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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4년, 합의제 실종·TK 편중인사로 ‘사조직화’

등록 2012-01-24 21:21수정 2012-01-24 21:53

퇴진 압박받는 최시중
위원장 입맛대로 정책 결정
위원들은 문구 수정에 그쳐
민주적 합의 구조 사라져
최시중 고향 TK출신들 요직
상명하복 팽배, 공공성 뒷전
사무처 기능도 유명무실화
“문제는 사조직화된 ‘최시중의 방통위’에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그의 ‘양아들’로 불리는 정용욱 전 방송통신위원회 정책보좌역의 비리 의혹과 방송장악 책임론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방통위 안팎에선 합의제 위원회가 사실상 위원장의 사조직으로 전락한 것이 이런 사태를 부른 주요한 배경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옛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합쳐진 방통위는 50조원이라는 거대한 방송통신시장을 주무르는 공룡 조직이다. 방송통신 인허가권과 재허가권, 공영방송 이사 선임권 등 방송통신업계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방통위는 방송통신정책의 큰 그림을 갖고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의 조정자가 돼야 한다. 하지만 권한이 최 위원장 한 사람에게 집중된 체제에서는 각종 이권을 관철시키려는 업계 로비가 활개칠 개연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최 위원장의 방통위 4년은 합의제라는 민주적 절차의 실종과 자기 사람만 심는 폐쇄적인 인사 방식, 사무처 기능의 유명무실화로 집약된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 합의제 실종 언론계는 1999년 사회각계의 대토론을 거쳐 만들어진 옛 방송위의 민주적 합의구조를 깨고 위원회가 권력화된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는 “방통위는 대국민 공공서비스기관임을 망각하고 민주적 합의제를 파기한 채 무소불위 권력기관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강대인 전 방송위원장은 “모든 문제는 위원장의 독임제 위주 운영방식에서 기인했다”며 “합의제 기능을 되살리려면 위원들도 주체적으로 의안을 발의하고 민감한 방송정책에선 격렬한 내부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여·야 위원 3 대 2 구조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의안 상정 전 위원들 사이의 충분한 토론이 이뤄지는 구조도 아니다. 정책 실무자들은 안건 상정 전에 위원장과 국장 선에서 주요 정책 조율이 거의 끝난다고 했다. 방통위의 한 직원은 “국장이 위원장에게 보고하면, 확정적 단계의 안을 위원들에게 공람시키고 위원들은 문구를 수정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사안마다 티타임을 갖고 합의를 도출하려 했던 방송위 시절과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 대구·경북라인 인사 최 위원장은 대구·경북 출신과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을 핵심 요직에 중용했다. 방통위의 다른 직원은 “방송의 공공성에 대한 철학과 능력보다는 위원장의 생각을 일사천리로 집행하는 충성도 높은 사람을 앉혀 측근 중심 운영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방통위 내부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운영지원과장을 거쳐간 4명은 모두 대구 출신이다. 종편채널 선정을 총괄하며 이명박 정부의 방송정책을 집행한 김준상 방송정책국장(대구 출생·서울대 정치학과)도 운영지원과장을 거쳤다. 최 위원장 모교인 대구 대륜고를 나온 오남석 전파기획관도 운영지원과장을 거친 핵심 측근으로 통신정책을 관장한다.


학연과 지연에 얽매인 인사는 정책의 불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조직 전반의 무력증을 키웠다. 방통위의 또다른 직원은 “정책에 반대 의견을 냈다간 한직으로 밀려나기 때문에 상명하복이 체질화됐다”며 “방송위 시절 같은 자유로운 의견 개진은 사라졌다”고 했다.

■ 사무처 유명무실화 방송통신계에선 정책보좌역 신설이 유명무실한 사무처 역할을 단적으로 드러낸다고 본다. 최 위원장을 3년6개월 동안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정씨는 업계의 민원창구 노릇을 하며 ‘방통위 황태자’로 통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씨의 입김이 워낙 세서 돈 들고 정씨만 만나면 다 된다는 말이 퍼져 있었다”고 말했다. 방통위의 한 직원은 “정씨 생각이 곧 최 위원장 생각일 정도로 속내를 나누는 사이였다”며 “(정씨가) 돈을 받았다면 (최 위원장이) 모를 리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전 위원장은 “방통위 안에 모든 기구가 있는데, 각종 로비에 취약한 정책보좌역 자리가 왜 필요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민희 전 방송위 부위원장은 “사조직화된 방통위가 수많은 방송통신사업자 이권다툼 속에서 헤매다 터진 게 정용욱 사건”이라며 “종편사업자 선정 과정,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이 과연 깨끗했는지 샅샅이 파헤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태희 방통위 대변인은 “굵직한 현안이 논란이 되면 사전 의견수렴을 충분히 했고, 결정을 내린 뒤엔 논란이 없었다”며 “합의제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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