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김미화 프로’ 무단침입 “채수창 인터뷰 대본 내놔라”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던 일”

MBC 노조, 책임자 처벌 촉구

현직 경관이 <문화방송>(MBC)의 라디오 생방송 스튜디오에 무단으로 들어가 담당 피디에게 방송을 앞둔 인터뷰 질문지 제출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9일 문화방송 노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정보2분실 박아무개 경위는 지난달 28일 라디오 프로그램인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생방송 직전인 오후 6시께 스튜디오에 들어와 당일 인터뷰가 예정된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의 인터뷰 질문지를 요구했다. 채 전 서장은 이날 경찰 수뇌부의 실적주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직위해제 당했다.

박 경위는 앞서 5시55분께 담당 피디에게 전화를 걸어 채 전 서장 출연 여부와 시점을 물었다. 담당 피디가 전화를 끊은 뒤 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땐 박 경위가 이미 와 있었다. 담당 피디는 박 경위의 요구를 거절했고, 이후 담당 부장이 박 경위를 밖으로 내보냈다.

문화방송 한 피디는 “담당 피디가 방송 후 연락하겠다고 했는데도 박 경위는 허락을 구하지 않고 출입금지 구역인 스튜디오에 무단으로 들어왔다”며 “피디가 위압적이라고 느낄 정도였다”고 전했다. 문화방송 노조는 “경찰이 생방송 스튜디오에 무단으로 침입해 인터뷰 대본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일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문화방송 라디오 피디들은 9일 긴급 대응책을 논의한 뒤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면서 △서울경찰청장의 공개 사과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문화방송 사쪽도 입장문을 내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경찰 책임자 공식 사과와 관련자 문책을 요구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담당 피디와 통화가 안 돼 직접 찾아가 내용을 물어본 게 본의 아니게 물의를 빚게 됐다”며 “언론사 상대의 정보수집이라 매우 정중하게 물어본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이문영 석진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