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불응·법인카드 유용 조처 미비
예결산도 검토 안해…감독기능 포기
예결산도 검토 안해…감독기능 포기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공영방송인 <문화방송>(MBC)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는 방문진의 무능과 무책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갖은 물의를 빚고도 퇴진을 거부하는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이 상급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방문진을 철저히 무시한 점도 드러났다.
감사 결과를 보면, 방문진은 지난해 6차례에 걸쳐 파업 상황 점검 등을 위해 김 사장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김 사장은 명확한 사유를 대지 않거나 다른 일정을 구실로 내세워 출석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사회에 자신의 해임안이 상정돼 해명 요구를 받고도 출석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방문진은 한 차례 경고만 했을 뿐 다섯 차례에 대해서는 아무 조처를 하지 않았다.
방문진은 김 사장의 법인카드 유용 문제도 제대로 조사하거나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방문진은 지난해 노조가 ‘김 사장이 호텔 이용료로만 수억원을 사용하고, 여성용 귀금속을 구입하는 등 업무와 무관하게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문화방송에 자체 감사를 지시했다. 이에 문화방송은 지난해 7월 감사 결과를 보고하면서 구체적인 법인카드 사용처와 사용 목적 등을 소명하지 않은 채 “사장의 업무 스타일”이라는 등의 설명을 내놨다. 방문진은 심지어 이번 감사원 감사를 위해 문화방송에 세 차례나 사규집, 예결산 자료, 자체 감사 증빙 서류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이밖에 방문진은 문화방송에서 예산서조차 제출받지 않고, 결산 자료도 사무처에서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허수아비’ 이사회 역할에 그친 셈이다. 또 사무처장을 공개 채용하지 않고 감독 대상인 문화방송 출신 인사를 특별채용하는 등 이사회의 자체적 운용 또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유선희 손원제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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