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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피디수첩 작가 6명 해고, 프로그램 사망선고”

등록 2012-07-31 21:02

‘피디수첩’ 정재홍 작가
‘피디수첩’ 정재홍 작가
‘피디수첩’ 정재홍 작가
“한미 FTA·한진중·4대강 등
정부가 불편해할만한 주제
김재철 사장때 아예 못다뤄”
방송 4사 작가들 800여명
해고규탄·대체작가 거부선언
<문화방송>(MBC) <피디수첩>의 간판이었던 최승호 피디는 정재홍(45·사진) 작가를 “피디수첩의 역사를 함께한 인물”이라고 칭했다. 그럴 만도 하다. 정 작가는 1990년 5월 방송을 시작해 올해로 22년을 맞은 <피디수첩>에서 만 12년을 일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검사와 스폰서’ 3부작,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한 해군 장교의 양심선언­-나는 고발한다’ , ‘황우석 신화의 비밀’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주요 아이템 대본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그에게 피디수첩은 “그냥 프로그램이 아닌, 18년 작가 생활의 전부이자 삶 자체”였다. 2010년 2월 김재철 사장이 ‘낙하산’을 타고 문화방송에 오면서 그런 <피디수첩>이 망가져갔다. 그리고 결국 지난 25일, 그는 5명의 동료 작가와 함께 <피디수첩>에서 내몰렸다. 3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오피스텔에서 만난 정 작가는 “이번 해고 통보는 피디수첩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말했다.

“잘릴 수 있죠, 작가도…. 피디와 손발이 잘 안 맞거나 프로그램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하면 나가야죠. 그런데 피디들 전원이 반대하는데도 작가 6명이 모두 해고됐습니다. 해고사유도 못 들었습니다.” 그와 함께 해고된 동료들도 <피디수첩>에서만 4년 이상 일한 ‘프로’들이다. 가장 어렵다는 시사교양 작가, 그중에서도 가장 선망의 대상인 <피디수첩>에 입성하기까지 보통 7~8년이 걸리기 때문에, 모두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이들이다. “피디수첩을 제일 잘 아는 작가들을 내몰고 어떻게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건지…. 피디수첩을 버리겠다거나 혹은 아예 망가뜨리겠다고 작심한 것 아닌가요?”

이런 사태는 이미 예견됐었다. 2011년 김 사장이 시사교양국 국장과 부장을 교체하면서부터 <피디수첩> 제작진이 내놓는 아이템들은 줄줄이 거부당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대강, 한진중공업, 대북 경협 등 정부가 불편해할 만한 주제들은 아예 다룰 수 없었다. “처음엔 순진하게 ‘재미가 없다’고 하면 재미를 더해서, ‘취재가 부실하다’고 하면 취재를 보강해서 가져갔어요. 그런데 그들(간부들)은 처음부터 우리가 낸 아이템들을 방송할 생각이 없었던 거였죠. 제주 7대 자연경관 선정 문제였나? 나중엔 제가 보는 앞에서 기획안을 박박 찢어버리더군요.” 이우환, 한학수 등 베테랑 피디마저 좌천성 인사를 당하면서 <피디수첩>의 위기는 심화됐다.

문화방송 노조가 170일 동안 파업할 때 “프리랜서 주제”에 <피디수첩> 작가들이 다른 방송사 작가들까지 설득해 시사교양작가 명의로 지지 성명서까지 낸 것은 이런 배경에서였다. “문화방송이 그토록 오래 파업을 한 핵심적인 이유 중 한 가지가 피디수첩이었죠. 그래서 노조원도 아닌 우리 작가들에게도 파업은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었습니다.”

시사교양 작가들 중에 남자는 거의 없다. 박봉에 비정규직이니 ‘작가질’로는 가장 노릇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정 작가는 지난 12년 동안 작가들의 경제적·신분적 안정성을 끌어올리는 데도 힘을 써왔다. “문화방송에서 제 별명이 뭔 줄 아세요? ‘단 5만원만’이에요. 월급 협상 때 총대 메고 ‘1년에 단 5만원이라도 더 달라’고 요구해서요.”

이제 차원이 다른 문제에 직면한 정 작가는 “이번 사태는 언론탄압이자 노동탄압”이라고 규정했다. 문화방송을 비롯해 한국방송·에스비에스·교육방송 등 방송4사 작가 800여명은 이날 여의도 문화방송 사옥 앞에서 ‘작가 전원 해고 규탄 및 대체 작가 거부 결의대회’를 열어 <피디수첩> 대체 작가 보이콧을 선언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정 작가의 전화벨과 메시지 도착 알림음이 계속 울렸다. 그가 취재했던 ‘해군장교 양심선언’의 주인공 김영수 전 소령, 비록 방송은 못했지만 오랜 시간 연락을 주고받아 온 ‘비비케이(BBK) 가짜 편지’ 폭로 당사자 신명씨 등이 “힘내라”며 응원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런 메시지 보면, 제가 그래도 지난 12년 동안 열심히 했구나 싶어서….” 정 작가는 감정이 복받친 듯 말을 맺지 못하기도 했다. “끝까지 싸울 겁니다. 우리 밥줄이 아니라 작가들의 권익, 그리고 무엇보다 <피디수첩>과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

글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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