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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 큐릭스 편법인수’ 실태

등록 2010-10-15 19:38

서울서부지검 수사관들이 지난 13일 태광그룹의 모회사인 태광산업㈜의 서울 장충동 본사 사옥에서 압수수색을 벌인 뒤 압수물품을 트럭에 옮겨 싣고 있다.  신소영 기자 <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서울서부지검 수사관들이 지난 13일 태광그룹의 모회사인 태광산업㈜의 서울 장충동 본사 사옥에서 압수수색을 벌인 뒤 압수물품을 트럭에 옮겨 싣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06년12월 의결서 “2년안 방송법 개정돼 태광서 지분 살것”
주식옵션계약서엔 태광이 나서 ‘법시행령 개정 해결’ 요구
3년여에 걸친 태광그룹의 치밀했던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큐릭스’ 인수 과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태광그룹의 비자금이 방송법 시행령(1개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방송권역 소유 제한) 개정 로비에 사용됐다는 의혹 입증에 검찰이 수사의 초점을 맞추면서다.

큐릭스 인수를 꾀하는 태광에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얼마나 절실했는지는 군인공제회의 제1014차 이사회 심의 의결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군인공제회는 소유권역 제한으로 태광이 큐릭스홀딩스(큐릭스 대주주) 지분을 바로 인수하지 못하자 ‘파킹’(주식 분산 감추기)을 통한 ‘편법보유 통로’를 제공해준 기업이다.

군인공제회 이사회가 2006년 12월19일 의결한 ‘큐릭스홀딩스 지분인수(안)’을 보면, “현행 방송법상 태광그룹은 추가적인 유선방송사업자 직접 인수(가) 곤란”하다고 적고 있다. 이 문건은 “현재 태광그룹(티브로드)은 14개 권역(18.2%)에서 (종합유선방송사업을) 운영중”이며 “큐릭스는 6개 권역 운영업체로 태광그룹이 큐릭스홀딩스 지분 100% 인수시에는 20개 권역으로 방송법 위반”이라고도 밝혔다. 당시 방송법 시행령은 에스오가 전국 77개 권역 중 15개 권역(20%) 이상 초과해 겸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다.

실제 군인공제회 심의의결서는 당시 정부와 정치권에서 진행되던 규제완화 움직임(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6년 11월1일 국회 정책공청회 결과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도 시행령 개정에 찬성)을 소개하며 시행령 개정이 임박했음을 전하고 있다. 이 문건은 개정 방송법 시행령이 효력을 발휘하는 시점을 2008년 하반기로 예측하며 “법 개정을 통한 권역규제 완화로 2년 내 (태광그룹 계열사인) 태광관광개발에서 큐릭스홀딩스 지분 매수(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태광그룹은 투자자들이 큐릭스홀딩스 지분을 인수하게 한 후 방송법 개정시 투자자들의 지분을 직접 인수”할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결국 2006년 12월 군인공제회와 여신 전문 금융회사인 한국개발리스(현 한국개발금융)는 큐릭스홀딩스의 지분 30%를 각각 460억원(15.3%)과 440억원(14.7%)을 주고 인수한 뒤, 2년 이내에 태광관광개발에 옵션을 붙여 되팔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큐릭스홀딩스와 체결했다.

같은 달 21일 군인공제회와 태광관광개발 사이에 작성된 ‘주식옵션계약서’를 보면, 군인공제회에 유리하게 작성됐다. 태광관광개발이 1년 이내에 주식을 사가면 군인공제회에 10%의 이자를, 1년 이상 2년 이내에 되살 경우 12%의 이자를 지급하도록 했다. 지분 매각 때 증권거래세 0.5%(2.8억여원)도 태광 쪽에서 부담한다는 내용이다. 태광이 법 개정 후 직접 인수할 것을 염두에 두고 불리한 조건을 감내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계약서엔 “군인공제회가 ‘풋옵션’(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 계약) 행사통지를 할 때 태광이 방송법 법령상의 규제로 대상 주식을 적법하게 취득하기 곤란한 경우 풋옵션 종결일까지 관련 법령 위반사유를 해소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태광이 직접 나서서 시행령 개정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요구를 계약조건에까지 포함시켰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시행령 개정에 가속도가 붙은 건 이명박 정부 출범 뒤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정부 출범 후 총리실 국정과제에 포함됐고, 2008년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지난해 3월 터진 티브로드의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사건은 며칠 뒤 예정된 방통위의 ‘티브로드홀딩스 큐릭스홀딩스 합병 의결’을 타깃으로 한 로비란 지적이 일었으나, 방통위는 두달 뒤 “문제없다”며 합병을 승인했다. 또다른 방송계 관계자는 “티브로드는 오랫동안 큐릭스 합병을 위해 방통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일상적인 로비를 펼쳐 왔고, 성접대 사건은 그 한 예가 발각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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