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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미디어전망대] ‘정권의 MBC 장악’ 외면하는 언론

등록 2010-03-23 17:58수정 2010-03-23 19:31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최근 한국 언론사에 기록될 만한 큰 사건이 하나 터졌다.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방문진) 이사장이 현 정권의 <문화방송>(MBC) 장악 과정을 아주 실감나게 폭로했기 때문이다. 그런 탓으로 청와대와 여권은 물론 정치권과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그것도 현 정권과 아주 가까운 동아일보사가 발행하는 자매지 <신동아> 인터뷰를 통해 드러났다는 점에서 더더욱 놀라운 바가 없지 않다. 당사자인 본인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기사가 부풀려진 내용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어쨌든 ‘설화’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청와대는 즉각 “그런 일 없다”고 반박했지만, 그걸 그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런 곤혹스런 일이 있으면 일단은 발뺌을 하고 보는 게 그간의 상례였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공영방송인 엠비시 인사가 정권의 개입과 압력에 의해 큰 영향을 받았다면 그것만으로도 중대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방문진은 1980년대 말 우리 사회의 민주화 과정에서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익기구이다. 이런 방문진이 정치권력과 손을 잡고 ‘청소부’ 역할을 할 사장을 들여앉히고, 그런 사장이 다시 ‘말 잘 듣는’ 간부들을 대거 지방사 사장으로 앉혔다면, 결과적으로는 국민의 방송을 권력에 상납한 것이나 다름없는 짓이다. 그것도 ‘조인트 까고 매도 맞고’ 식의 폭력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졌다니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일단 이사장 수준에서 한 말이니 진실을 분명히 가릴 필요가 있다. 김 이사장의 사퇴로 얼버무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이미 방문진이 엄기영 전 사장을 몰아내다시피 하고 신임 사장을 들여앉히는 일련의 과정에서부터 권력의 개입을 의심할 만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새 사장 취임도 하기 전에 속전속결로 이루어진 지방사 사장 인사 역시 공정성과 객관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했고 외부 입김이 작용한 흔적 또한 역력했다. 공개적인 청문회나 국정조사 등을 통해 당연히 진실을 가리고, 공영방송에 대한 정권의 개입이 있는 경우,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중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런데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한 가지 더 이상한 게 있다. 우리 언론의 보도 자세에 관한 것이다. 지금 엠비시 관리·감독기관의 수장이 스스로 정권에 의한 공영방송 침탈을 자백(?)했는데도 국내 주요 언론사들은 왜 이리 조용한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동아일보>는 자매지가 ‘특종 중의 특종’을 했는데도 이 큰 사건을 마치 소 닭 쳐다보듯 그렇게 소극적으로 다루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신동아> 보도의 실질적인 저의가 진실을 밝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 허가되는 종편 방송채널을 따내기 위한 권력 압박용이라는 일부 언론의 의혹 섞인 보도가 그래서 더 신뢰가 가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같은 방송사가 바로 눈앞에서 거의 ‘겁탈’을 당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세상이 온통 난리인데도, <한국방송>(KBS)과 <에스비에스>(SBS)는 마치 먼 나라 외신 보도하듯 관련 소식을 찔끔 흘리고만 있다. 특히 같은 공영방송이자 늘 ‘국민의 방송’이라는 한국방송은 이 나라의 공영방송이 정치권력에 의해 철저히 유린을 당하고 있다는데도 거의 모르쇠 수준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 방송의 엄연한 현실이고 한심한 수준이다. 그런 탓인지 대통령의 독도 발언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봉하고 있다.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고쳐주지 않으면 더 심해질 중증인 것 같다.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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