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노조원들과 전국언론노조 지도부, 민주통합당 언론정상화특별위원회 소속의 임수경·최민희 국회의원 당선자 등이 지난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 장악 기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구독중지 부수 급증 등 징계사유
노조 “정수장학회 기사 게재 탓”
노조 “정수장학회 기사 게재 탓”
최대 지역 신문 <부산일보>가 편집국장에 이어 사회부장까지 징계를 추진하는 등 대주주인 정수장학회 문제를 공론화한 구성원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걸림돌이 될 정수장학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징계”라며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일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29일 부산일보 노사의 말을 종합하면, 사쪽은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 이정호 편집국장에게 두 차례 대기발령 징계를 내린 데 이어 지난 22일에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상민 사회부장에 대한 징계를 시도했다. 그러나 회의실 앞에서 사쪽 용역이 노조원들의 ‘채증사진’을 촬영하다 마찰이 빚어진 끝에 징계위는 일단 연기된 상태다.
사쪽이 편집국 간부들에 대해 내건 징계 사유는 △기사에 대한 불만으로 인한 구독 중지 부수 급증 △기자 이름 실명 게재 방침 위배(특별취재팀 운용) △기사 게재와 관련한 항명 등이다. 노조는 특별취재팀이 지난해 11월부터 보도한 정수장학회 관련 기사가 배경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2년 부일장학회 재산을 몰수해 설립한 5·16장학회가 전신으로, 부산일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2006년 이사장에서 물러났으나, 후임인 최필립씨는 박정희 정권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인사로 박 전 위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일보는 지난해 11월부터 정수장학회 사회 환원 운동을 집중 보도한 바 있다. 이 신문 특별취재팀은 부산일보 노사 갈등의 원인을 정수장학회와 관련지어 분석한 기사도 게재했다. 당시 김종렬 사장이 윤전기 가동을 막으면서 신문 발행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호진 부산일보 노조위원장은 “사쪽 주장으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기사 불만 때문에 신문을 끊은 독자가 581명이라고 하던데, 발행부수(19만~20만부)를 고려할 때 이를 문제삼는 건 침소봉대”라며 “결국 부산일보 안에서 성역으로 여겨지는 정수장학회 문제를 건드린 것이 진짜 징계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신 부산일보 총무국장은 “정수장학회와 징계는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노조가 자꾸 이 문제로 징계를 당한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사쪽은 이정호 편집국장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오는 6월 초 다시 징계위원회를 열 방침이다. 조 총무국장은 “이정호 편집국장이 물러난다면 고소·고발과 사회부장에 대한 징계 시도를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결국 이 문제를 풀 사람은 박 전 위원장인 만큼 ‘정수장학회와 부산일보는 나와 관련 없다’는 변명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근본적 해결책은 소유구조 개선이지만, 우선 부산일보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사장 선임에 정수장학회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민주적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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