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명박 정부의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 하금열 대통령실장, 박근혜 정부의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 내정자. <한겨레> 자료사진
MB정부 때 최금락·하금열 이어
이남기 SBS미디어홀딩스 사장
새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내정
“하루아침에 청와대 입 변신”
언론인 직업윤리 훼손 비판 일어
이남기 SBS미디어홀딩스 사장
새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내정
“하루아침에 청와대 입 변신”
언론인 직업윤리 훼손 비판 일어
‘새로운 에스(S) 라인의 출현인가.’
이남기 에스비에스(SBS)미디어홀딩스 사장이 18일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내정되면서, 지상파 방송의 지주회사 현직 사장이 청와대의 ‘입’인 홍보수석으로 직행하는 게 적절한지 논란이 일고 있다. 에스비에스는 이명박 정부의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과 하금열 대통령실장에 이어 이 사장까지 주요 임원 3명이 연이어 청와대 요직을 맡게 됐다.
에스비에스 노조는 18일 낸 성명에서 “보수 정권의 보좌진으로 잇따라 영입되고 있는 에스비에스 임원들의 모습은 결코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박 당선인 쪽이 에스비에스 출신을 통해 공정 방송·공정 보도의 기조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려 한다면 에스비에스 구성원들은 즉각 이를 국민에게 공개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 진출하는 언론인들을 둘러싼 ‘폴리널리스트’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렇게 한 방송사 임원들이 연이어 청와대에 영입된 사례는 처음이다. 특히 하 실장과 최 수석, 이 내정자는 모두 방송사 현직에서 청와대로 직행해 ‘언론인 직업윤리’도 거론된다. 정치부장과 보도본부장 등 요직을 거친 최 수석은 2011년 9월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발표될 당시 에스비에스 방송지원본부장이었다. 하 실장 역시 2011년 12월 에스비에스미디어홀딩스 사장을 거쳐 에스비에스 상임고문이 된 지 6일 만에 대통령실장 인사 발표가 났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어제까지 언론인으로서 청와대를 비판하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청와대의 입 노릇, 대리인 노릇을 하겠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언론의 감시 기능과 공공성을 훼손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런 일이 계속되면 에스비에스 내부에서 현직에 있을 동안 정치권에 줄을 대는 기자들이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직 언론인의 청와대행이 인맥을 통한 언론 통제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하 실장의 경우 지난해 방송문화진흥회가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의 해임을 추진하자 언론인 출신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와 전화 통화를 해 이를 막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에스비에스 출신들의 청와대행은 밀월 관계를 다지려는 청와대와 에스비에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에스비에스의 한 관계자는 “문화방송이나 한국방송은 지배 구조가 정치권에 종속적인 면이 있지만 민영방송인 에스비에스는 좀 다르다. 정권 차원에서 에스비에스와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 사주 입장에서도 자사 출신이 청와대에 들어가면 든든한 배경이 생기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에스비에스 쪽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한국방송이나 문화방송에 견줘 공정한 보도를 했다는 평가가 이번 인선으로 무색해졌다는 당혹감도 내비친다. 에스비에스 노조는 “이 내정자가 조직원들이 대선 공정 보도를 위해 밤낮으로 뛰고 있을 때 사익을 위해 뒤로 특정 정치 세력과 의견을 조율했다면 이는 후배들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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