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1가 전국언론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해직 언론인 13명이 노종면 전 와이티엔 앵커의 사회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체 해직자 15명 중 국외 체류 중인 현덕수 전 와이티엔 노조위원장과 부산에 머물고 있는 이정호 부산일보 전 편집국장만 참석하지 못했다.
[토요판] 커버스토리 해직 언론인 13명의 좌담회
언론시청자운동이 우리의 멘붕을 씻어주리라
언론시청자운동이 우리의 멘붕을 씻어주리라
▶ 엠비(MB)시대의 해직 언론인 13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노종면 전 <와이티엔> 노조위원장이 진행을 맡은 ‘해직 언론인이 말하는 해직 언론인의 미래’ 좌담회가 열린 건데요. 노 전 위원장은 이날 자신을 포함한 13명의 해직 언론인에게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 무인도로 보내야 할 1인”을 꼽아달라고 했습니다. 2~3위는 각각 4표와 한 표를 얻은 이명박 대통령과 배석규 <와이티엔> 사장이 차지했습니다. 1위는 누구였을까요. 정답은 8표를 얻은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이었습니다.
대선 뒤 주변에서 힐링하라고
‘레 미제라블’을 추천하더군요
아주 펑펑 울었습니다
그동안 사장이 단련시켜줘서
극복하는 데 도움 됐어요 방송 장악이란 현실에서
대안언론은 일종의 탈출구죠
하지만 주류는 결국 지상파
그래서 아무리 엉망이라도
계속 지켜보고 질책해야 해요 2013년 새해 첫 평일이었던 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1가 전국언론노동조합 대회의실에 13명의 해직 언론인이 모였다. <한겨레> 토요판과 노종면 전 <와이티엔>(YTN) 노동조합위원장이 함께 기획·진행한 ‘해직 언론인이 말하는 해직 언론인의 미래’ 좌담회 참석을 위해서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낙하산 및 비리 사장 반대 투쟁 등에 나섰다는 이유로 사쪽으로부터 일방 해고된 언론인은 2일까지 모두 15명이다. 이날 좌담회에는 국외 체류 중인 현덕수 전 와이티엔 노조위원장과 부산에 머물고 있는 이정호 <부산일보> 전 편집국장 등 2명을 뺀 전원이 참석했다. 와이티엔 앵커 ‘출신’ 노종면 전 위원장의 진행으로 열린 해직 언론인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12월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 이후의 ‘멘붕’(멘탈붕괴) 극복 경험 △해직자 복직 등 언론 정상화 방안 △<뉴스타파>, <국민티브이>(가칭) 등 대안언론 현상 등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내놓았다. 강지웅 <문화방송>(MBC) 노동조합 사무처장 등 해직 언론인은 이 시대의 대표적 ‘힐링(치유) 영화’로 <레 미제라블>을 꼽았고, 박성호 문화방송 기자회장은 대선 이후 멘붕에 빠진 많은 시민을 위해 평소 자신이 품고 다니는 대하소설 <토지>의 한 구절을 읊었다. 특히 이날 좌담회 참석자에게 던져진 질문 가운데 절반 이상은 노 전 위원장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nodolbal)을 통해 접수한 일반 시민의 물음이었다. 오랜만에 ‘진행자’로 나선 노 전 위원장은 좌담을 마친 뒤 “기자와 앵커는 뉴스 공급자, 독자와 시청자는 소비자라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좌담회의 기획 단계부터 일반 시민과 독자가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해직 언론인이 말하는 해직 언론인의 미래’ 좌담회 내용은 한겨레티브이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펜과 마이크 뺏긴 해직언론인 13인의 대화
박근혜 자서전 제목이 힐링이 되는 역설
노종면 지난해까지 해직 언론인이 참석해야 하는 많은 행사가 있었지만 오늘처럼 거의 다 모인 건 제 기억으로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저로서는 오늘 이 자리가 참 어색하고 쑥스럽지만 그냥 얼굴에 철판 깔고 할게요. 대선 끝난 뒤 멘붕을 겪은 분 있습니까?
이용마 홍보국장(이용마) 등 전부 아닌가요? 하하하. 멘붕을 겪지 않은 사람에게 손을 들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노종면 그러면 정신적 충격을 받지 않은 분, 크게 감정의 요동은 없었다는 분 있습니까?
박성호 기자회장(박성호) 팽팽하게 맞선 두 후보 가운데 한명이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저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김재철 사장과 맞서 싸우며 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했는데, 결과를 보면 또 늘 그렇게 되더라고요. 김 사장 덕분에 단련이 됐던 것 같습니다.
노종면 예방주사를 맞은 셈이군요. 혹시 대선 이후 영화를 보신 분 있습니까? <레 미제라블> 다들 보셨나요?
정영하 문화방송 노조위원장(정영하) 네, 봤어요. 많은 노조 집행부원들이 ‘그 영화를 보고 괜한 감정이입 때문에 펑펑 울었다’, 이렇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힐링이 좀 될 테니 한번 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일부러 안 봤어요. 그렇게 한참을 버티다 결국 와이프와 함께 봤는데, 눈물이 나오지 않았어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제가 감정이 없는 놈은 아닌데, 그동안 굉장히 메마른 사람이 됐구나 싶었습니다. 어쩌면 아직 노조위원장이니까 어떤 상황이 오든 극복해야 한다, 이런 생각이 너무 강했던 것은 아닌가 합니다.
강지웅 저는 엄청 울었어요. 대선 이후 멘붕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저는 멘붕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제 안사람은 제가 하는 행동을 보면 멘붕이래요. 그러니 치유가 필요하다며 <레 미제라블>을 봐야 한다 해서 봤는데, 주인공 장 발장이 은그릇 훔치고 난 뒤 회개하는 노래를 부를 때부터 끝까지 울면서 봤어요. 그게 대선 결과 때문에 운 건지, 헷갈려요. 울고 나니 속은 굉장히 후련했는데, 이게 치유가 된 건지도….(다들 웃음)
노종면 우리가 함께 보고 읽은 책 가운데 위로가 된 작품이 있다면 한겨레 독자에게도 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혹시 영화 <레 미제라블>처럼 대선 이후 마음을 달래준 책이 있었습니까?
박성호 하나 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토지>예요. 제가 문학작품을 읽으며 문장을 기억하는 편이 아닌데, 오묘하게도 대선 다다음날 이 구절이 제게 다가왔어요. ‘회한 없는 세월이 어디 있을 것이며 세월과 더불어 가중되는 운명의 무게를 피할 자 그 누구겠는가, 그러나 (받을 수, 고통 고를 쓰는) 수고는 싸움이지 복종이 아니기에, 회한과 운명의 무게와 더불어 있는 자만이 영혼은 높은 곳으로, 육신은 낮은 곳으로, 그리하여 도깨비방망이와는 아무 상관 없는 진실의 쓴잔을 마시게 되는 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와 닿은 문장은 고난·고통을 받는 것은 복종이 아니라 그것도 싸움이라는 것이었는데요, 이 문장을 읽는 순간 확 꽂혀서 지금까지도 거의 매일 들춰보고 있습니다.
노종면 우리 모두의 공통점은 오래 다니던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한 건데, 그 이후 많은 사람이 옆에서 걱정해주고 위로해줬죠. 위로 가운데 인상적이었던 게 있습니까?
박성제 기자(박성제) 대선 직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소개받은 문장이 하나 있었어요.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 이 말이 너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깊은 인상을 받고 ‘바이라인’(기사 앞이나 뒤에 붙는 기자 이름)을 살펴보니 박근혜 당선인으로 돼 있더라고요. 제게는 충격적이었던 이 문장이 박 당선인의 자서전 제목이었던 거예요. 해고와 대선 등을 거치며 더 깊은 질곡에 빠져 있는 우리에게 박근혜라는 사람이 던져준 이 말이 거꾸로 힐링이 되는,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조승호 와이티엔 기자(조승호) 저도 지인에게 소개받은 문자입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인데요, 어떻게 보면 해직도 인생의 한 경험이구나 하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노 전 위원장이 대선 직후 멘붕 경험을 물었을 때 박성호 회장은 13명의 해직 언론인 가운데 유일하게 ‘멘붕 없었다’는 쪽에 손을 들었다. 박 회장은 대선을 치른 뒤부터 토지의 문장을 스마트폰에 저장해둔 채 틈날 때마다 다시 읽는다고 했다. 그런 그를 보며 노 전 위원장은 “그걸 그렇게 휴대폰에 넣어서 매일 보신다니 멘붕 맞습니다”라고 꼬집었다. 멘붕인 사람과 멘붕이 아니라는 사람 모두 웃었다.
정치권력보다 종교권력이 변수인 국민일보
오랜 파업과 일방적 해고, 그리고 이어진 대선 ‘패배’의 후유증은 해직 언론인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 이명박 정부 5년간 와이티엔과 문화방송에서는 이명박 정권이 내려보낸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 앞장섰다는 등의 이유로 14명의 언론인이 줄줄이 해고됐다. 와이티엔의 노종면·우장균·현덕수·조승호·권석재·정유신, 문화방송의 이근행·정대균·이용마·정영하·강지웅·최승호·박성호·박성제 등이다. 이 가운데 1월2일 문화방송으로 복귀한 이근행, 정대균 등 두 사람을 뺀 나머지 12명은 여전히 해직자 신분이다.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낙하산 사장과 힘겹게 맞서야 했던 이들에게 정권교체는 파업과 해고 등 끊임없이 거듭된 불행의 고리를 끊어낼 가장 절실하고도 효과적 해법 가운데 하나였는지 모른다. 해직 언론인 복직 등 언론 정상화와 관련해 박 당선인은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은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대선 기간 내내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용산참사 유족과 더불어 해직 언론인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박 당선인의 승리를 확인한 뒤 문화방송의 한 해직 언론인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영방송 하나가 이대로 무너지는 꼴을 기어이 지켜봐야 하는 운명인 것 같다”며 울먹였다. 12월20일 밤이었다.
노종면 우리 모두 이따금 새 길을 찾아가고픈 욕구도 있지 않나요? 심각하게 고민해봤다, 혹은 이미 새 길에 나섰다 하는 분이 있습니까?
황일송 국민일보 기자(황일송) 저는 15년 신문기자를 하다가 지금 방송으로 전업하고 있는데요, 뉴스타파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새 길이라면 새 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참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다만 이게 내 개인의 경험에서 끝날지, 아니면 복직이 이뤄져서 후배들과 이 경험을 공유하며 국민일보를 바꿔나가는 밑거름을 삼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노종면 황 기자는 국민일보 복귀의 뜻을 접은 건가요?
황일송 복귀를 접었다…. 참 어려운 말이에요, 어려운 말. 지난 연말 ‘내년에는 뭘 할까’ 생각을 해봤어요. 제가 복직소송에서 승리하더라도 과연 돌아갈 수 있을까, 돌아가서 기자로 생활할 수 있을까…. 제가 국민일보에 돌아가더라도 기자생활을 온전히 할 수 없다면 저는 (뉴스타파에) 계속 남아 있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래는 모르는 거잖아요. 만약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일가가 국민일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면, 국민일보 정상화가 이뤄질 개연성이 충분하고 그렇다면 정상화된 국민일보에 다시 들어가서 열심히 기자로 뛰어야죠. 그게 목표입니다.
노종면 조 위원장은 어때요?
조상운 전 국민일보 노조위원장(조상운) 저도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를 거쳐서 지금은 복직을 위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는데 재판은 몇년 걸릴지 모릅니다. 아직 1심도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 이를 통해 복직하겠다는 건 장담하기 어렵죠. 황 기자가 말한 것처럼 의외의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복직은 현실적으로 힘든 것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선 이후 새로운 대안매체를 만드는 논의에 두차례 참여한 바가 있습니다. 그쪽이 제게는 새 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관심을 갖고 있는데, 만약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정말 복직은 단념하고 아예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정권 차원의 낙하산 사장 임명 관행과 이에 따른 방송 공공성 훼손의 문제를 막겠다는 와이티엔과 문화방송 노조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하고 있다면 조용기 원로목사 일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국민일보 구성원들은 ‘종교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외쳐왔다. 국민일보 노조는 2011년 12월23일 ‘조용기 일가 퇴진’과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며 173일간 파업을 벌였다. 사쪽은 노조의 파업 돌입 직전인 2011년 10월 조상운 전 위원장에 대해 과도한 비방과 함께 경영진 퇴진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8월 황일송 기자에 대해 파업을 주도하는 등 회사의 명예를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해고했다. 두 사람은 현재 국민일보 사쪽을 상대로 해고 무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조 전 위원장은 이날 좌담회에서 “냉정하게 말하면 대선이라는 변수를 (복직 여부의) 큰 변수로 여기지 않았다. 국민일보 상황에서는 (정권교체보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태도가 더 큰 변수”라고 말했다.
사장과 단둘이 엘리베이터를 탄다면…
노종면 대부분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게 목표이고, 그게 유보돼 있는 상황에서 잠시 다른 일을 하는 분이 있습니다. 또 그 다른 일은 대개 언론과 관련이 있고요. 그런데 오늘부터 문화방송 노조의 이근행 전 위원장과 정대균 수석부위원장이 복직, 아니 복귀를 했죠. 어떻게 보면 갑작스런 복귀가 현실이 됐는데 이 두 분의 복귀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우장균 와이티엔 기자(우장균)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김재철 사장도 시민의 눈치를 본 것일 수도 있고, 물타기나 간보기를 시도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봐요.
이용마 지금 우 선배 말씀하신 게 맞아요. 우리도 처음엔 이걸 받아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좀 난감했어요. 왜냐면 김재철 사장이 자기 자리보전을 위해 꼼수를 부린다는 것은 너무 눈에 선명한데 그렇다고 해서 노조 입장에서 마냥 걷어차기만 한다면 오히려 우리가 ‘아직 배불렀구나’ 하는 비판을 받을 수 있거든요. 한편으로는 지금 많은 언론인이 해고 등 징계를 당했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해당 언론사와 정권에 부담이란 말이죠. 김 사장이 이를 염두에 뒀다면, (두 사람의 복귀를) 성과라고 해석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일단 사쪽 제안을 받은 다음 계속 협상해나가는 게 맞겠다 생각했습니다.
노종면 두 해직 언론인의 복귀 시기가 공교롭게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대안언론 확대 논의 시점과 맞물렸거든요. 특히 이근행 피디는 뉴스타파의 중심인데 그가 다시 문화방송으로 들어가면 뉴스타파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정영하 두 사람의 복귀에 대한 결정은 회사가 당사자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내렸어요. 두 분은 끝까지 ‘이런 식으로는 못 돌아간다. 무슨 징집명령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회사에 입사하라는 식의 채용은 이해할 수 없다’며 끝까지 완강한 태도였는데, 노조가 ‘지금까지 우리의 투쟁이 없었다면 이런 결과도 없었을 것’이라며 두 분을 설득한 겁니다. 대신 노조는 사쪽을 상대로 해직 언론인 문제의 해법은 채용이 아니라 복직의 문제라는 점을 계속 주장할 겁니다. 그다음으로 이근행 선배와 정대균 수석부위원장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할 겁니다. 이 선배는 언론노조 파견자 신분으로 뉴스타파에 1년 더 있을 겁니다. 정 부위원장도 노조 전임자이니 서울 문화방송에 1년간 더 남아 있을 겁니다.
문화방송 해고자 2명 특채
김재철의 꼼수인 건 분명한데
시민 눈치를 본 것이라면
그것도 성과라고 생각했어요
일단 들어가라 설득했죠 목표는 물론 복직입니다
재판은 언제 끝날지, 이길지
의외의 변수가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을지…
새 길 가야 하나 갈등도 있어요
문화방송 사쪽은 지난 12월24일 인사발령을 통해 해직자 신분이었던 이근행 전 위원장과 정대균 수석부위원장의 특별채용 방침을 알렸다. 노조가 요구해왔던 전원복직이 아니라 ‘선별복직’, 그것도 복직의 형태가 아니라 경력을 인정하는 특채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문화방송 노조는 두 당사자와의 논의 끝에 사쪽의 특별채용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두 사람은 2일부터 언론노조 파견자 및 노조 전임자로 일하는 것을 조건으로 업무에 복귀했다. 이명박 정부 아래 해직 언론인 숫자가 ‘17’에서 ‘15’로 줄어든 것이다. 정영하 위원장은 두 사람의 복귀를 받아들이며 “사쪽의 해직자 특채는 개인의 보신에 몰두하는 김 사장을 평가하는 좋은 재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종면 가벼운 질문인데요, 나를 해고한 사장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복직이 이뤄질 경우, 사장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예컨대 엘리베이터 안에서 둘이 만난다면 인사들 하실 건가요?
황일송 일단 지금 제가 복직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서 사장에게 인사를 안 한다고 하면 재판 결과에 불리하게 작용할 게 뻔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반드시 인사는 하겠습니다.(다들 웃음)
우장균 배석규 사장이 인사하면 받아주기는 하되 먼저 인사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특히 제 복직 이후에도 낙하산 사장 등의 문제가 전혀 해소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그를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났을 때 인사 대신 ‘아니 오늘 엘리베이터 안에서 왜 이렇게 썩은 냄새가 나는 거야’라는 말을 건네겠습니다.
노종면 우 선배, 우리 아직 대법원 판결 남았습니다.
권석재 와이티엔 기자 제 혈액형이 B형입니다. 절대 인사하지 않고 인사 받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조승호 해직자 신분이었던 지난 4년간 수천번, 수만번 했던 생각인데요, 답도 수천번은 바뀐 것 같습니다. 어떤 때는 깍듯이 인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어떤 때는 진짜 가서 한대 때려주고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인사를 할지 말지도 아직 모르겠어요.
‘국민방송’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종면 언론인 해직 사태 이후 큰 뉴스가 많았죠. 현업에 있었다면 꼭 다뤘을 법한 뉴스가 있습니까?
최승호 문화방송 피디(최승호) <피디수첩>이 정상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가 <나는 꼼수다>(나꼼수) 등을 통해 터지지 않았을 겁니다. 피디수첩을 통해 터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요, 비비케이(BBK) 문제도 여전히 의혹이 많지 않습니까.
정유신 와이티엔 기자(정유신) 지난해 민간인 불법사찰 뉴스가 터졌는데,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이었잖아요. 그나마 검찰은 일부 언론의 보도를 확인해주는 수준이었고 이를 적극적으로 취재하는 언론사도 많지 않았는데, 제가 <돌발영상>에 계속 있었다면 민간인 불법사찰 건은 반드시 다뤘을 겁니다.
노종면 굵직한 뉴스들이 한국방송(KBS)이나 문화방송을 통해 터진 게 아니라 들판에서 터진 게 많았죠. 뉴스타파나 나꼼수를 통해 알려진 것들이 많았는데요, 특히 대선 이후 뉴스타파의 회원 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대선 전에는 7000명이 안 됐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죠?
황일송 2만5500명이 넘습니다. 탈출구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대선 결과가 엠비(MB)에 의해 언론이 장악된 결과로 보고 ‘이에 맞서려면 뉴스타파 등 대안언론을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나부터 회원으로 참여하자’는 움직임이 이어지는 건데요. 20일 하루에 3000명 정도가 몰렸어요. 굉장히 특이한 현상이었는데 21일날에는 1만명 가까운 정규 회원이 몰렸습니다.
노종면 뉴스타파가 ‘국민방송’이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박성제 저는 조금 우려가 됩니다. 기존 언론이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뉴스타파 등의 대안언론이 주목받는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안언론이 할 수 있는 영역과 기존 방송이 해야 하는 영역은 분명히 다르거든요. 오히려 문화방송과 한국방송 등 탄압받는 공영방송에 다시는 낙하산 사장이 올 수 없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이를 통해 공영방송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노종면 이런 건 있습니다. 뉴스타파 회원이 되어 후원하려면 돈이 들어가는 것이고, 문화방송과 와이티엔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려면 성원해주는 것이고요.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있는 것이죠.
박성제 문화방송, 한국방송 등 기존 공영방송에 대해 더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의식이 깔려 있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창피하면서도 한편으로 걱정되는 것이죠.
조상운 저는 가칭 국민티브이 설립추진위원회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국민일보 등 언론사 파업 때부터 많은 시민이 실망하는 모습을 봤어요. 당시 상당수 시민이 언론인과 함께 촛불을 들었지만 어느 곳에서도 이기지 못했고, 낙하산 사장 몰아내기 정말 어렵다는 사실에 실망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이 국민티브이 논의와 뉴스타파 성원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닌가 합니다.
이용마 어떻게 보면 국민티브이에 성금을 보내는 것은 가장 쉬운 참여일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 지상파 방송이 아무리 엉망이라 해도 결국은 주류 매체인데, 개인적으로 이들 방송을 멀리하면 끝나는 문제인가 하는 건 생각해봐야 한다고 봐요. 국민이 계속 감시하고 질책해야 이들 방송을 장악하고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사람도 의식할 겁니다. 국민티브이나 뉴스타파는 여전히 인터넷과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유통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거든요. 지금은 언론시청자운동 등 조직화된 움직임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진행 노종면 전 <와이티엔> 앵커(트위터 계정 @nodolbal)
정리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 새누리당 입장 “해결됐으면 좋겠지만 노사 자율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쪽과 새누리당은 해직 언론인 문제에 대한 뚜렷한 방침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대부분 “나는 모른다”며 입을 닫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소속의 한 친박 의원은 4일 아예 “할 말이 없다. 나한테 묻지 마라”고 말했다. 실제로 선거 기간이나 선거 이후에 해직 언론인 문제의 해법을 놓고 새누리당이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은 없다. 방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편”을 하겠다는 것을 선거공약에서 밝힌 정도다. 그러나 언론인 해직이 엠비(MB) 정부의 언론탄압 과정에서 나온 실책 중 하나인 만큼 새 정부에서는 이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문방위 새누리당 간사인 조해진 의원은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새 정부 출범에 맞춰 해직자 문제가 원만하고 통합적인 방향에서 해결됐으면 좋겠다. 그런 의견을 조금씩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도 언론인 해직은 잘못이라는 인식을 보인 적이 있다. 지난 6월 <문화방송>(MBC)에서 해고 등 대량 징계 사태가 벌어졌을 때 “파업이 징계 사태까지 간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맥락에서는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의 노조원 해고를 비판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박 당선인과 문화방송 노조 사이에서 협의창구 구실을 했던 이상돈 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박 당선인이 취임하면 과거 정부와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다만, 스타일상 박 당선인은 정치적으로 자기가 해법을 던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풀더라도 정치권의 외압 형식이 아니라 각 언론사 내부에서 노사 타협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당선인 쪽에는 ‘해직 언론인의 원상복귀=노조 승리’로 비치게 되고 이 경우 새 정부 운영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는 “해직 언론인의 복귀로 노조가 승리감을 얻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여권에 많다. 따라서 해직 문제가 풀리더라도 순차적이고 타협적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 민주당 입장 “최우선 논의하겠지만 박 당선인 결단을” 민주통합당은 해직 언론인 문제를 박근혜 당선인이 약속한 국민통합의 최우선 실천 과제라는 점을 내세울 예정이다. 국회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4일 오찬을 함께하며 올 한해 문방위 차원의 과제를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공영방송 정상화와 해직 언론인 복직, 그리고 대선 기간에 확인된 종합편성채널의 편파성 시정 방안 등을 우선 논의하기로 했다. 전병헌 의원은 “박근혜 당선인의 국민통합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언론 자유를 외치다 일자리마저 잃은 언론인에 대한 배려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명박 정권 5년간 해직된 언론인들은 해당 언론사와 기자들이 개별적으로 논의해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언론 정상화 차원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나서 전원 일괄복직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최민희 의원은 해직 언론인 문제를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 퇴진 등 문화방송 정상화와 함께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 의원은 “문화방송 해직자 문제는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이 버티고 있는 한 해결될 수 없다. 박근혜 당선인이 정수장학회 문제를 해결하는 큰 틀에서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문화방송 해직자의 복직까지 결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방위 민주당 간사인 유승희 의원은 “박근혜 당선인이 인수위에서 현안 문제를 다룰 때 우선 풀어가야 할 것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와 해직 언론인 문제”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현 단계에서는 인수위에서 관련 대책을 내놓도록 주문하고, 2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이 문제들을 최우선 과제로 놓고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헌재 사람들 “이동흡만 아니면 했는데…”
■ 박근혜 자서전 제목이 힐링이 될줄이야 ‘씁쓸’
■ 50억 국민방송 정말 만들어질까
■ 딸 위해 인생 바쳤는데 나 때문에 숨막힌다고?
■ ‘10대 성추행’ 고영욱 영장 기각한 이유
■ ‘권상우 협박’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씨 사망
■ ‘제주 해적기지’ 발언 고대녀 김지윤 결국…
‘레 미제라블’을 추천하더군요
아주 펑펑 울었습니다
그동안 사장이 단련시켜줘서
극복하는 데 도움 됐어요 방송 장악이란 현실에서
대안언론은 일종의 탈출구죠
하지만 주류는 결국 지상파
그래서 아무리 엉망이라도
계속 지켜보고 질책해야 해요 2013년 새해 첫 평일이었던 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1가 전국언론노동조합 대회의실에 13명의 해직 언론인이 모였다. <한겨레> 토요판과 노종면 전 <와이티엔>(YTN) 노동조합위원장이 함께 기획·진행한 ‘해직 언론인이 말하는 해직 언론인의 미래’ 좌담회 참석을 위해서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낙하산 및 비리 사장 반대 투쟁 등에 나섰다는 이유로 사쪽으로부터 일방 해고된 언론인은 2일까지 모두 15명이다. 이날 좌담회에는 국외 체류 중인 현덕수 전 와이티엔 노조위원장과 부산에 머물고 있는 이정호 <부산일보> 전 편집국장 등 2명을 뺀 전원이 참석했다. 와이티엔 앵커 ‘출신’ 노종면 전 위원장의 진행으로 열린 해직 언론인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12월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 이후의 ‘멘붕’(멘탈붕괴) 극복 경험 △해직자 복직 등 언론 정상화 방안 △<뉴스타파>, <국민티브이>(가칭) 등 대안언론 현상 등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내놓았다. 강지웅 <문화방송>(MBC) 노동조합 사무처장 등 해직 언론인은 이 시대의 대표적 ‘힐링(치유) 영화’로 <레 미제라블>을 꼽았고, 박성호 문화방송 기자회장은 대선 이후 멘붕에 빠진 많은 시민을 위해 평소 자신이 품고 다니는 대하소설 <토지>의 한 구절을 읊었다. 특히 이날 좌담회 참석자에게 던져진 질문 가운데 절반 이상은 노 전 위원장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nodolbal)을 통해 접수한 일반 시민의 물음이었다. 오랜만에 ‘진행자’로 나선 노 전 위원장은 좌담을 마친 뒤 “기자와 앵커는 뉴스 공급자, 독자와 시청자는 소비자라는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좌담회의 기획 단계부터 일반 시민과 독자가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해직 언론인이 말하는 해직 언론인의 미래’ 좌담회 내용은 한겨레티브이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펜과 마이크 뺏긴 해직언론인 13인의 대화

문화방송에서 해직된 박성호 기자협회장이 스마트폰에 저장해두고 매일 들춰본다는 <토지>의 문장. 강재훈 선임기자
노종면 전 <와이티엔> 노조위원장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전국언론노조 대회의실에서 열린 ‘해직 언론인이 말하는 해직 언론인의 미래’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김재철의 꼼수인 건 분명한데
시민 눈치를 본 것이라면
그것도 성과라고 생각했어요
일단 들어가라 설득했죠 목표는 물론 복직입니다
재판은 언제 끝날지, 이길지
의외의 변수가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을지…
새 길 가야 하나 갈등도 있어요
2007년 1월17일 노종면 전 위원장이 와이티엔 앵커로 <뉴스 창>을 진행하던 때,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와 생방송 대담을 하고 있다. 방송 화면 갈무리
■ 새누리당 입장 “해결됐으면 좋겠지만 노사 자율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쪽과 새누리당은 해직 언론인 문제에 대한 뚜렷한 방침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대부분 “나는 모른다”며 입을 닫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소속의 한 친박 의원은 4일 아예 “할 말이 없다. 나한테 묻지 마라”고 말했다. 실제로 선거 기간이나 선거 이후에 해직 언론인 문제의 해법을 놓고 새누리당이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은 없다. 방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편”을 하겠다는 것을 선거공약에서 밝힌 정도다. 그러나 언론인 해직이 엠비(MB) 정부의 언론탄압 과정에서 나온 실책 중 하나인 만큼 새 정부에서는 이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문방위 새누리당 간사인 조해진 의원은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새 정부 출범에 맞춰 해직자 문제가 원만하고 통합적인 방향에서 해결됐으면 좋겠다. 그런 의견을 조금씩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도 언론인 해직은 잘못이라는 인식을 보인 적이 있다. 지난 6월 <문화방송>(MBC)에서 해고 등 대량 징계 사태가 벌어졌을 때 “파업이 징계 사태까지 간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맥락에서는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의 노조원 해고를 비판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박 당선인과 문화방송 노조 사이에서 협의창구 구실을 했던 이상돈 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박 당선인이 취임하면 과거 정부와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다만, 스타일상 박 당선인은 정치적으로 자기가 해법을 던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풀더라도 정치권의 외압 형식이 아니라 각 언론사 내부에서 노사 타협을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당선인 쪽에는 ‘해직 언론인의 원상복귀=노조 승리’로 비치게 되고 이 경우 새 정부 운영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새누리당 선대위 관계자는 “해직 언론인의 복귀로 노조가 승리감을 얻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여권에 많다. 따라서 해직 문제가 풀리더라도 순차적이고 타협적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 민주당 입장 “최우선 논의하겠지만 박 당선인 결단을” 민주통합당은 해직 언론인 문제를 박근혜 당선인이 약속한 국민통합의 최우선 실천 과제라는 점을 내세울 예정이다. 국회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4일 오찬을 함께하며 올 한해 문방위 차원의 과제를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공영방송 정상화와 해직 언론인 복직, 그리고 대선 기간에 확인된 종합편성채널의 편파성 시정 방안 등을 우선 논의하기로 했다. 전병헌 의원은 “박근혜 당선인의 국민통합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언론 자유를 외치다 일자리마저 잃은 언론인에 대한 배려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명박 정권 5년간 해직된 언론인들은 해당 언론사와 기자들이 개별적으로 논의해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언론 정상화 차원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나서 전원 일괄복직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최민희 의원은 해직 언론인 문제를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 퇴진 등 문화방송 정상화와 함께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 의원은 “문화방송 해직자 문제는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이 버티고 있는 한 해결될 수 없다. 박근혜 당선인이 정수장학회 문제를 해결하는 큰 틀에서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문화방송 해직자의 복직까지 결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방위 민주당 간사인 유승희 의원은 “박근혜 당선인이 인수위에서 현안 문제를 다룰 때 우선 풀어가야 할 것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와 해직 언론인 문제”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현 단계에서는 인수위에서 관련 대책을 내놓도록 주문하고, 2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이 문제들을 최우선 과제로 놓고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희 기자 hermes@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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