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제작사협회 배대식 기획팀장
배대식 독립제작사협 팀장이 말하는 ‘종편 100일의 횡포’
4~6회만에 무더기 중단
제작사 초기 투자비 날려
계약서 없이 제작케 한뒤
비용 지급 않거나 후려쳐
강제 종영 프로 베끼기도
4~6회만에 무더기 중단
제작사 초기 투자비 날려
계약서 없이 제작케 한뒤
비용 지급 않거나 후려쳐
강제 종영 프로 베끼기도
“종합편성채널(종편) 개국 한달여 만에 25개 프로그램이 막을 내렸다. 종편 횡포에 외주제작사들이 빚더미에 나앉았다.”
시사·교양·다큐·오락 프로그램을 만드는 외주사로 구성된 독립제작사협회 배대식 기획팀장은 15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조기 종영 피해를 보고도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을’의 위치에 있는 군소 제작사의 힘없는 목소리를 전했다. 협회는 해오름프로덕션·코엔미디어 등 방송사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130여 외주제작사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12월1일 개국한 <티브이조선> <제이티비시> <채널에이> <엠비엔> 등 보수신문들이 대주주인 4개 종편채널은 지난 9일 출범 100일을 맞았다. 외주제작산업 활성화, 콘텐츠업체와의 상생은 보수신문이 종편을 따내려 내세웠던 명분이기도 했다. 이들 신문은 종편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콘텐츠 제작산업을 주도하겠다는 기사도 양산했다. 조·중·동 종편 준비팀은 지상파가 해온 것과 같은 불공정거래를 없애고 동반성장을 하겠다는 양해각서를 제작사들과 체결했다. 하지만 개국 100일이 지난 현실은 반대다.
배 팀장은 “개국 시점에 내보내는 프로그램이라 기대감을 갖고 제작사들이 길게는 지난해 초부터 준비했는데 (일부 프로그램은) 4~6회만 나간 뒤 중단됐다. 제작비는커녕 기획료, 세트비, 피디·작가 인건비 등 초기 투자비를 고스란히 날렸다”고 말했다. 한 제작사는 5천만원짜리 버스를 세트로 하는 이색 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 4회 만에 종영당해 600만원에 되팔아야 했다고 한다. 그는 “최소 투자비 회수 분기점인 6개월은 편성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배 팀장은 피해를 본 외주제작사나 종편 프로그램 이름을 밝히는 것을 극구 피했다. “알려지면 종편사한테서 2, 3차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종편의 ‘0%대 시청률’로 인한 피해를 외주제작사가 떠안았다고 밝혔다. 종편사는 시청률을 높여보려 편성을 수시로 바꿨다. 그는 “편성 시간이 이리저리 옮겨지다 보니 협찬이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고 했다. 한 제작사는 회당 3천만원씩 50회 동안 15억원의 협찬을 기업들한테서 약속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종편사 쪽의 들쭉날쭉한 편성으로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지 못하자, “협찬 효과가 없다”며 중단을 통보받았다고 배 팀장은 밝혔다.
제작사가 따온 협찬금에 대한 배분 또한 문제가 많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종편사가 유치한 협찬은 자기들이 100% 다 갖고, 제작사가 유치한 협찬은 10%만 나눠줬다.” 조중동이 불공정하다고 비판해온 지상파가 나눠주는 수준보다도 낮다고 했다. 지상파는 외주사가 따낸 협찬금에 대해 수수료 명목으로 15~25%를 제작사 쪽에 주고 그 나머지는 제작비에 보탠다.
그는 불공정 계약 관행 또한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계약도 없이 제작을 먼저 하게 하고 제작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후려치는 것이다. “계약서가 있어야 피해액을 산출하는데, 종영되는 시점까지도 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구두약속만 받고 추후 계약서를 작성하려고 하면 제작비를 후려친다. 그래도 갑의 위치에 있는 방송사가 내미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다.”
그는 프로그램을 강제 종료시킨 뒤 ‘포맷’(틀)을 베껴 자체 제작하는 일부 종편의 “악덕 상도의”도 비판했다. 그는 “포맷은 세트와 카메라, 방청객 등을 어떻게 배치할지 정해놓은 매뉴얼로 제작사의 지적 재산”이라며 “프로그램 포맷별로 회당 얼마에 거래되는 것인데, 포맷을 그대로 갖다 쓰는 건 상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종편 개국 석달여 만에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독립제작사협회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피해보상과 불공정 계약 개선을 촉구했다. 성명에서 제작사들은 종편사들의 횡포가 시정되지 않으면 집단피해소송과 제작거부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 팀장은 “아직까지 종편사에선 아무런 공식 답변이 없다. 광고가 안 들어와서 죽을 맛이라는 뒷얘기만 들린다”고 했다.
제이티비시 편성 쪽 관계자는 “개국 초반 윈윈하지 못한 점은 있다. 앞당겨 개국하는 바람에 프로그램 질이 담보되지 않았고 시청률이 기대치에 못 미쳐 광고 수주가 떨어지면서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재방송을 확대하는 악순환이 됐다”고 말했다. 윤석암 티브이조선 편성실장은 “우리는 100% 외주제작을 하고 있고, 외주사와 협력을 잘하고 있다”며 “조기 종영된 한 프로그램은 기획 의도와 달라 내렸고 (외주사에) 제작비용을 다 줬다”고 밝혔다. 글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암컷한테 거부당한 수컷 초파리 ‘에이 술이나 마시자’
■ 박근령 “자유선진당 출마…언니 박근혜에게 말 못해”
■ ‘야동’ 꼼짝마…피부색·신음소리 식별해 자동차단
■ 박주영, 2022년까지 병역 연기
■ 정치인들, ‘머리 나쁜’ 새 만큼만 따라 해라
한 외주제작사의 직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독립제작사협회 편집실에서 한 케이블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편집하고 있다. 독립제작사협회는 방송사에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급하는 130여 외주제작사로 구성됐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암컷한테 거부당한 수컷 초파리 ‘에이 술이나 마시자’
■ 박근령 “자유선진당 출마…언니 박근혜에게 말 못해”
■ ‘야동’ 꼼짝마…피부색·신음소리 식별해 자동차단
■ 박주영, 2022년까지 병역 연기
■ 정치인들, ‘머리 나쁜’ 새 만큼만 따라 해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