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소주’ 2돌 성과와 한계
보수언론의 왜곡보도에 분노한 촛불시민들이 밑불을 지핀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 새 언론소비자운동의 씨를 뿌린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언소주) 카페(cafe.daum.net/stopcjd)가 오는 31일 개설 2돌을 맞는다. 2년간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본다.
■ 성과와 탄압 왜곡언론을 바로세우겠다는 평범한 시민들의 ‘바위치기’ 위력은 컸다. 광고불매 운동에 돌입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아 업체들의 조중동 광고 철회가 잇따랐다. 당시 보수신문은 최대 하루 평균 20개면까지 감면 발행을 했다. 이에 “언론권력의 성역을 깬 사실상 최초의 시민운동”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언소주 운동은 막연하게 알고 있던 조중동의 왜곡 실체를 일반 시민들이 광범위하게 알게 된 기폭제가 됐다”고 짚었다.
그러나 위력의 반작용 또한 컸다. 누리꾼들은 보수언론 공세와 정권의 모진 탄압에 맞서야 했다. 보수언론은 인터넷 포털 다음에 카페 폐쇄를 요청한 데 이어 조중동 기사 다음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지면에서 “소비자운동을 넘어서는 범법행위” “얼굴 없는 테러”라는 경고도 이어졌다. 이런 압박은 오히려 누리꾼을 결집시켰다. 언소주는 한달 만에 회원 5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조중동에 화답한 정권의 탄압이 누리꾼 ‘손발’을 묶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광고주 목록 게시물 삭제 명령, 검찰의 누리꾼 기소, 지난해 2월 광고불매운동에 대한 1심 유죄판결 등은 ‘광고주에 전화를 거는’ 기존 운동방식을 위축시켰다.
언소주는 지난해 6월부터 최대 광고주인 삼성제품 불매운동에 주력하고 있다. 조중동 광고 편향이 심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자체집계한 불매운동 성과는 104억원이다. 김성균 대표는 “앞으로 왜곡신문의 종편 진출에 결합하는 기업의 제품 불매운동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 작은 차이 큰 갈등 2008년 8월 오프라인 언론운동단체로 전환하고 조직력을 다듬었지만, 초기 폭발적 힘이 가라앉으면서 운동 방향, 절차상 문제 등 내부 잡음이 일었다. 지난해 3월 상근자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의견충돌은 내분 사태를 키웠다. 회원 38명의 제명으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200명 가까운 회원들이 ‘활동 정지’라는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고 문제제기를 했던 회원들 다수가 주장했다. 이들 중 일부는 ‘행동하는 언론소비자 연대’라는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언소주 경인본부장으로 활동하다 제명당한 김용수(아이디 민주프로슈머)씨는 “김성균 대표가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회원들을 징계했다”며 제명당한 회원 22명과 함께 김 대표를 상대로 제명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바른말 하면 ‘너는 삼성 프락치다’ 하면서 글을 못 쓰게 했다”며 “언소주 내의 언론통제와 허위사실 유포가 조중동이 사실을 호도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분노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특정회원의 개인 명예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중앙위 임시총회에서 정당한 절차를 거쳐 제명을 했는데, 이에 경인본부 쪽의 집단 반발로 갈등이 깊어져 그렇게(무더기 제명) 됐다”며 “(언소주) 존립을 위해 책임자로서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언소주 감사위원장이 제기한 김 대표의 회계비리 의혹도 내분을 키웠다. 외부감사 결과, 개인통장 사용 등 몇몇 규정은 어겼지만 공금유용이나 횡령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앙금은 끝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제명된 회원 고소로 회계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다.
초대 카페지기인 이태봉씨는 “다른 시각에서 본다는 이유로 초기 열성회원들이 무더기 징계당하면서 감정적 대립이 커졌다”며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지 못하는 풍토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연우 교수는 “신명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작은 성과를 만들어가는 행동조직으로서 방법론을 더 고민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초대 카페지기인 이태봉씨는 “다른 시각에서 본다는 이유로 초기 열성회원들이 무더기 징계당하면서 감정적 대립이 커졌다”며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지 못하는 풍토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연우 교수는 “신명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작은 성과를 만들어가는 행동조직으로서 방법론을 더 고민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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