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삼씨
‘기자님 기자새끼’ 펴낸 이석삼씨
20년 넘게 지역언론사 기자로 일했던 이석삼(50·사진·전 <경인일보> 기자)씨가 18일 고단한 일상과 지역언론의 뜨악한 속살을 파헤친 <기자님 기자새끼>(고려글방)를 펴냈다.
그는 경기 양평 주재기자로 일하던 당시 “숙소 겸 사무실에서 혼자서 자다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두번 한 게 아니었지만 두 아이들 때문에 버텼다”고 했다. 영세하지만 지역언론인으로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청춘을 바친 그를 죽음의 문턱까지 몰아간 것은 무엇일까?
우선 기자에게 광고 수주와 신문값(지대) 수금 업무를 부담시키는 지역언론사의 구조가 문제라고 했다. 시·군지역 주재로 일할 때 2007년 이후에만 4억원어치의 광고를 수주했다는 그는 “2009년 뒤에는 그나마 광고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미수금이 많다’는 이유로 1년이 넘도록 한푼도 주지 않아 아내 몰래 수천만원을 대출해 살았다”고 털어놨다. 또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850부 이상을 유지하라고 지시하고는, 유가부수 300부 외에 나머지 무가지 550부에 대한 신문값을 주재 기자에게 부담시키기도 했다.
‘지역발전에 이바지하고 회사에 충실하겠다’는 그의 다짐은 근무지가 바뀔 때마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렸다. 2007년에 이어 지난 1월 ‘지대 미수금 미해결’을 이유로 두번째 대기발령을 받았던 그는 최근 끝내 자동 면직됐다.
“광고와 판매는 물론 회사 이벤트 행사의 티켓 판매원 등으로 내몰리다 보니 공무원들이 앞에서는 ‘기자님’ 하지만, 뒤로 돌아서면 ‘기자 새끼’라고들 했다”며 “그때마다 가슴이 찢어졌다”고 말했다.
자식과 후배들에게 당당한 ‘아빠’이고 ‘선배’이고 싶어 책을 냈다는 이씨는 “정론직필의 기자로 살려고 몸부림치는 많은 지역언론인들이 희망을 지닐 수 있도록 언론 환경이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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