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업무보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가운데)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를 하려고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왼쪽은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방송통신 광고시장 확대’ 파장‘소비자 오도’ 의약품광고 등에 무대책
광고총량제·중간광고, 시청권 외면
“사회적 공론화 작업도 안거쳐” 비판
광고총량제·중간광고, 시청권 외면
“사회적 공론화 작업도 안거쳐” 비판
한 마디로 몽땅 쏟아냈다. 1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시킨 ‘방송통신 광고시장 확대방안’에선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선정 ‘초읽기’에 들어간 방통위의 다급한 속내가 역력히 읽힌다.
방통위가 업무보고에서 밝힌 2015년 광고시장 목표치 ‘국민총생산(GDP) 대비 1%’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신규방송사업자 허용 방침을 밝힐 때마다 공언해온 수치다. ‘1% 고지’를 목표로 내건 방통위의 내년도 업무보고엔 오랜 기간 논란 속에서도 도입을 결정하지 못했던 정책들이 사전 의견수렴 없이 대부분 포함됐다.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을 통한 2채널 광고 축소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뾰족한 ‘종편 먹거리’ 마련 방안을 찾지 못한 방통위가 동원할 수 있는 ‘방송 광고시장 확대 카드’를 모두 풀어놓은 셈이다. 최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광고파이 확대 방법이 없어 걱정”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방송광고 금지품목 규제완화는 방통위가 종편 광고 지원용으로 던질 수 있는 ‘마지막 패’로 여겨져왔다. 사회적 논란과 우려가 워낙 컸던 탓이다. 방통위는 의료기관 및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전문의약품을 광고금지 품목에서 해제해 광고시장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전문의약품 중엔 사후 피임약이나 발작성 천식약처럼 시급한 복용이 필요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를 오도하는 의약품 광고를 규제하는 사전 제도 정비는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12월 ‘국내결혼중개업’의 방송광고를 허용해 ‘종편 물적 토대 확보’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광고금지 품목 완화에 물꼬를 튼 바 있다.
광고총량제와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도 시청자 편익을 고려치 않은 대표적 정책이다. 과거 정부들은 방송사업자들의 지속적 요구에도 시청자의 시청권 보장을 위해 둘을 금지해왔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공공성 약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방통위가 사회적 공론화 작업도 거치지 않은데다, 구체적 추진방안과 세부 로드맵을 갖추지 않아 매우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종편 몰빵 지원’에 반발할 지상파 및 기존 유료방송사업자들을 염두에 둔 정책들까지 뒤섞이다보니, 향후 국내 미디어 생태계는 ‘피튀기는 생존경쟁’만 난무할 가능성이 커졌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는 “방송의 공적 책임을 고려할 줄 모르는 방통위는 사업자가 원하는 대로 들어주는 게 방송정책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나, 환자 몸 전체에 미칠 영향은 생각지 않고 몸에 좋다는 약을 있는 대로 투약하면 간·위·심장 모두를 병들게 한다”며 “방통위의 업무보고대로라면 향후 한국 방송시장은 공공성은 안중에도 없는 상업주의가 판을 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통위 업무보고가 현실화되더라도 광고시장이 확대될 것인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 광고시장 규모를 좌우하는 내수시장이 국내의 경우 전체 매출의 50% 안팎으로 추가 광고 수요 창출엔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국내 광고매출 총량은 1990년대말 지디피 대비 1%에 근접한 후 계속 하향 추세로, 산업구조 자체가 이미 광고비를 퍼부으면 매출이 늘어나는 상태를 벗어났다”며 “방통위 정책이 장기적 선순환 효과를 낼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문영 김정필 기자 moon0@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