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씨’ 김재철 사장, 1명 추가해고 등 ‘무더기 중징계’

<문화방송>(MBC) <한국방송>(KBS) <와이티엔>(YTN) 방송 3사 노조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방송3사 공동파업 출정식’에서 촛불을 들고 ‘사장 퇴진’을 외치고 있다. 김명진 기자 [e-mail]

기자회장 이어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도 해고
최일구 앵커 등 보직사퇴 간부들 5명은 정직
시민단체 “대주주 방문진 나서 사장 해임을”

한달을 넘어선 <문화방송>(MBC) 파업 사태의 파열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직 간부들의 사장 퇴진 목소리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김재철 사장은 거침없이 해고의 칼날을 꺼내들고 있다.

사쪽은 5일 보도국 보직사퇴 간부 5명과 노조 간부 3명의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을 해고했다. 최일구·김세용 전 앵커는 정직 3개월, 전 문화·국제·사회1부장은 정직 2개월, 김민식 노조 부위원장과 김정근 교육문화국장은 각각 정직 3개월과 2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전형적인 보복징계”라며 “매주 월요일마다 보복징계를 하겠다는데, 징계하면 할수록 회사에 대한 이탈자는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쪽의 강수에도, 파업 지지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이날 방송 전파를 내보내는 데 필수 인력인 티브이송출부장과 방송국 인사를 총괄하는 인력개발부장 등 보직간부 12명이 김 사장의 무더기 징계에 항의하며 보직을 사퇴했다. 이들은 “보직간부로서 역할을 계속해왔던 것은 공영방송 엠비시를 지키기 위해서였지 김재철 사장과 그가 만들어놓은 회사 체제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보직을 사퇴한 간부의 인사위 회부는 창사 이후 51년 동안 한번도 없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예능본부의 부장급 이상 간부피디 6명도 사쪽의 대응 자세를 비판하며 보직 사퇴를 예고했다. 이들은 “고소와 중징계 등 강경대응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며 “우리의 절박하고 간절한 충정이 외면당한다면 예능 보직 피디들은 제작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예능 쪽은 평피디 전원이 제작 현장을 떠났고, 보직 피디들이 공백을 메워 <위대한 탄생2> <주병진 토크 콘서트> <세상을 바꾸는 퀴즈> 등은 결방을 면했다.

김 사장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둘러싼 논란도 사쪽에서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면서 커지고 있다. 일본의 여성 미용전용업소에서 3차례 200만원을 결제한 항목에 대해 노조가 추가 해명을 요구하자 사쪽은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노조는 법인카드 의혹을 두고 6일 김 사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구성원들의 전방위 압박에도 김 사장이 자진 사퇴를 결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쪽 관계자는 “사장이 불공정 방송을 지시한 적도 없으며, 도덕적으로도 깨끗하다”며 “물러나면 이 모든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밀려서 물러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사쪽은 기자들의 제작거부는 ‘기획 파업’이며 노조의 파업은 ‘정치 파업’이란 입장에 변함이 없다. 사쪽은 지난 4일 “문화방송 곧 정상화하겠습니다”란 대형 걸개를 방송국 건물에 걸고 정면돌파 의지를 비쳤다.

문화방송 내부에선 대주주로 경영감독의 책임이 있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능본부 보직 피디들은 “엠비시의 관리감독 기관으로서 방문진은 더이상 방관하지 말고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이날 주문했다.

하지만 방문진 쪽 여당 이사들은 노조가 우선 파업을 풀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사회 여야 구도는 6 대 3이다. 차기환 여당 쪽 이사는 “방문진이 임명한 사장에 대해 노조가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하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법인카드 의혹엔 “파업이 끝난 다음 사실관계를 규명할 일”이라고 못박았다. 한상혁 야당 쪽 이사는 “엠비시에 사장 법인카드 내역을 요구하는 공식 문건을 이사장한테 전달했다”며 개인 유용 의혹이 있다면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7일 방문진 이사회가 예정돼 있다.

낙하산 사장 퇴출을 위한 시민사회 연대기구인 ‘공정보도 공정행동’은 이날 서울 여의도 방문진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의 눈치를 살피며 방송 장악의 들러리 노릇을 계속한다면 국민의 단죄가 방문진 이사들을 피해 가지 않을 것”이라며 “김씨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면 방문진이 나서 그를 해임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권귀순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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