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 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신관 계단에서 길환영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길사장 재차 “사퇴 불가”
길 사장, 노조 엄중문책 경고
양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
이사회, 사장 해임안 26일 상정
길 사장, 노조 엄중문책 경고
양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
이사회, 사장 해임안 26일 상정
길환영 <한국방송>(KBS) 사장이 21일 “노조의 불법 선동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며 자신에 대한 퇴진 요구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제작을 거부하고 있는 한국방송기자협회는 ‘보도개입 진상조사단’을 통해 청와대 보도 외압 등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길 사장은 이날 사내 특별담화 방송을 통해 “9시 뉴스(<뉴스9>)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시를 한 적이 없다. 청와대에서도 기사 관련해서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재차 청와대 외압설을 부인했다. 그는 지난 9일부터 이어진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에 대해 열흘 만인 19일 이를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특히 길 사장은 자신에 대한 퇴진 목소리를 ‘정치적 목적의 선동’으로 규정했다. 그는 노조가 추진중인 파업을 ‘불법파업’이라 못박으면서 “1노조와 새노조에 엄중하게 경고한다. 불법선동과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그 어떤 사장보다 엄중히 그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길 사장은 그러면서도 “사장이 직접 참석하는 특별 공정방송위원회를 열 것을 노조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길 사장의 담화가 나오자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즉각 반박 성명을 내어 “회사에서 가장 정치적인 사람이 길 사장”이라며 “길 사장이 사퇴한다면 우리도 파업 찬반 투표를 즉각 중단하겠다”고 반박했다. 새노조와 한국방송 노동조합(1노조)은 이날 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갔다. 이날 현재 한국방송 서울 본사 기준 부장급 154명 가운데 22명(14.2%), 팀장급 308명 가운데 185명(60%)이 보직을 사퇴한 상태다.
전체 회원 500여명 가운데 90% 이상이 제작 거부에 동참하고 있는 한국방송기자협회는 이날 오후 긴급총회를 열어 향후 행동 방향을 논의했다. 기자협회는 김시곤 전 국장의 폭로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해 19일 꾸려진 ‘보도개입 진상조사단’을 통해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기자협회는 큐시트가 보도본부 내 한 부서에서 사장실로 전송된 팩스 송신 내역을 공개하며 “길 사장이 김 전 국장 외에 다른 비선 라인으로 뉴스 큐시트를 추가로 전달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국방송 이사회는 이날 밤 야당 추천 이사들이 19일 제출했던 길 사장 해임 제청안을 논의했으나, 격론 끝에 오는 26일 회의에 상정하기로 합의했다. 이사회는 길 사장에게 소명 기회도 주기로 했다.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이 되면 투표 등 향후 일정을 정하게 된다.
언론인권센터는 이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과 길환영 사장이 방송법을 위반하고 형법상 직권남용 및 강요죄도 저질렀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요청서를 제출했다.
이정국 김효실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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