임본부장으로, 윤 본부장은 자회사(문화방송 프로덕션) 사장으로 임명할 계획을 밝혔다. 방문진 여당 이사들의 불만은 사장 권한으로 가능한 황 본부장의 보직 변경보다 윤 본부장 사퇴 문제에서 특히 분출했다. 차기환 방문진 대변인은 “방문진이 본부장을 임명한 뒤 1년 임기로 온 김 사장이 방문진과 협의도 없이 노조에 윤 본부장 사퇴를 약속한 것은 방문진 권한침해”라며 “단체협약에서 노조의 국장 불신임 투표 조항을 개정하겠다고 밝혀 놓고 국장보다 높은 본부장 해임을 (노조에) 약속한 것도 면접 때 입장과 어긋난다”고 말했다. 여당 이사들의 ‘노기’엔 자신들이 임명한 김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친밀한 관계’를 믿고 방문진을 무시한 데 따른 반발심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차 대변인은 “1번부터 9번까지 김 사장이 (기존 입장과)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다”며 당혹감을 토로했다.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도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요새 속상해서 병이 났다”며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문화방송 사쪽은 10일 이후 김 사장의 의지가 결국 관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기화 정책기획부장(사쪽 대변인)은 “김 사장은 약속하면 지키는 사람이다. 윤 본부장을 자회사로 보내는 쪽으로 이행될 것”이라며 “2~3일 안에 정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홍재 여당 쪽 이사는 “우리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김 사장 안을 수용해서 우리 손으로 윤 본부장을 해임할 수도 없고, 윤 본부장이 사퇴서를 내면 수리하지 않을 수도 없다”며 “서로가 명예롭게 처리하는 것밖에 해법이 없다”고 밝혔다. 윤 본부장이 사퇴서를 내거나, 김 사장이 윤 본부장의 이사직을 유지하고 보직변경하는 선에서 타협을 모색하는 길뿐이란 얘기다. 본부장직 사퇴가 성사되더라도 노조의 앞날은 ‘첩첩산중’이다. 김 사장은 정권이 원하는 피디수첩 진상규명위원회 설치와 단협의 공정방송 담보 조항 개정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정상모 야당 쪽 이사가 “방송 독립의 본질을 훼손하는 피디수첩 진상규명위와 단협 개정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조가 합의해 아쉽다”고 말하는 이유다. 노조는 후임 보도·제작본부장으로 △정권에 줄 대지 않고 △공정방송 의지가 분명하며 △소통을 통한 민주적 리더십이 검증된 사람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이 8일 단행한 첫 인사는 “다시 총파업 국면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만큼 반대 여론이 높다. 연보흠 노조 홍보국장은 “지난해 명예퇴직 권고를 받은 사람과 후배들의 상향평가에서 최하위권에 머문 사람, 보도국 무능력자로 평가받던 사람 등이 지역사 사장으로 발령 났다”며 “본부장과 국장단 인사도 마찬가지라면 다시 전면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 사장은 면접 당시 밝혔던 지역 문화방송 광역화 의지도 인사발령에 강하게 반영했다. 마산문화방송과 진주문화방송에 김종국 본사 기획조정실장을 겸임 사장으로 발령 내며 두 곳의 통합을 공식화했다. 당장 진주문화방송 노조는 김 실장 부임을 막는 출근저지투쟁과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문화방송 밖에선 김 사장과 합의한 노조에 비판적인 여론이 적지 않으나, 사내 조합원들은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피디는 “해고·구속자라도 나오게 되면 이후 구성된 집행부의 투쟁은 해고자 복직과 구속자 석방에 집중돼 결국 회사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며 “두 본부장 사퇴를 마지노선으로 합의하는 것 외엔 대안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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