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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기고] 언론자유가 언론기업의 자유인가

등록 2005-06-14 09:15수정 2005-06-14 09:15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그런데 보고 싶은 대로만 아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신문법과 언론피해구제법을 상대로 <조선일보>가 제기한 위헌소송이 그렇다.

수법부터 치졸하다. 신문기업 경영인들의 이익단체에 불과한 세계신문협회 오라일리 회장대행의 입을 빌려 신문법이 위헌적이라고 잔뜩 분위기를 잡은 다음 헌법소원을 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심판 청구서와 증면에 그래픽까지 동원해 자사의 헌법소원을 소개한 기사에 배어 있는 단견에 있다.

첫째, 언론자유를 마치 신문기업의 자유인 양 호도하고 있다. 최소한 그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미디어의 자유는 언론기업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며 여기에는 “기업에 대한 보호도 포함”한다는 인식이 기조를 이루고 있다.

언론자유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존재한다. 국민에게 정보를 속속들이 제공해주기 위해 언론은 모든 제약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과거에는 정부가 언론자유의 공적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언론의 기업적 속성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다. 언론자유가 시민의 자유가 아닌 언론기업의 자유로 변질되는 경향을 바로잡자는 것이 신문법의 취지다. 헌법재판소도 1992년 판시를 통해 영향력이 큰 신문사가 언론자유의 개념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이를 오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둘째, 여론 다양성에 대한 피상적 이해다. 신문이 일개 기업이 아닌 언론이기 위해서는 여론 다양성의 의미와 가치를 옳게 헤아려야 한다. “신문 다수가 각각 독자적인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쪽짜리 진실에 불과하다. 여론 다양성 명제는 가만히 두어도 할 말 다 하고 그 말이 전파될 통로를 갖고 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이 여론시장을 장악해 소수 목소리가 구조적으로 주변화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고안되었다.

영향력을 먹고 사는 언론이기에 여론시장을 지배하려는 시도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게 현실화된 시장은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기 쉽다. 더욱이 특정 신문이 손대야 뉴스가 되는 비정상적 여론시장이 정언유착과 경품 등의 불공정 요소로 구축되었음은 이미 만천하에 드러난 사실이다. 그런데도 “과점 신문의 시장점유는 그 자체가 여론의 왜곡을 야기하는 악”이란 시각이 문제라니?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그것이 불공정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사고”도 잘못이라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구태다.

<조선일보>의 헌법소원은 원론적이고도 자명한 이치를 외면하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아마도 참여정부와 여당, 시민단체에 대한 불신이 보는 눈마저 사시로 만들었나 보다. 언론자유를 언론인, 나아가 국민의 것으로 되돌려주고 시장을 정상화해 서로 다른 의견이 공존하는 기틀을 마련하자는 것은 시민사회와 언론계의 오래된 요구였다. 이들의 합리적 의견을 입법에 반영하는 것은 국회의 책무다. 실제로 언론관련법은 여야 합의로 통과된 것이다.


신문법이 1980년 신군부의 언론기본법을 빼닮았다는 대목에서는 숨이 막힌다. 제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신문 본래의 책임을 선언적으로 명시한 것과 신군부의 언론말살 정책을 동일시한 발상 자체가 기이하다. 그러니 논리적이어야 할 심판청구서에 ‘특정 신문 죽이기’라는 견강부회가 수미일관하게 관통할 수밖에.

시대가 변하면 지식의 내용도 달라진다. 새로운 앎으로 충전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래야 온전한 눈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다. 새로운 신문법 시대에 <조선일보>를 위한 고언이다. / 김재영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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