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 선생 타계 2주기를 이틀 앞둔 3일 저녁 서울 견지동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관에서 ‘해직 언론인 복직 촉구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노종면 전 <와이티엔>(YTN) 노조위원장, 신홍범 전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리 선생 부인 윤영자씨.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리영희 2주기 ‘해직언론인 복직 콘서트’
문화방송 해직자 등 200여명 참석
70·80 선배들 경험 나누며 위로
“MB정권서 공영방송까지 타락” 꼬집어
‘잘못된 언론 지형 바로잡기’ 다짐
문화방송 해직자 등 200여명 참석
70·80 선배들 경험 나누며 위로
“MB정권서 공영방송까지 타락” 꼬집어
‘잘못된 언론 지형 바로잡기’ 다짐
“나의 글을 쓰는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것에서 그친다.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이성의 행위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리영희 <우상과 이성> 중에서)
리영희 선생(1929~2010)은 군사정권이라는 우상에 맞서 글이라는 이성으로 싸우다 1969년과 71년 <조선일보>와 <합동통신>에서 거듭 해직당했다. ‘원조 해직 언론인’인 리 선생이 해직과 투옥의 고난을 겪은 지 4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후배 언론인들의 수난은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해직당한 언론인이 24명, 징계를 당한 언론인은 500여명이다. 이런 현실 때문에 리 선생 2주기 행사는 ‘해직 언론인 복직 촉구 콘서트’로 진행됐다. 서울 견지동 조계사 불교역사문화관에서 3일 저녁 열린 행사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원로 해직 언론인을 비롯해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해직 언론인 선배님들은 무려 40년 가까이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계십니다. ‘새내기 해직 언론인’인 저는 이분들을 뵈니 힐링이 됩니다.” <문화방송>(MBC)에서 지난 6월 해고당한 최승호 피디가 ‘70·80 해직’ 선배들 앞에서 말문을 열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그러나 웃음꽃도 잠시, 원로 해직 언론인들이 해직 당시와 현재를 비교하며 “40년 전 군사정권과 이명박 정권은 다를 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분위기가 사뭇 비장해졌다. 1974년에 해직당한 신홍범 전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조선일보는 군사정권 아래 망가질대로 망가졌는데, 지금은 조선일보뿐 아니라 공영방송까지 자발적으로 타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0년 <경향신문> 해직자인 표완수 <시사인> 대표도 “엠비 정권은 군사정권 시절과 비슷하게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시민들도 깨어나 언론을 바꾸는 데 힘을 보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오늘의 리영희들, 그대의 자리는 ‘현장’”
원로 해직 언론인들은 당시의 생활고를 털어놓으며 후배 해직 언론인들을 걱정하기도 했다. 1975년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사건으로 해직된 성유보 희망래일 이사장은 “해직 이듬해인 76년 먹고살 길이 막막해 <월간 바둑>이라는 곳에 취직했는데 몇 달도 안 돼 사표를 내야 했다. 알고 보니 군사정권에서 ‘동아투위 관련자들은 일체 취업시키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다른 해직자들이 그랬듯 아내가 외판원으로 취직을 해 생계를 책임졌다. 이제 또 다시 일터에서 내몰린 후배들의 삶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리 선생의 부인 윤영자씨는 남편을 대신해 후배 언론인들을 위로했다. 그는 “남편이 살아 있다면 ‘정직하고 꿋꿋하게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고 조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좌담에서 후배 언론인들은 잘못된 언론 지형을 바로잡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한다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정영하 문화방송 노조위원장은 “파업을 하며 올 한 해 거름을 잘 뿌려놨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투쟁이 열매를 거둔다면 모두 국민들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직에 대한 강한 의지도 엿보였다. 황일송 전 <국민일보> 기자는 “이렇게 멋진 선배들이 40년 가까이 복직이 되지 않아 결국 각 회사의 언론관이 비뚤어졌고 강직한 기자들의 맥이 끊겼다. 반드시 복직해 회사를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해직 4년째인 이근행 전 문화방송 피디는 “내 마음에 물길이 있었고, 이런 시대라는 계곡을 만났다. 그러나 결국 나는 바다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행사는 뜨거운 열기 속에 애초 계획된 2시간보다 두 배 길어진 4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행사를 주관한 리영희재단은 이명박 정권에서 해직된 언론인 24명을 “이 시대의 리영희들”이라고 명명했다. 재단은 이들에게 ‘공정언론 지킴이패’를 줬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전여옥 “박근혜, 대통령 될 수도 되어서도 안된다”
■ 안철수 또 예상깨고 ‘지원방안 침묵’…‘안개행보’ 재개
■ 이정희 맹공에 박근혜 “네거티브 작정했나”
■ 문재인 특전사 본능? ‘아이 구출 사건’ 화제
■ 영화처럼…땅굴 파 73억어치 송유관 기름 훔쳐
■ ‘강남지구 마지막 임대아파트’ 1371가구를 잡아라
■ [한겨레 프리즘] ‘착한 불도저’ 박원순

■ 전여옥 “박근혜, 대통령 될 수도 되어서도 안된다”
■ 안철수 또 예상깨고 ‘지원방안 침묵’…‘안개행보’ 재개
■ 이정희 맹공에 박근혜 “네거티브 작정했나”
■ 문재인 특전사 본능? ‘아이 구출 사건’ 화제
■ 영화처럼…땅굴 파 73억어치 송유관 기름 훔쳐
■ ‘강남지구 마지막 임대아파트’ 1371가구를 잡아라
■ [한겨레 프리즘] ‘착한 불도저’ 박원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