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규모 파업 왜?
“방송을 멈추고 케이비에스를 바꾸겠다.”(1일 파업결의문)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KBS) 본부(새 노조)의 파업 이유가 집약된 한마디다. 파업결의문은 “상식이 거부당하고 영혼이 짓밟히는 일터를 다시 살리고자 파업에 나섰다”고 했다.
새 노조가 내건 파업 목표는 ‘단체협약 쟁취·조직개악 분쇄·공영방송 사수’다. 단체협약은 노동조건 및 노조 위상 확보뿐 아니라 공정방송 견인의 교두보란 점에서, 세 목표는 씨줄과 날줄로 연결돼 있다는 게 노조 판단이다. 새 노조 태동 자체가 비판적 프로그램 폐지와 보복성 인사, 조직개편 등을 거치며 현 정부 들어 가속화돼온 한국방송의 ‘추락’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구성원들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11월 김인규 사장 퇴진 총파업 투표 부결 직후 기존 노조로는 사쪽을 견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들이 새 노조 분화의 계기로 작용했다.
한 기자는 “케이비에스 기자로서 취재하면서 부끄러웠다. 기자가 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며 “새 노조 파업은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도록 하는 단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900여명 조합원이 방송에서 손을 뗀 것은 ‘파업하지 않고는 한국방송의 공정성·신뢰도를 회복할 수 없다’는 절박함의 표현인 셈이다.
새 노조 인정에 인색한 사쪽 태도도 파업 돌입에 주된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2월 말 새 노조의 단협 교섭 요청에 응하지 않던 사쪽은 올해 3월 남부지방법원이 노조의 단체교섭 응낙 가처분 신청을 인용 결정한 뒤에야 교섭에 임했다. 지난달 30일 최종 결렬될 때까지 노사는 24차례의 교섭을 벌였으나, 노조 전임자 인정과 공정방송위원회 설치 등 핵심 쟁점 대부분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쪽은 교섭 과정에서 노조가 설치한 천막을 강제철거해 노조를 자극하기도 했다.
파업 돌입 뒤에도 사쪽은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안전관리팀은 1일에 이어 2일에도 노조원의 사내 진입을 원천봉쇄했다. 노조는 2일 셔터가 내려진 신관 건물 앞에서 400여명이 모여 결의대회를 열었다.
한상덕 한국방송 홍보국장은 “공정방송위원회는 기존 노조와 하고 있는데 따로 둘 필요가 없고, 케이비에스 공정성이 떨어졌다는 새 노조의 주장에도 근거가 희박하다”며 “이번 파업이 실질적으론 조직개편 반대와 인사 문제를 건드리고 있어 명백한 불법파업”이라고 밝혔다.
강동구 기존 노조 위원장은 “노조를 설립한 노동자가 단협을 따내기 위해 하는 파업은 당연하다”면서도 “그 외엔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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