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20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이 방영을 보류한 피디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의 방영을 촉구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영화감독 정지영씨,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시민들 “진실 은폐말라” 반발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의 자충수인가? 김 사장의 피디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 방송보류가 오히려 4대강 사업 의혹을 키우면서 ‘4대강 대치 전선’을 격화시키고 있다. 의혹 확산을 막기 위한 의도가 정반대의 결과를 빚고 있는 셈이다.
후폭풍의 근원지는 피디수첩 ‘방송내용’이 아니라 ‘방송보류 그 자체’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20일 “피디수첩을 보려고 텔레비전 앞에서 기다리던 시청자들이 ‘무엇을 봤다’가 아니라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에 피디수첩이 더 큰 위력을 떨치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최근 이포보·함안보 농성과 피디수첩 사태로 여론이 들끓으면서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병국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한나라당 의원)이 19일 <평화방송>에 출연해 “이런 것들이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된다”며 김 사장의 ‘악수’에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언론장악 저지’와 ‘4대강 사업 반대’란 별도 의제를 두고 따로 움직였던 시민사회단체들도 피디수첩 사태를 계기로 하나로 결집하고 있다. 언론·환경·종교·노동·농민·교육·여성·문화·청년·지역 등 전 분야를 망라한 단체들이 23일 문화방송 앞에서 ‘4대강 진실 은폐 규탄, 피디수첩 방영 촉구 국민대회’를 연다. 야6당도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20일 밤 서울 광화문 덕수궁 앞에 모여 피디수첩 방영과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이세걸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김 사장의 피디수첩 방송보류가 오히려 4대강 사업 의혹을 키워 시민사회의 대응도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로 4대강 사업 문제가 다시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사업 중단 요구와 정부 비판 여론이 국정감사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진정될지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지는 김 사장이 다음 주 방송 여부를 두고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김 사장이 시민사회 전체가 결집할 수 있는 폭발력 큰 뇌관을 던졌다”며 “끝내 방송을 내보내지 않아 제작거부 등의 충돌이 발생하면 국민의 분노가 거리로 터져나오면서 사태가 커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시민들의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트위터로 방송보류 소식을 접한 300여명이 17일 밤 문화방송 앞에서 촛불집회를 연 이후, 시민들은 문화방송 안팎의 진행과정을 트위터로 실시간 전파하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다음 아고라’에선 피디수첩 방영을 촉구하는 100만 서명운동(17일 시작해 20일 현재 4만여명 참여)이 진행중이다. 누리꾼들은 서명 의견란에 “엠비시는 사장 개인의 것이 아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등의 글을 올리며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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