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상반기안 업체 선정 고려”
종편에 황금채널 주려는 수순 의혹
종편에 황금채널 주려는 수순 의혹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새 홈쇼핑 채널 허용 방침을 공표했다. 방통위가 신규 종합편성채널에 ‘황금채널’을 부여하기 위한 본격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8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세미나에서 “홈쇼핑 문제를 상반기 안에 매듭지어 업자를 선정할까 생각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정부·여당 언론법 강행처리 위법성 결정 직후 기자회견(10월30일)에서 “기존 홈쇼핑 채널을 중소기업 희망대로 운영할지, 그것이 안 되면 새로운 채널을 만들지 연구해서 발표하겠다”고 밝힌 지 5개월여 만이다. 최 위원장은 기존 홈쇼핑의 중소기업 기여도를 높이는 방법이 아닌 새 홈쇼핑 추가 허용을 택한 까닭은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새 홈쇼핑은 중소기업과 농수산 업계가 결합한 컨소시엄에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새 홈쇼핑 채널이 주목받는 이유는 종편 도입과 홈쇼핑 추가 허용이란 정부의 채널정책 재조정 과정에서 ‘종편 황금채널(지상파방송 인접 채널) 부여’가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홈쇼핑 허용과 동시에 ‘채널연번제’(같은 성격의 채널끼리 묶어 배치)를 도입해 지상파방송 사이에 배치된 기존 홈쇼핑 채널과 묶어 뒷번호대로 옮기고, 해당 번호에 새 종편을 넣는 방식이다. 굳이 연번제를 시행하지 않더라도, 채널 접근성이 높은 지상파방송 번호 대역 앞뒤(서울의 경우 13번 이후와 6번 이전)에 종편과 새 홈쇼핑을 넣어 좋은 채널을 보장해 주는 것도 가능하다. 한 케이블방송사 이사는 “종편에 황금채널을 주기 위한 논거로 활용하기 딱 좋은 게 홈쇼핑 추가 도입을 통한 채널연번제나 채널 재조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채널연번제의 경우 기존 홈쇼핑이나 홈쇼핑 채널사용료로 수입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스오)한텐 엄청난 타격이다. 홈쇼핑 업계 한 관계자는 “홈쇼핑에게 채널은 절대적이다. 8번과 10번을 주로 사용하는 씨제이(CJ)홈쇼핑이나 지에스(GS)홈쇼핑 수익을 다른 홈쇼핑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채널 프리미엄 때문”이라며 “종편 도입으로 인한 홈쇼핑 채널 조정 가능성은 우리에겐 매우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때맞춰 공정거래위원회와 방통위가 협력해 판매수수료 부당인상 등을 홈쇼핑 재승인 심사 기준에 넣는 방안(지금까지는 권고 사항)을 추진중인 점도 주목 대상이다. 방통위는 최근 실시한 에스오와 피피(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간의 불공정거래 실태 조사 결과를 재허가 심사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종편 도입 국면에서 경제논리가 아닌 외부의 손이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업계의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허용은 대통령 공약 사항이므로 꼭 종편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면서도 “홈쇼핑 도입을 통한 채널 재조정으로 종편에 좋은 채널을 주는 방안이 시도될 가능성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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