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한 거미줄 인맥-실시간 소통 앞세워
독자·시청자들이 뉴스 생산자로 탈바꿈
언론사 중심에서 개방형 미디어로 전환
독자·시청자들이 뉴스 생산자로 탈바꿈
언론사 중심에서 개방형 미디어로 전환
소셜미디어가 미디어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현대 ‘미디어 지형’은 직업 기자를 둔 전문 언론사 중심의 폐쇄적 구조에서, 일반인들의 광범위한 소통을 기초로 한 ‘개방형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로 급변하고 있다. 무선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기술혁명의 필연적 결과다.
특히 미디어로서 트위터의 힘은 기성 언론이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무한 증식하는 강력한 정보 전달력에 있다. 21일 현재 국내 트위터 사용자는 180여만명(‘트위터 한국인 인덱스’ 통계)이다. 트위터 방문자 수도 지난해 9월(‘코리안클릭’ 통계 78만여명)부터 올해 9월(640만여명)까지 1년 동안에만 10배 가까이 늘었다. 소수 취재원의 고급 정보에 뿌리를 둔 언론의 영향력은 ‘집단지성’이 만들어내는 광범위한 여론 흐름 앞에서 서서히 잠식되고 있다.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약진은 트위터가 만든 투표참여 열기에 힘입은 바 컸다. 지난 7월 전세계 가입자 5억명을 돌파한 페이스북도 끈끈한 네트워킹 구축을 통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에 큰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셜미디어가 촉발한 ‘뉴스 수용 양태’ 변화도 미디어 패러다임 전환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정보와 여론 확산에 강점을 지닌 트위터의 속성은 ‘독자와 시청자’로 머물던 시민들을 ‘적극적 정보 생산자’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6일 발표한 ‘트위터의 정치사회적 영향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보면, 트위터 이용자 42%가 자신과 다른 이용자들이 직접 작성하거나 ‘리트위트’한 글을 중심으로 ‘직접 소통’하며 선거 정보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44%의 이용자들은 기존 언론사나 정치인과 정당 누리집 및 포털 뉴스 사이트에서 생산된 ‘간접 정보’를 얻었다. 트위터 이용자 절반이 기성 언론에 의지하기보다 스스로 정보를 만들어내는 ‘적극적 미디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뉴욕대학의 클레이 셔키 교수가 지난해 5월 서울디지털포럼에서 뉴스미디어의 변화를 세 단계로 압축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디어가 독자에게 뉴스를 제공하는 단계’→‘개인들이 거꾸로 미디어에 말을 하는 단계’→‘독자들이 다른 독자에게 직접 말을 하는 단계’로 진화하며, 독자와 시청자가 굳이 언론이란 매개자 없이 정보 제공자와 직접 소통하는 시대가 코앞에 닥쳤다는 것이다. ‘정보 제공자’(취재원)-‘정보 생산자’(언론)-‘정보 소비자’(독자·시청자) 간의 장벽이 허물어지며 ‘3위1체’ 현상까지 나타나는 형국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생산과 유통 구조의 민주화’가 권력 분산과 다원화를 촉진시킬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송경재 경희대 교수는 “소셜미디어 전 단계 땐 인터넷이 이슈를 폭발시켰어도 결정적 담론 정리는 기존 언론이 맡았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등장 이후 인터넷 이슈를 다루는 언론의 역할은 트위터 등에서 유통되는 팩트를 전달하는 것으로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독점적 지위를 잃고 있는 기성 언론이 소셜미디어 등장을 위기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직업 기자의 취재력에 광범위한 시민의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결합하면, 기존 언론의 인적·물적 제약을 극복하는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설진아 방송대 교수는 “세계가 점점 전문화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직업 기자들로만 감당할 수 없는 사회가 되고 있다”며 “곳곳에 포진한 시민 전문가와 얼마나 발 빠른 네트워킹을 해낼 수 있는지가 향후 한국 언론의 생존을 판가름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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