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케이블티브이 채널들이 뉴스(보도) 방송을 하는 것이 이슈가 되고 있다. 논란은 어떤 온라인 논객이 코미디 프로그램 <에스엔엘(SNL) 코리아>가 불법적으로 뉴스를 하며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비난하며 시작했다. 종합편성채널을 운영하는 한 신문도 일반(?) 채널이 뉴스 방송을 하는 것을 관계 당국이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급기야는 실태조사 뒤 조처하겠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발표가 나왔다. 현행 방송법으로는 정부의 허락(법적 용어는 승인 또는 허가)을 받은 보도채널, 종합편성채널, 지상파 방송만이 뉴스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안의 본질은 허락받지 않는 뉴스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차제에 뉴스 허락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데 있다.
현실적으로 전통적인 방송 프로그램 형식이 파괴되는 상황에서 어떤 것이 뉴스인지 구별해내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코미디에서 정치인을 풍자하면 그것은 뉴스일까 오락일까? 지난 대선 때 <에스비에스>(SBS)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박근혜, 문재인 후보가 나와서 인생 역정을 털어놓은 것은 오락적 의미만 있었을까? 정치 평론이라는 이름으로 독설과 만담을 늘어놓는 종편 프로그램은 오락(개그)이 아닐까? 방송법상 보도란 “국내외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전반에 관하여 시사적인 취재보도·논평·해설 등의 방송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예·경제·음악·교육·종교 등 개별 영역을 다루는 뉴스 프로그램은 보도인가 아니면 교양인가? 다양한 장르가 실험되고 발전하고 있는데 특정 장르의 뜻을 법으로 규정하고 규제하는 것은 방송의 창의력을 위축·훼손하는 일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허락한 사업자로만 뉴스 방송을 제한하는 것은 언론 자유 침해라는 사실이다. 한정된 주파수를 쓰는 지상파 방송은 공영으로 하거나 믿을 만한 사영업자한테 위탁한다. 그러나 디지털 융합 기술의 발전은 실로 무수한 채널을 가능하게 하였다. 자유재가 된 방송 채널과 플랫폼을 두고 여전히 누구는 뉴스를 하고 누구는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더구나 다채널 방송은 케이블티브이 방송사(SO)가 수많은 ‘프로그램 공급업’(PP·채널) 시장에서 적절한 것들을 ‘구매’한 뒤 채널 라인업을 만들어 시청자에게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시청자와 만나는 케이블티브이 방송사가 아니라 요소시장인 프로그램 공급업을 제한하는 것은 규제 과잉이다. 허락받아야만 뉴스를 할 수 있다면 자유주의 체제가 아니다.
실제로 한국의 방송 뉴스 허락 제도는 극도로 편향된 담론 지형을 만들어냈다. 지상파 방송인 <한국방송>(KBS) 1·2텔레비전, <문화방송>(MBC)은 모두 정권 영향력 아래 있는 공영방송들이다. 케이블티브이 보도채널인 <뉴스와이(Y)>와 <와이티엔>(YTN)도 마찬가지다. 종편채널 4개는 보수 신문사들이 운영한다. 그밖에 뉴스는 에스비에스 등 지역민방만 가능하다. 한국 최초의 민간 라디오방송으로서 60년 가까이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온 <기독교방송>(CBS)은 보도채널 승인을 거절당했다. 현 보수 정권 아래 진보는 언감생심이고 중도적 성향을 대변하는 채널조차 없다.
위헌적인 보도 및 종합편성 채널 허락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뉴스방송을 선별적으로 허락하는 것은 쑥쑥 자라는 미디어들을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에 올려놓고 그에 맞추어 잘라대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언론 자유뿐만 아니라 방송의 창의력도 훼손하는 일이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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