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선' 인터넷 화면 캡처.
영국의 최대 발행부수 타블로이트판 신문인 <더 선>이 김정은 북한노동당 제1비서와 그의 둘째 형 김정철을 혼동해 오보를 냈다. 한국 언론들도 <더 선>의 오보를 그대로 받아쓰는 바람에 덩달아 무더기 오보를 냈다.
<더 선>은 9일 “김정은이 지금은 미국이 증오하는 독재자이지만 학창 시절에는 아메리칸 히어로를 연기한 소년이었다”며 김정은이 스위스 베른 국제학교를 다니던 시기에 학생들이 자체 제작한 미국의 인기 뮤지컬 <그리스>에 출연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기사와 함께 김정은이라고 소개한 사진 4장을 실었다.
이 사진들 중 두번째부터 네번째까지 3장에 실린 인물은 김정은이 아니라 그의 둘째 형 김정철이다. 국내에서 김정은과 김정철에 관한 연구로 권위를 인정받는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더 선>에 실린 사진들은 김정은이 아니라 김정철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첫번째 사진도 김정은이 아니라 김정철일 가능성이 크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가죽 재킷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김정은이 스위스 유학 시절에 뮤지컬 <그리스>에 출연한 것’이라고 소개된 첫번째 사진에 대해 “이 사진 속 인물도 김정은이 아닌 김정철로 보인다. 다만 이 사진만으로는 누구인지 확실히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뿐 아니라 김정은과 김정철의 스위스 체류 시기를 봐도 사진 속 인물은 김정은으로 보기 어렵다. 김정은은 1996년 여름부터 2001년 1월까지 스위스 베른에 체류했다. 반면 김정철은 1993년 9월부터 1998년8월까지 베른 국제학교를 다녔다. <더 선>에 실린 두 번째 사진에는 1995년에 촬영한 사진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데 이 시기에 김정은은 베른이 아닌 평양에 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정은은 베른 국제학교에 다닌 적이 없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은 1996년 스위스에 와서 외국어교육 학생반에서 1년 동안 언어교육을 받고 이후 리베펠트-슈타인횔츨리 공립학교를 다녔다. 그는 베른 국제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과 김정철을 혼동한 오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에 스위스의 시사주간지 <레브도>(L‘Hebdo)가 김정철의 베른 국제학교 학력을 김정은의 것으로 보도해 오보를 낸 바 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더 선>의 오보도 <레브도>의 사례와 같은 유형의 오보다. <더 선>이 김정은과 김정철을 혼동한 것 같고, 국내 언론들도 확인 없이 보도하는 바람에 줄오보를 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규남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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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선' 인터넷 화면 캡처. 2번째부터 4번째 사진
'더 선' 인터넷 화면 캡처. 1번째 사진
동아일보 2013년 4월10일치 A27면
YTN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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