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표절·공금 유용 의혹에도
‘방문진 이사장 연임’ 비난 확산
청·여당, MBC 현체제 유지 뜻
김재철 사장 해임 불투명해져
“대선 공정보도 장담할 수 없다”
‘방문진 이사장 연임’ 비난 확산
청·여당, MBC 현체제 유지 뜻
김재철 사장 해임 불투명해져
“대선 공정보도 장담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동문이면서 같은 건설업계 출신인 김재우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지난 27일 연임에 성공하자 또다른 ‘오기 인사’, ‘묻지마 인사’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문화방송>(MBC)의 최대주주인 방문진을 이끌면서 김재철 사장을 비호해 온 김 이사장은 자신도 논문 표절과 공금 유용 의혹을 받지만, 결국 청와대와 여당이 방패 구실을 해준 셈이다.
전국언론노조는 28일 성명을 내 “김재우씨는 김재철 사장을 비호해온 언론 장악의 공범일뿐더러 공직자로서 최대 결격 사유인 논문 표절과 공금 유용 의혹까지 불거진 만큼 즉각 사퇴하라”며 “여야는 약속대로 김재철 사장을 조속히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문화방송 노조도 “김 이사장의 연임은 김재철 사장을 보호하라는 청와대의 특명에 따른 것”이라며 “국민의 뜻을 무시한 청와대 오기 인사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방문진 이사진은 전날 회의에서 “논문 표절 시비에 대한 단국대의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사장 선임에 대해 백지상태에서 다시 논의하자”는 단서를 달면서 김 이사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그러나 나흘 전 학술단체협의회가 그의 경제학 박사논문이 116쪽 중 66쪽에 걸쳐 표절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박사학위를 취소해야 한다”는 소견서를 냈는데도 단국대의 자체 조사를 기다리겠다고 한 것은 비난 여론이 잠들 때까지 시간을 벌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방문진 이사회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도 무시했다. 방문진 사무처가 국회에 낸 자료를 보면, 김 이사장은 2010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법인카드를 6499만원 사용했는데 휴일 사용액이 718만원에 달했다. 백화점에서 100만원씩 결제한 게 4건인데 이 중 3건은 휴일에 결제됐다. 문화방송 노조는 김 이사장이 고급 운동시설 등을 법인카드로 이용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방문진 이사회에서는 야당 추천 이사들(3명)이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서 연임 불가론을 폈지만 여권 추천 이사들(6명)이 표결을 주장해 김 이사장의 자리를 지켜줬다. <한겨레>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논문 표절에 대한 김 이사장의 생각을 들으려고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그는 “지금은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의 연임으로 그와 같은 ‘운명 공동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은 큰 원군을 얻었다. 방문진은 다음달 6일 회의에서 문화방송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김 사장의 법인카드 유용과 특정 무용가에 대한 특혜 제공 의혹을 따지는 진상조사소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또 매달 1회 열던 회의를 4회씩 열어 문화방송 정상화 대책을 논의한다는 방침이지만, 방문진이 김 사장을 비호한 전력과 이사장 연임 강행을 보면 엄정한 조사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8일 여야가 지난 6월 방문진을 통해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유도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는 민주통합당의 입장에 대해서도 “허위 주장”이라며 선을 그었다.
대선을 앞두고 방문진과 문화방송의 ‘김-김 체제’가 유지되면 문화방송의 공정성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방문진의 한 야당 추천 이사는 “이런 상황이면 김재철 사장 해임안을 제출한다 해도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대선까지 문화방송을 현 구도로 끌고가겠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뜻이 분명한 만큼, 대선 보도의 공정성 역시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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