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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박근혜 정부의 ‘신문위기 대응’ 문제점

등록 2013-04-09 20:36

성한표 언론인
성한표 언론인
미디어 전망대
“민주주의의 뿌리인 신문이 위기를 맞고 있다.” 신문의 날(4월7일)을 전후하여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말이다. 하지만 며칠 지나면 다시 조용해진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이다. 왜 그럴까? 위기를 느끼는 온도가 신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신문산업의 ‘큰손’에 속하는 조선·중앙·동아(조·중·동) 등 보수 계열 신문은 이미 무게중심을 방송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각자 종합편성채널을 하나씩 허가받은 조·중·동은 방송 채널의 성공적인 이륙을 위해 골몰한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신문의 위기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는 한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신문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안’(신문진흥특별법)을 발의했다. 그는 최근 이 법안의 국회 의결을 전제로, 신문산업 진흥기금의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신문진흥특별법은 신문의 공동 인쇄, 공동 배달을 지원하기 위한 법이다. 신문사 각자가 독자적인 인쇄 시설을 갖추는 것은 큰 부담이고, 배달망은 더욱 어렵다. 공동 인쇄, 공동 배달은 신문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길이다. 전국언론노조가 방송에 대한 재정 지원이 신문의 9배(2010년)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신문 배달망을 방송의 전파처럼 공공재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강조한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해 정치권은 관심이 없고, 정치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조·중·동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조·중·동은 이미 독자적인 배달망을 구축해 놓았다. 이들은 배달망의 독과점을 통해 신문시장의 독과점을 지킨다. 그래서 재정 지원으로 공동 배달이 실현되면, 자신의 배달망 독과점을 무너뜨리게 될 것을 우려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은 자신의 방송 채널을 위해 정부의 방송 지원을 더욱 늘리도록 압박해야 하는 처지다. 더욱이 신문 발행인들의 단체인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도 사실상 조·중·동의 영향 아래에 있다. 신문협회장은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이고, 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은 송희영 <조선일보> 논설주간이다. 언론 정책은 대체로 조·중·동의 영향 아래에 있는 여러 통로를 통해 굴절된다. 정권이 조·중·동과의 대립을 각오하지 않고는 이들을 견제하는 정책을 펴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여기에는 대통령의 신문관도 작용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조·중·동과의 대립을 마다하지 않는 자세로 대선에서 승리했고, 여세를 몰아 이들의 독과점을 견제할 신문발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이 기구를 다른 기구와 통폐합시켜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문관은 어떤가? 그는 5일 신문의 날 축사를 통해 “이미 많은 신문사에서 활자 매체의 영역을 넘어서 뉴미디어와 결합해서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종합편성채널이 신문이 나아갈 ‘새로운 길’이라는 자신의 신문관을 밝힌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위기 대응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위기에서 신문을 지켜내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신문한테 뉴미디어를 강조하는 것은 위기 탈출을 위해 난파선을 버리고 배를 옮겨 타라고 권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신문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활자 매체라는 전통에 대한 향수 때문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인 여론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신문을 대신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국회와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한다.

성한표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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