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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 ‘이중잣대’로 정부 비판 짓누른다

등록 2014-01-23 20:36수정 2014-01-24 14:15

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 대회의실에서 시비에스(CBS) <김현정의 뉴스쇼>등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 대회의실에서 시비에스(CBS) <김현정의 뉴스쇼>등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도 넘은 방통심의위 ‘정치심의’]
JTBC 진보당 사건 보도 ‘중징계’ 이어
CBS ‘김현정 뉴스쇼’도 제재

배상 판결 받은 TV조선 정미홍씨
종북발언은 ‘행정지도’에 그쳐

친정권 편향된 ‘고무줄 잣대’ 심의에
야권 위원들 ‘정치심의 보이콧’ 선언
언론단체, 방통심의위 규탄 회견열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 발언을 한 박창신 신부의 출연을 이유로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법정제재’를 가하면서 ‘정치 심의’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정권에 불리한 내용에 대해서는 언론 자유와 여론 다양성은 도외시한 채 제재를 남발하는 방통심의위가 ‘방송 장악’의 첨병으로 나섰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친정권 편향된 ‘고무줄 잣대’ 심의에
야권 위원들 ‘정치심의 보이콧’ 선언
언론단체, 방통심의위 규탄 회견열어

방통심의위 결정의 정치적 편향성 시비를 가장 쉽게 보여주는 것은 이중 잣대 논란이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부의 정당해산심판 청구 사건을 보도한 <제이티비시>(JTBC)의 <뉴스9>과 정미홍 전 아나운서가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을 ‘종북 성향’으로 규정한 발언을 내보낸 <티브이조선>의 <뉴스쇼 판>에 대한 심의 내용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19일 제이티비시의 <뉴스9>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며 중징계인 ‘관계자 징계 및 경고’를 의결했다. 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이 프로그램이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과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만 출연시켜 공정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사건에 대한 여론조사를 리포트한 부분에 대해서는 응답률이 낮고 답변을 분류한 방식이 부적절하다며 객관성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권혁부 부위원장은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했다는 뉴스 전달이 1분27초, 심판 절차 등에 대한 해설이 1분49초인데, 김재연 의원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8분26초나 할애했다”며 초 단위로 ‘양적 공정성’을 따졌다.

그러나 바로 전날 <티브이조선>의 <뉴스쇼 판>에 대한 소위원회 심의에서 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제이티비시 심의 때와는 모순되는 주장을 했다. <뉴스쇼 판>은 서울시장과 성남시장 등을 ‘종북 성향’이라고 주장하는 정미홍씨만을 출연시켜 얘기를 들었다. ‘양적 공정성’ 측면에서 제이티비시와 티브이조선 프로그램은 크게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정씨는 트위터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을 ‘종북 지자체장’으로 묘사했다가 방통심의위 소위의 심의 전날 법원에서 500만원을 이 시장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가장 낮은 수준의 행정지도인 ‘의견제시’ 의견을 밝혔다. 권 부위원장은 “장안에 화제가 되니 방송사가 공적 영역에서 다룰 가치가 있다고 보고 불러 대담한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고, 엄광석 위원은 “화제가 된 인물을 방송사가 인터뷰하는 것은 당연하다. 방송사의 편성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15일 소위원회의 풍경도 비슷했다. 박창신 신부에 대한 검찰 수사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르다는 점을 지적한 김형태 변호사의 인터뷰를 내보낸 제이티비시 <뉴스9>에 대해, 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이념적 편향을 지닌 사람에게 장시간 해설을 맡겼다”며 공정성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른바 ‘애국 보수’ 패널들만을 불러 박 신부에 대해 “거짓말하라고 하느님이 가르쳐줬나” 등의 발언을 내보낸 티브이조선 <돌아온 저격수다>는 공정성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성희 심의위원은 “정치 패러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박 신부 발언으로 시비에스에 이어 제이티비시도 제재를 받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방송심의규정을 자의적으로 적용한다는 비판은 ‘공정성’과 ‘객관성’ 조항에 한정되지 않는다.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9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의 무리한 수사를 다룬 <한국방송>(KBS) <추적60분>에 대해 ‘경고’를 의결했다. 국정원 입장을 제대로 담지 않아 ‘공정성’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을 다룰 때에는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방송심의규정 11조(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를 어겼다는 것이다. 언론은 법원에 계류된 사건을 일상적으로 다루는데 하필 이 사건을 문제삼은 것이다. 자사 보도를 비판해도 제재를 가했다. 자사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보도가 ‘부실했다’고 지적한 한국방송의 옴부즈맨 프로그램 <시청자데스크>도 공정성 위반을 이유로 ‘권고’ 제재를 받았다. 지난해 8월에는 방송이 나간 지 4년 된 <문화방송>(MBC)의 <무릎팍도사> ‘안철수 편’이 일부 잘못된 발언을 전했다는 이유로 ‘권고’ 제재를 받았다. 예능 프로그램까지 방통심의위의 제재 칼날을 맞은 것이다.

특히 최근 제재는 공영방송이 친정권적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그나마 비판적 목소리를 전해온 제이티비시나 시비에스 등 민영 언론에 집중되는 양상을 띠어, 방송을 완전히 평정하려는 의지가 작용하지 않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야당 추천 심의위원들이 더는 참을 수 없다며 ‘정치 심의 보이콧’을 선언하고 심의에 불참하기도 했다. 전국언론노조와 한국피디연합회 등 언론 단체들은 23일 오전 방통심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통심의위가 언론 장악을 위한 정권의 첨병임을 자임하며 언론 길들이기, 언론 재갈 물리기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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