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문화방송 사장
방송에 나가지도 않았는데 3000만원 출연료 지급도
무용가 특혜 의혹에 “나는 국악 애호가”
무용가 특혜 의혹에 “나는 국악 애호가”
재일동포 무용가 정아무개(57)씨에게 수년 동안 거액의 특혜성 지원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이 정씨에게 몰아준 돈이 지난 7년 동안 20여억원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화방송은 심지어 방송이 되지도 않은 리허설(연습공연) 무대에만 출연한 ㅈ씨에게 수천만원의 출연료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문화방송 노조)와 사쪽의 말을 종합하면, 김재철 사장은 울산 문화방송 사장에 취임한 2005년부터 2012년 3월까지 7년 동안 정씨가 출연·기획한 공연 27건을 지원했으며, 지원 액수는 확인된 것만 16건에 모두 20억3천여만원에 달했다. 특히 노조는 정씨가 방송이 되지도 않은 리허설 무대에만 서고도 3천만원의 출연료를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7월27일 제주에서 열린 <세계 7대 자연경관 D-100일 선정기원 문화방송 특별방송>에서 행사 직전 제주문화방송 사장이 아이돌 그룹 공연 앞 부분에 정씨의 무용단 공연을 넣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담당 피디의 반대로 결국 정씨는 본공연 전 리허설 공연에만 출연했지만 3천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노조는 정씨가 기획사를 직접 차린 2008년 이후 정씨에 대한 문화방송의 지원 금액이 수천만원대로 크게 늘어난 점에 주목했다. 김 사장이 울산문화방송 사장이던 시절에는 정씨가 개인 자격으로 문화방송 공연에 출연해 수백만원의 출연료를 받았지만, 2008년 9월 청주문화방송 주최 <제1회 국궁 페스티벌>을 계기로 출연료가 수천만원대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 때부터 정씨가 만든 기획사인 ‘○○아트’, ‘○○○무용단’ 등을 통해 문화방송이 주최하는 공연을 거액의 ‘턴키’(일괄수주계약) 방식으로 수주했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정씨는 공연 예산의 상세내역을 아예 제출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하는 등 비상식적으로 공연을 수주했다”며 “특히 올 초 12억원짜리 대형 프로젝트인 <뮤지컬 이육사> 때는 정씨의 기획사가 사업자 등록도 돼있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노조는 정씨가 제출한 공연 기안서 금액이 상당 부분 부풀려졌다는 점도 확인했다. 국극 <사랑가> 출연자 ㅇ씨의 경우 기안서에는 300만원을 줬다고 돼 있었지만 실제 확인 결과 150만원만을 받았으며, ㅌ타악그룹 역시 900만원을 받기로 돼있었지만, 실제로는 280만원만 받았다는 것이다.
문화방송 노조는 ‘정씨가 최승희를 계승한 뛰어난 무용가이기 때문에 거액을 지불했다’는 사쪽의 주장도 반박했다. 노조 관계자는 “정씨가 수많은 공연의 전수자·이수자이긴 하지만 인간문화재로 등록된 건은 한 건도 없고, 스스로 밝힌 경력 가운데 상당수가 허위였다”며 “특히 최승희를 계승했다고 했는데, 북한에서 최승희의 제자 김해춘씨를 반나절 동안 만나 3시간 동안 춤을 배운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김 사장이 본사에 재임한 지난 2년 동안 법인카드 결제 내역을 분석한 결과, 정씨의 집 반경 3㎞ 안팎에 있는 식당과 술집에서 주로 주말과 심야시간에 162차례에 걸쳐 2500만원어치를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것은 김 사장과 정씨가 특수관계임을 증명하는 것으로, 김 사장은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대해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이날 ‘조합원들에게 드리는 편지’를 통해 “정 선생은 일본에 계신 동포 무용가 중에도 손꼽히는 분이며, 이 분의 역량과 경험, 행사의 성격을 두루 고려한 결과로 지원했다”며 “나는 신혼 초부터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 자연스럽게 국악 애호가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진숙 문화방송 기획홍보본부장은 “김 사장은 한 조직의 수장으로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회사를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에 법인카드를 그에 따라 사용한 것”이라며 “노조가 이미 제기된 의혹을 더욱 부풀려 계속 김 사장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사장이 정씨에 대한 몰아주기를 한 것은 명백한 특혜이자 공영방송인 문화방송에 대한 배임행위”라며 “특수 관계인에게 법인의 돈을 몰아준 행위는 중대 범죄인 만큼 즉각 구속해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를 대리하는 민주노총법률원의 신인수 변호사는 “지난 2년 동안 약 7억원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정씨에 대한 21억원 특혜지원, 특별채용한 정씨 오빠에 대한 4천만원 지원 등을 모두 합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바 있는 문화방송 노조는 배임액이 5억원이 넘기 때문에 형량이 높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추가 고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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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 노조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사옥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김재철 사장이 여성 무용가 정아무개씨에게 20억여원을 지원한 것을 풍자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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