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6층 회의실에서 제3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3차 회의가 열려 참석자들이 지면에 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토요판’ 집중 점검
기사 빡빡…가독성 높이려면 판형·레이아웃 변화 시도해야
기사 빡빡…가독성 높이려면 판형·레이아웃 변화 시도해야
국내 신문들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7월부터 감면을 단행해 일요판을 휴간하고 2002년부터 별도 섹션의 주말판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한겨레>는 2012년 1월28일치부터 레저, 여행, 쇼핑, 생활정보 등 가벼운 뉴스에 치중해온 기존 신문의 주말판에서 과감히 탈피한 ‘토요판’을 선보였다. 관행화된 틀을 뛰어넘는 형식과 내용으로 ‘토요일의 반전’을 표방하며 신문 전체 24면을 새롭게 뜯어고친 토요판 발행에 나섰다.
토요판 발행 2년6개월을 맞아 이번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에서는 토요판을 집중 점검했다. 열린편집위원들은 “우리가 전혀 몰랐던 사건과 인물들을 상기시켜주는 토요판 기획들이 인상적”이라며 기지촌 여성을 다룬 기획 등 커버스토리가 매주 흥미진진하다고 말했다. ‘정희진의 어떤 메모’는 집중력을 요구하는 글이지만 사유하는 방식이 청량감을 준다며 “그 정도의 무거움은 참고 읽어내야 할 것 같은 좋은 연재물”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체적으로 기사들이 매우 길고 빡빡해 벅차다며 판형을 좀더 작게 만드는 시도를 해봄직하다고 주문했다. 요일별 테마로 특화해 꾸미는 ‘한겨레2’(느린 뉴스 지면)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일부 위원은 ‘함께하는 교육’면에서 혁신학교가 과연 공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좀더 면밀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그 부작용에 대한 진단도 해달라고 말했다.
7월14일 조은 위원장의 사회로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6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3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3차 회의 내용을 정리해 지상 중계한다.
■ 가족과 연애, 시청률은 좋은데 이상한 드라마?
조은 위원장 이번 회의에선 ‘<한겨레> 토요판’ 지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자. 커버스토리를 비롯해 여러 고정 연재물의 읽을거리, 깊이, 가독성 등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주시고, 이어서 요일별로 테마를 특화한 ‘한겨레2’(느린 뉴스 지면)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눠보자.
오창익 사무국장 토요판은 주말 이틀간 읽는 신문으로 내용이 풍성하다. ‘친절한 기자들’ 꼭지의 경우 주중에 매일 쏟아지는 현안과 속보경쟁으로 인해 충분히 싣지 못한 내용을 친절하게 다시 다뤄주어 좋다. 인터뷰도 좋다. 전체적으로 지면이 짜임새 있고 호흡조절도 되고 재미도 있다.
한지혜 작가 지난 한달치 기사 중에서 6월14일치 커버스토리 ‘브라질 화가 비크 무니스’와 6월21일치 ‘베트남전 전문가 구수정’(이진순의 열림) 인터뷰가 매우 감동적이었다. 브라질 화가 기사 중간에 브라질 교육에 대한 대목이 나오는데 그 어느 교육 관련 기사보다 좋았다. 우리 교육이 어느 방향으로 나빠지면서 추락하게 될 것인지를 브라질을 통해 명확히 드러냈다. 다만, 7월12일치 ‘친절한 기자들’은 죽은 철도공단 이사장을 한번 더 죽인 느낌이 들었다. 기사 끝에 계좌번호를 언급한 대목은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오창익 격주로 연재되는 ‘연애’와 ‘가족’ 꼭지는 좀체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 많다. 우리 주변에 실제로 그런 사례들이 많은지, 아니면 흥미를 끌기 위해 편집에서 마사지를 한 건지 모르겠으나 이례적 상황을 다룬 글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글이 과연 누구한테 도움이 될까 의문이다. 토요판 모든 콘텐츠를 교양으로 처리해달라는 건 아니지만 연애와 가족 코너는 좀 작위적인 듯하다.
가족·연애, 이례적 내용 작위적
가독성 좋지만 익명의 푸념 불편 부미경 전 발행인 가족 코너는 평범한 삶을 살아온, 주변에 흔히 있을 듯한 가족 이야기 중에 평소 어디에든 발설하기 어려운 얘기들을 담아 전달해주고 있다. 그러나 7월5일치 ‘가족’에 나온 ‘타짜, 우리 할머니’ 이야기는 꽤 불쾌했다. 그 할머니의 굴곡진 삶을 잘 구성하면 큰 감동을 줄 수 있는데 매우 가벼운 방식으로 다뤘다. 가족이 어떤 콘셉트이길래 90살 어느 노인의 인생을 이렇게 가볍게 터치해도 되는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계도적 차원을 넘어 우리가 지향하는 가족관계에 대한 가치와 진실을 담아내야 한다. 폭력 아들한테 매맞는 어머니와 아들의 화해를 다룬 얼마 전의 가족 이야기도 일상에서의 가족 문제를 어떤 각도에서 조명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었다. 찌질한 가족 얘기를 하더라도 그 속에 뭔가 훈훈한 측면도 포착해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지혜 시가에 얽힌 가족 이야기든 연애 이야기든 글의 목적이 뭔지 드러나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읽는 사람한테 던져야 하는데 가족 코너는 그런 질문 없이 그랬다더라는 식에 그치고 있다. 다만, 새아버지와 관계가 나쁘지는 않지만 새아버지의 성을 따르고 싶지는 않다는 사례를 다룬 글은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다는 새로운 접근에서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 글 역시 애매한 상태로 끝나고 말았다. 익명의 누군가가 어찌할 수 없다며 푸념처럼 한탄하고 마는 건 읽는 독자로서도 난감하고 불편하다. ‘가족’과 ‘연애’ 코너는 가독성은 좋지만 ‘시청률은 좋은데 이상한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조은 신문에서 어떤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 의미있는 기사도 있지만 어떤 다른 시각을 독자에게 제시해줘야 좋은 것도 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무책임한 기사가 될 수도 있다. 가족 코너 역시 무엇을 위해 기사를 싣고 편집하는지 드러나게 해주면 좋겠다. 좋은 기획기사는 기획 의도도 좋고 충실하게 잘 취재했고 논증할 데이터도 제시하는 경우다. 7월5일치 ‘이진순의 열림’ 코너에 실린 밀양 할매 인터뷰는 가족을 통해 본 현대사로 매우 훌륭한 기사다. 연재물 ‘가족’과 ‘연애’는 우리의 연애 방식과 가족의 관계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다만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에 작위적인 요소가 얼마나 개입되는지 궁금하다. 독자들이 이 코너에 편지를 보내오면 편집에서 얼마나 손질하는지 궁금하다. 기지촌 여성의 문제제기 신선
우리 사회 치부 더 다뤄주길 ■ 기지촌 여성 등 기획물 인상적…폭과 깊이 더 살리길 이지은 대학원생 ‘연애’와 ‘가족’에 실리는 사례가 독자가 보내온 편지일 경우 편집자와 글쓴이 사이에 서로 얘기를 나누는 피드백이 오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을 기사 말미에 붙여주면 더 신뢰성이 있겠다. 부미경 ‘연애’ 코너 역시 비실명이라서 글에 진실성이 있는지 간혹 의문이 든다. 앞서 무게감 있는 기사들이 이어지다가 가족 및 연애 코너에 이르면 통속적인 삼류드라마 같은, 감동도 별로 없는 글이 나오는데 애매하다. 연애 이야기라면 차라리 2005년쯤 <한겨레21>에 연재된 ‘김소희의 오마이섹스’처럼 일반적 통념을 확 쑤시고 들어오는 칼럼 형식으로 20대 청춘 누군가 책임지고 실명으로 쓰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 고경태 에디터 ‘가족’ 연재물은 상대적으로 무거운 주제의 기사들 틈에 끼인 일상에 관한 기사라 할 만하다. 기존 신문들의 주말판 이미지가 레저, 맛집, 여행 정보였다면 한겨레는 그쪽으로 가지 않고 뉴스로 승부하겠다고 표방했다. 이름도 주말판이 아니라 토요판으로 달았다. 그 속에서 어느 정도 여백의 성격으로 가족면과 티브이(TV)면을 넣었다. 가족 코너는 우리 사회의 가족 모습, 연애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한다. 감동적인 스토리도 있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글도 한두번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관계가 빚는 갈등을 중심으로 쉽게 공식적으로 꺼내기 어려운 뭔가 비루하고 찌질하고 어떤 때는 통념상 비정상적인 모습이 있더라도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 가족과 연애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독자 스스로 보내오는 편지도 없지 않지만 여러 방식을 통해 외부 원고를 받고 있다. 시어머니가 <한겨레>를 보신다는 등의 이유로 자기 이름을 걸고 쓰겠다는 독자는 없다. 작위적인 편집이나 각색은 하지 않는다. 다만 직업이나 고향 등 상황 설정을 간혹 바꿔 글쓴이가 드러나지 않도록 한다. 90살 타짜 할머니는 손녀의 시각에서 할머니의 삶에 대해 에세이로 쓴 것이다. ‘가족’과 ‘연애’면에 찌라시 같은 얘기를 소개하느냐는 비판에 대한 보완점은 숙고해보겠다. 다만 다양한 가족 군상과 연애의 풍경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코너의 존재 의미는 있다고 본다. 한지혜 7월12일치 커버스토리 ‘누가 홍명보를…’의 경우 홍 감독 해임을 둘러싼 어떤 다른 시각이 기사에 나올 걸로 기대했는데 대담 형식만 취했을 뿐 여기저기 다른 곳에서도 나온 얘기를 다시 모아놓은 듯했다. 대담자 네명이 제각각 “내가 가까이서 보니까 실제는 더해, 더 웃겨”라고 말하는 내용이었다. ‘축피아’ 용어를 제시했으나 축구협회의 문제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조은 토요판은 우리가 전혀 몰랐던 사건들을 상기시켜주는 기획들이 인상적이다. 기지촌 여성 위안부 문제를 다룬 커버스토리가 그중 하나다. 다만 그런 유형의 기사는 그 문제를 잘 아는 사람한테는 신뢰를 줄 만큼 기사가 전문적이어야 하고, 전혀 몰랐던 사람한테는 호기심을 주는 콘텐츠여야 한다. 이 기사는 제주의 강정 해군기지 문제까지 확장했으면 좋았겠다. 어떤 해군 제독이 “강정마을에 기지가 들어서면 몸 파는 여성들이 들어와 위안 산업으로 지역이 잘살 수 있다”고 부끄러움 없이 말했다는데 여성의 몸을 활용해 경제가 버티고 있는 우리 사회의 치부를 더 자세하고 폭넓게 다뤄주면 좋겠다. 오창익 ‘이승한의 술탄 오브 더 티브이’는 연예인 누구를 다루든 필자의 실력도 탄탄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도 좋다. 다만 일부 고정물은 그 이미지가 고정화돼 매주 다른 소재와 주제를 다루더라도 흔히 안 읽고 넘어가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고정물의 완고한 콘셉트를 희석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고정 꼭지마다 한 면 통으로 분량이 제법 많다 보니 얘기하지 않아도 되는 대목까지 불필요하게 쓰는 경우가 있다. ‘뉴스분석 왜?’ 꼭지 중 ‘재력가 살인사건 피의자 김형식’ 기사(7월12일치 11면 )의 경우 김 의원의 이력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건 좋지만 살인교사 혐의를 다투고 있는 중인데 그가 한신대를 나왔고 엔엘(NL)이 아니고 피디(PD) 계열이고 총학생회장 출신이고 신기남 의원 보좌관을 지냈다는 정보를 굳이 쓸 필요가 있었는지? 그의 학생운동 경력이 범죄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궁금하다. 기사에 언급된 대학, 인물들이 이 사건에 한데 끌려들어가 호명되고 있어 불편했다. 김형식 기사 토착자본 유착 팠으면
‘잊지 않겠습니다’ 기획 계속 되길 ■ 토요판 판형 검토 필요…‘책과 생각’ 토요판에 실렸으면 조은 김 의원에 관한 정보는 일부 드러날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기사에 호명된 관련 인물들은 인권 측면에서 보면 적절치 않은 면이 있다. 이번 사건을 학생운동의 비도덕성으로 몰아가려는 쪽도 있고, 오히려 학생운동 전력을 보여줌으로써 조작된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싶어하는 쪽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를 개인적 범죄로 보고 그가 누구인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토착자본과 기초의원들의 연계라는 문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또다른 사건이라는 측면에서 심도있게 파고들 필요가 있다. ‘구조 속의 개인’이란 관점에서 사안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지은 토요판을 읽다 보면 내가 신문세대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든다. 레이아웃이나 지면배치가 눈에 잘 안 들어온다. 커버스토리가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데 중간에 어디서 끊어가며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고 읽다가 끊기면 다시 찾아가기도 힘들다. 중간중간에 사진이나 그래픽 요소들을 역동적으로 넣어주면 좋겠다. 7월12일치 별자리 기사의 경우 재미있는 소재인데도 시각적 요소가 적어서 재미없게 읽힌다. 전반적으로 토요판 레이아웃이 정체돼 있는 듯하다. 토요판 24면 대부분의 배열이 거의 똑같다. 긴 글도 필요하겠지만, 얼마 전 미국의 어느 신문 기사를 보니 미국 내 빈부격차 주제를 20년간의 데이터를 모아 그래픽 하나로 명징하게 보여주더라. 그래픽 요소를 활용해 명료하게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조은 전반적으로 토요판 편집을 좀더 세련되게 시도해보면 좋겠다. 지금의 토요판이 가지고 다니며 보기 편한 편집은 아닌 듯하다. <뉴욕 타임스>일요판처럼, 묵직한 토요판 기사들을 주말 이틀간 나들이 가서 혹은 집에서 곁에 놔두고 뒹굴며 틈나는 대로 꺼내 볼 수 있도록 판형을 바꿔볼 필요가 있겠다. 커버스토리의 경우 1면에 충격적일 정도의 인상적인 사진을 넣고 지면 안쪽에 본문 기사를 넣는 방식은 좋다. 다만 1면 기사 중에서 안쪽 몇 면으로 이어지는 기사가 둘 이상이면 좀 불편하고 헷갈릴 때도 있다. 어떤 기사는 짧은 미니멀리즘 스타일로 보여주고 또 어떤 건 긴 호흡의 글로 전달할 수 있다. 이 둘의 중간을 추구하기보다는 양자를 적절히 배치해 달라. 레저와 여행 정보가 가벼운 기사일 수 있지만 같은 생활정보라도 다른 신문들이 다루지 않은 시각에서 좋은 기사로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지혜 전체적으로 기사들이 매우 길고 빡빡해 벅차다. 판형을 좀더 작게 해보면 어떨까 싶다. 토요판에 광고도 별로 없으므로 시도해봄직한데…. 고경태 사진을 큼지막하게 넣는다고 가독성이 높아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 한겨레 토요판은 애초부터 작정하고 ‘읽는 신문’ 콘셉트로 갔다. 그래픽 요소를 많이 넣고 적게 넣고가 결정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현재의 문제점을 보완할 제3의 대안적 편집을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 오창익 꼭 토요판에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매주 월요일치에 배치하고 있는 ‘책과 생각’ 섹션을 토요판으로 옮기면 어떨까 싶다. 지난주 토요일에 다른 신문에서 대부분 다룬 책 이야기를 이틀 지나 월요일에 뒷북치듯 다시 보게 된다. 이틀의 시간을 더 가진다고 기사의 완성도가 대폭 높아지거나 기자의 생각이 농익는 것도 별로 아닌 듯하다. 조은 내 생각에도 월요일에 출근해 책 읽고 있을 독자가 출판사 직원 말고 얼마나 있을까 싶다. 책 읽기엔 월요일이 애매한 시간이다. 한지혜 나는 책 지면이 월요일 섹션에 나오는 지금이 좋다. 주말판을 가벼운 읽을거리로 여기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토요판에 실리는 서평란은 읽지 않고 건너뛰기 쉬운 형식적인 지면이 되기 쉽다. 다만 월요일 ‘책과 생각’은 지면 구성이나 신간 소개 방식에서 다른 신문과 별로 차별화한 대목이 보이지 않는다. 부미경 토요판 연재물 대다수가 한 면 통으로 돼 있다. 흥미를 끌지 않는 이슈나 주제의 연재물은 안 읽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커버스토리 주제가 대체로 신선하긴 하지만 ‘르포’ 등 각각의 고정물의 경우 아이템에 따라 독자가 선택적으로 읽게 된다. 그러다 보면 볼거리 없이 24면이 다 끝나기도 한다. 게다가 대체로 무거운 주제의 글들인데 가독성 있게 구성·편집해 담아주지 못하고 있어서 읽으면 좋고 하는 식으로 던져놓은 느낌마저 든다. 고정물 몇 개 건너뛰다 보면 읽을 게 별로 없어지기도 하므로 ‘책과 생각’을 토요판에 넣어주면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정희진·이승한 고정물 필력 좋아
일부 칼럼 필자 편차 커 성격 모호 ■ 정희진의 메모, 청량감 있어…일부 칼럼 모호
부미경 고정 칼럼 ‘정희진의 어떤 메모’는 20~30대 여성 중심으로 페이스북에 기사 링크를 거는 등 공감하는 독자가 많다. 상식의 틀에서 비켜가는 발상과 생각으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읽는 묘미가 있다. 사람들을 확 끌어당기는 이슈가 토요판에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데 정희진씨의 글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공유하고 싶은 읽을거리로 자리잡은 듯하다.
한지혜 글을 보면 정희진씨는 아마도 건조하고 냉정하고 정의로운 사람일 것 같다. 내용이 좀 어렵고 힘들긴 하지만 따라가며 읽어보고 싶은 글이다. 조은 정희진의 어떤 메모를 잘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독자가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한겨레가 이 칼럼을 계속 실어주길 바란다. 글이 대체로 무겁고 어둡지만 사유하는 방식이 청량감을 준다. 집중력을 요구하는 글이지만 그 정도의 무거움은 참고 읽어내야 할 것 같은 내용이다. 다만 2면 한쪽에 칼럼이 밀려서 박혀 있는 느낌을 준다.
오창익 23면에 실리는 칼럼 ‘크리틱’과 ‘삶의 창’은 왜 같은 꼭지로 모아놓은 건지 모를 정도로 필자의 편차가 매우 크다. 크리틱의 필자 문강형준과 서해성은 완전히 다른 세상의 다른 영역에 있으면서 글의 소재도 전혀 다르다. 삶의 창도 마찬가지다. 칼럼이야 필자가 마음대로 정해 쓰는 것이지만 종교인이나 소수자 혹은 비주류에 속한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것인지, 코너의 성격이 불분명하다.
한지혜 몇몇 지면 아래에 있는 작은 상자 칼럼은 콘셉트가 좀 애매할 때가 있다. 위의 글과 잘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다소 어수선해 보인다. 또 전형적이지 않은 어떤 이례적인 얘기들을 주로 다루는 패턴을 보이고 있어서 엉뚱해 보이기도 한다. 부미경 최근 새로 선보인 ‘손잡고’는 노동자 손배가압류를 다루고 있는데 시민으로서 의무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보고 있다. 꼭 다뤄야 할 이슈이지만, 그 내용과 구성을 독자가 좀더 편하게 읽고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고민해달라. 조은 ‘손잡고’는 읽는 사람에게 미안한 느낌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 손배가압류를 법적으로 풀려 하기보다는 왜 노동자들이 손배소송 대상이 됐는지 시민 각자가 알 수 있게 해주고, 읽고 나서 스스로 미안해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양식있는 시민들이 ‘손잡고’에 뛰어들게 끌어들이는 쪽으로 기사를 작성해 달라.
조계완 심의위원 토요판에 과거사를 다룬 콘텐츠가 많다. ‘만화 인천상륙작전’, ‘박태균의 베트남전쟁’, ‘김형민의 응답하라 1990’ 등이 그렇다. 반면, 미래 트렌드가 별로 안 보인다. 또 젊은 기자들을 주축으로 현장체험이나 익숙하지 않은 낯선 사회적 이슈와 소재의 인물·사건을 발굴해 주로 다루는 경향이 보인다. 상대적으로 정치 및 경제 핫이슈엔 다소 취약해 보인다. 오랜 취재경험으로 전문성을 갖춘 경륜 있는 기자들이 정치·경제 이슈에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더 완숙한 맛이 나는 지면이 될 것 같다. 고경태 토요판을 처음 설계할 때부터 ‘역사’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쪽으로 지면 전략을 짰다. 독자 수요 조사를 할 때 이런 전략이 괜찮을지 묻기도 했다. ‘미래’ 간판을 달아야만 미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접근 방법이다. 지금의 고정물인 ‘별’도 ‘몸’ 또는 ‘생명’도 하나의 미래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아직 아이디어 단계지만 ‘몸’을 폐지하고 몸의 한 부위를 집중적으로 다뤄볼 생각도 있다. 예컨대 ‘눈’의 경우 건강뿐 아니라 과학, 역사, 인문학 등이 종합된 아이템이 될 수 있고, 접근 방법을 달리하면 미래로 연결될 수도 있다.
교육 섹션, 혁신학교 단점도 다뤄야
‘책과 생각’ 토요일치로 옮겼으면 ■ 혁신학교 비판 접근 필요…1면 ‘잊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실었으면 조은 이제 ‘한겨레2’ 섹션으로 넘어가자. 수요일 테마 ‘나는 농부다’가 주로 귀농인 중심으로 풀어가고 있다. 시민 각자가 길을 멈춰 서서 자기 삶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지면으로, 즉 꼭 농촌에 자리잡지 않고서도 도회지 보통사람도 자연과 함께 재미나게 사는 길을 보여주는 수준으로 낮춰주면 좋겠다. 오창익 ‘나는 농부다’가 뭔가 삶을 전환하고 거듭나 (귀농)결단을 내린 대단한 분들 위주로 소개돼 약간 불편하다. 화요일 테마 ‘함께하는 교육’면에 실린 “새 입시 스펙 떠오른 ‘논문’…‘한편 지도에 300만원’”(7월8일치 22면) 기사는 논술 컨설팅 지도를 따라하라고 선동하는 것도 같고 그러지 못하는 독자를 좌절시키는 듯도 하다. 교육 지면에서 가끔 혁신학교를 다루고 있는데 혁신학교가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진짜 모델인지 궁금하다. 혁신학교 기사엔 우리 편이라는 어떤 진영논리가 은연중 작동하지 않았나 싶다. 한지혜 7월1일치 ‘함께하는 교육’면과 6월9일치 1면 등에서 한겨레가 혁신학교 모델을 크게 다뤘는데 혁신학교의 좋은 점만 불러주는 대로 받아쓴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학교마다 혁신학교 운영모델이 제각각 다른데 기사는 마치 그런 모델들이 전부 모인 게 혁신학교인 듯이 썼다. 혁신학교는 대안학교와 달리 학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나 혁신학교 주변마다 전셋값이 폭등하고 있다. 돈을 가진 학부모가 자퇴생 만들기 싫어 선택하는 게 혁신학교라는 비판도 있다. 그럼 혁신학교 주변에 살던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이건 파행이다. 혁신학교가 과연 공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좀더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진단도 해야 한다. 오창익 지금 1면에 세월호 관련해 연재중인 박재동 화백의 그림 기획 ‘잊지 않겠습니다’는 혁신적이고 대단하고 또 과감한 지면 배치다. 독자로서 감사드린다. 날마다 현안과 이슈가 많고 이것들을 담아야 하는 신문 1면에 꾸준히 이 기획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텐데 중단없이 끝까지 해주면 좋겠다. 오늘이 몇 번째 기획인지 알 수 있게 횟수를 적어주면 좋겠다. 한지혜 이 기획연재를 끝까지 해주고, 하나의 기록물로도 큰 의미가 있는 만큼 여기서 못 다룬 내용들은 내년 4월쯤 기회가 되면 생존 학생들의 이야기까지 보태 단행본으로 묶어 낼 수도 있겠다. 김종철 에디터 한겨레 토요판은 뉴스와 기획의 공존을 보여준, 신문 주말판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한 시도였다고 우리 내부적으론 평가하고 있다. 한겨레 토요판 이후 다른 신문들이 잇따라 ‘토요판’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비슷한 포맷으로 따라오고 있기도 하다. 물론 토요판을 선보인 지 2년6개월이 된 지금 시점에서 진부한 기획은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사마다 호흡이 너무 길어 벅차다거나 그래픽 요소가 잘 안 보인다, 가족과 연애 이야기를 날것 그대로 보여주기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는 위원님들의 유익한 지적에도 귀를 기울이겠다. 판형을 타블로이드 등으로 바꾸는 문제는 고민해보겠지만 광고 등 현실적인 사정으로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책과 생각’ 섹션의 요일 이동은 독자 의견을 좀더 수렴해서 지면 개편 때 검토해보겠다. 정리 조계완 콘텐츠평가팀 심의위원 kyewan@hani.co.kr
제3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위원(참석자)
<위원장>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사회학)
<사외 위원>
부미경 <은평시민신문> 전 발행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이지은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생, 한지혜 작가(소설가)
<사내 위원>
김종철 편집국 에디터부문장, 고경태 편집국 토요판에디터, 조계완 콘텐츠평가팀 심의위원
<위원장>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사회학)
<사외 위원>
부미경 <은평시민신문> 전 발행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이지은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생, 한지혜 작가(소설가)
<사내 위원>
김종철 편집국 에디터부문장, 고경태 편집국 토요판에디터, 조계완 콘텐츠평가팀 심의위원
가독성 좋지만 익명의 푸념 불편 부미경 전 발행인 가족 코너는 평범한 삶을 살아온, 주변에 흔히 있을 듯한 가족 이야기 중에 평소 어디에든 발설하기 어려운 얘기들을 담아 전달해주고 있다. 그러나 7월5일치 ‘가족’에 나온 ‘타짜, 우리 할머니’ 이야기는 꽤 불쾌했다. 그 할머니의 굴곡진 삶을 잘 구성하면 큰 감동을 줄 수 있는데 매우 가벼운 방식으로 다뤘다. 가족이 어떤 콘셉트이길래 90살 어느 노인의 인생을 이렇게 가볍게 터치해도 되는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계도적 차원을 넘어 우리가 지향하는 가족관계에 대한 가치와 진실을 담아내야 한다. 폭력 아들한테 매맞는 어머니와 아들의 화해를 다룬 얼마 전의 가족 이야기도 일상에서의 가족 문제를 어떤 각도에서 조명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었다. 찌질한 가족 얘기를 하더라도 그 속에 뭔가 훈훈한 측면도 포착해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지혜 시가에 얽힌 가족 이야기든 연애 이야기든 글의 목적이 뭔지 드러나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읽는 사람한테 던져야 하는데 가족 코너는 그런 질문 없이 그랬다더라는 식에 그치고 있다. 다만, 새아버지와 관계가 나쁘지는 않지만 새아버지의 성을 따르고 싶지는 않다는 사례를 다룬 글은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다는 새로운 접근에서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 글 역시 애매한 상태로 끝나고 말았다. 익명의 누군가가 어찌할 수 없다며 푸념처럼 한탄하고 마는 건 읽는 독자로서도 난감하고 불편하다. ‘가족’과 ‘연애’ 코너는 가독성은 좋지만 ‘시청률은 좋은데 이상한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조은 신문에서 어떤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 의미있는 기사도 있지만 어떤 다른 시각을 독자에게 제시해줘야 좋은 것도 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무책임한 기사가 될 수도 있다. 가족 코너 역시 무엇을 위해 기사를 싣고 편집하는지 드러나게 해주면 좋겠다. 좋은 기획기사는 기획 의도도 좋고 충실하게 잘 취재했고 논증할 데이터도 제시하는 경우다. 7월5일치 ‘이진순의 열림’ 코너에 실린 밀양 할매 인터뷰는 가족을 통해 본 현대사로 매우 훌륭한 기사다. 연재물 ‘가족’과 ‘연애’는 우리의 연애 방식과 가족의 관계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다만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에 작위적인 요소가 얼마나 개입되는지 궁금하다. 독자들이 이 코너에 편지를 보내오면 편집에서 얼마나 손질하는지 궁금하다. 기지촌 여성의 문제제기 신선
우리 사회 치부 더 다뤄주길 ■ 기지촌 여성 등 기획물 인상적…폭과 깊이 더 살리길 이지은 대학원생 ‘연애’와 ‘가족’에 실리는 사례가 독자가 보내온 편지일 경우 편집자와 글쓴이 사이에 서로 얘기를 나누는 피드백이 오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을 기사 말미에 붙여주면 더 신뢰성이 있겠다. 부미경 ‘연애’ 코너 역시 비실명이라서 글에 진실성이 있는지 간혹 의문이 든다. 앞서 무게감 있는 기사들이 이어지다가 가족 및 연애 코너에 이르면 통속적인 삼류드라마 같은, 감동도 별로 없는 글이 나오는데 애매하다. 연애 이야기라면 차라리 2005년쯤 <한겨레21>에 연재된 ‘김소희의 오마이섹스’처럼 일반적 통념을 확 쑤시고 들어오는 칼럼 형식으로 20대 청춘 누군가 책임지고 실명으로 쓰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 고경태 에디터 ‘가족’ 연재물은 상대적으로 무거운 주제의 기사들 틈에 끼인 일상에 관한 기사라 할 만하다. 기존 신문들의 주말판 이미지가 레저, 맛집, 여행 정보였다면 한겨레는 그쪽으로 가지 않고 뉴스로 승부하겠다고 표방했다. 이름도 주말판이 아니라 토요판으로 달았다. 그 속에서 어느 정도 여백의 성격으로 가족면과 티브이(TV)면을 넣었다. 가족 코너는 우리 사회의 가족 모습, 연애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한다. 감동적인 스토리도 있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글도 한두번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관계가 빚는 갈등을 중심으로 쉽게 공식적으로 꺼내기 어려운 뭔가 비루하고 찌질하고 어떤 때는 통념상 비정상적인 모습이 있더라도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 가족과 연애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독자 스스로 보내오는 편지도 없지 않지만 여러 방식을 통해 외부 원고를 받고 있다. 시어머니가 <한겨레>를 보신다는 등의 이유로 자기 이름을 걸고 쓰겠다는 독자는 없다. 작위적인 편집이나 각색은 하지 않는다. 다만 직업이나 고향 등 상황 설정을 간혹 바꿔 글쓴이가 드러나지 않도록 한다. 90살 타짜 할머니는 손녀의 시각에서 할머니의 삶에 대해 에세이로 쓴 것이다. ‘가족’과 ‘연애’면에 찌라시 같은 얘기를 소개하느냐는 비판에 대한 보완점은 숙고해보겠다. 다만 다양한 가족 군상과 연애의 풍경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코너의 존재 의미는 있다고 본다. 한지혜 7월12일치 커버스토리 ‘누가 홍명보를…’의 경우 홍 감독 해임을 둘러싼 어떤 다른 시각이 기사에 나올 걸로 기대했는데 대담 형식만 취했을 뿐 여기저기 다른 곳에서도 나온 얘기를 다시 모아놓은 듯했다. 대담자 네명이 제각각 “내가 가까이서 보니까 실제는 더해, 더 웃겨”라고 말하는 내용이었다. ‘축피아’ 용어를 제시했으나 축구협회의 문제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잘 드러나지 않았다. 조은 토요판은 우리가 전혀 몰랐던 사건들을 상기시켜주는 기획들이 인상적이다. 기지촌 여성 위안부 문제를 다룬 커버스토리가 그중 하나다. 다만 그런 유형의 기사는 그 문제를 잘 아는 사람한테는 신뢰를 줄 만큼 기사가 전문적이어야 하고, 전혀 몰랐던 사람한테는 호기심을 주는 콘텐츠여야 한다. 이 기사는 제주의 강정 해군기지 문제까지 확장했으면 좋았겠다. 어떤 해군 제독이 “강정마을에 기지가 들어서면 몸 파는 여성들이 들어와 위안 산업으로 지역이 잘살 수 있다”고 부끄러움 없이 말했다는데 여성의 몸을 활용해 경제가 버티고 있는 우리 사회의 치부를 더 자세하고 폭넓게 다뤄주면 좋겠다. 오창익 ‘이승한의 술탄 오브 더 티브이’는 연예인 누구를 다루든 필자의 실력도 탄탄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도 좋다. 다만 일부 고정물은 그 이미지가 고정화돼 매주 다른 소재와 주제를 다루더라도 흔히 안 읽고 넘어가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고정물의 완고한 콘셉트를 희석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고정 꼭지마다 한 면 통으로 분량이 제법 많다 보니 얘기하지 않아도 되는 대목까지 불필요하게 쓰는 경우가 있다. ‘뉴스분석 왜?’ 꼭지 중 ‘재력가 살인사건 피의자 김형식’ 기사(7월12일치 11면 )의 경우 김 의원의 이력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건 좋지만 살인교사 혐의를 다투고 있는 중인데 그가 한신대를 나왔고 엔엘(NL)이 아니고 피디(PD) 계열이고 총학생회장 출신이고 신기남 의원 보좌관을 지냈다는 정보를 굳이 쓸 필요가 있었는지? 그의 학생운동 경력이 범죄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궁금하다. 기사에 언급된 대학, 인물들이 이 사건에 한데 끌려들어가 호명되고 있어 불편했다. 김형식 기사 토착자본 유착 팠으면
‘잊지 않겠습니다’ 기획 계속 되길 ■ 토요판 판형 검토 필요…‘책과 생각’ 토요판에 실렸으면 조은 김 의원에 관한 정보는 일부 드러날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기사에 호명된 관련 인물들은 인권 측면에서 보면 적절치 않은 면이 있다. 이번 사건을 학생운동의 비도덕성으로 몰아가려는 쪽도 있고, 오히려 학생운동 전력을 보여줌으로써 조작된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싶어하는 쪽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를 개인적 범죄로 보고 그가 누구인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토착자본과 기초의원들의 연계라는 문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또다른 사건이라는 측면에서 심도있게 파고들 필요가 있다. ‘구조 속의 개인’이란 관점에서 사안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지은 토요판을 읽다 보면 내가 신문세대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든다. 레이아웃이나 지면배치가 눈에 잘 안 들어온다. 커버스토리가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데 중간에 어디서 끊어가며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고 읽다가 끊기면 다시 찾아가기도 힘들다. 중간중간에 사진이나 그래픽 요소들을 역동적으로 넣어주면 좋겠다. 7월12일치 별자리 기사의 경우 재미있는 소재인데도 시각적 요소가 적어서 재미없게 읽힌다. 전반적으로 토요판 레이아웃이 정체돼 있는 듯하다. 토요판 24면 대부분의 배열이 거의 똑같다. 긴 글도 필요하겠지만, 얼마 전 미국의 어느 신문 기사를 보니 미국 내 빈부격차 주제를 20년간의 데이터를 모아 그래픽 하나로 명징하게 보여주더라. 그래픽 요소를 활용해 명료하게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조은 전반적으로 토요판 편집을 좀더 세련되게 시도해보면 좋겠다. 지금의 토요판이 가지고 다니며 보기 편한 편집은 아닌 듯하다. <뉴욕 타임스>일요판처럼, 묵직한 토요판 기사들을 주말 이틀간 나들이 가서 혹은 집에서 곁에 놔두고 뒹굴며 틈나는 대로 꺼내 볼 수 있도록 판형을 바꿔볼 필요가 있겠다. 커버스토리의 경우 1면에 충격적일 정도의 인상적인 사진을 넣고 지면 안쪽에 본문 기사를 넣는 방식은 좋다. 다만 1면 기사 중에서 안쪽 몇 면으로 이어지는 기사가 둘 이상이면 좀 불편하고 헷갈릴 때도 있다. 어떤 기사는 짧은 미니멀리즘 스타일로 보여주고 또 어떤 건 긴 호흡의 글로 전달할 수 있다. 이 둘의 중간을 추구하기보다는 양자를 적절히 배치해 달라. 레저와 여행 정보가 가벼운 기사일 수 있지만 같은 생활정보라도 다른 신문들이 다루지 않은 시각에서 좋은 기사로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지혜 전체적으로 기사들이 매우 길고 빡빡해 벅차다. 판형을 좀더 작게 해보면 어떨까 싶다. 토요판에 광고도 별로 없으므로 시도해봄직한데…. 고경태 사진을 큼지막하게 넣는다고 가독성이 높아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 한겨레 토요판은 애초부터 작정하고 ‘읽는 신문’ 콘셉트로 갔다. 그래픽 요소를 많이 넣고 적게 넣고가 결정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현재의 문제점을 보완할 제3의 대안적 편집을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 오창익 꼭 토요판에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매주 월요일치에 배치하고 있는 ‘책과 생각’ 섹션을 토요판으로 옮기면 어떨까 싶다. 지난주 토요일에 다른 신문에서 대부분 다룬 책 이야기를 이틀 지나 월요일에 뒷북치듯 다시 보게 된다. 이틀의 시간을 더 가진다고 기사의 완성도가 대폭 높아지거나 기자의 생각이 농익는 것도 별로 아닌 듯하다. 조은 내 생각에도 월요일에 출근해 책 읽고 있을 독자가 출판사 직원 말고 얼마나 있을까 싶다. 책 읽기엔 월요일이 애매한 시간이다. 한지혜 나는 책 지면이 월요일 섹션에 나오는 지금이 좋다. 주말판을 가벼운 읽을거리로 여기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토요판에 실리는 서평란은 읽지 않고 건너뛰기 쉬운 형식적인 지면이 되기 쉽다. 다만 월요일 ‘책과 생각’은 지면 구성이나 신간 소개 방식에서 다른 신문과 별로 차별화한 대목이 보이지 않는다. 부미경 토요판 연재물 대다수가 한 면 통으로 돼 있다. 흥미를 끌지 않는 이슈나 주제의 연재물은 안 읽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커버스토리 주제가 대체로 신선하긴 하지만 ‘르포’ 등 각각의 고정물의 경우 아이템에 따라 독자가 선택적으로 읽게 된다. 그러다 보면 볼거리 없이 24면이 다 끝나기도 한다. 게다가 대체로 무거운 주제의 글들인데 가독성 있게 구성·편집해 담아주지 못하고 있어서 읽으면 좋고 하는 식으로 던져놓은 느낌마저 든다. 고정물 몇 개 건너뛰다 보면 읽을 게 별로 없어지기도 하므로 ‘책과 생각’을 토요판에 넣어주면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정희진·이승한 고정물 필력 좋아
일부 칼럼 필자 편차 커 성격 모호 ■ 정희진의 메모, 청량감 있어…일부 칼럼 모호
토요판 7월5일치 1면
토요판 7월5일치 17면
‘책과 생각’ 토요일치로 옮겼으면 ■ 혁신학교 비판 접근 필요…1면 ‘잊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실었으면 조은 이제 ‘한겨레2’ 섹션으로 넘어가자. 수요일 테마 ‘나는 농부다’가 주로 귀농인 중심으로 풀어가고 있다. 시민 각자가 길을 멈춰 서서 자기 삶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지면으로, 즉 꼭 농촌에 자리잡지 않고서도 도회지 보통사람도 자연과 함께 재미나게 사는 길을 보여주는 수준으로 낮춰주면 좋겠다. 오창익 ‘나는 농부다’가 뭔가 삶을 전환하고 거듭나 (귀농)결단을 내린 대단한 분들 위주로 소개돼 약간 불편하다. 화요일 테마 ‘함께하는 교육’면에 실린 “새 입시 스펙 떠오른 ‘논문’…‘한편 지도에 300만원’”(7월8일치 22면) 기사는 논술 컨설팅 지도를 따라하라고 선동하는 것도 같고 그러지 못하는 독자를 좌절시키는 듯도 하다. 교육 지면에서 가끔 혁신학교를 다루고 있는데 혁신학교가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진짜 모델인지 궁금하다. 혁신학교 기사엔 우리 편이라는 어떤 진영논리가 은연중 작동하지 않았나 싶다. 한지혜 7월1일치 ‘함께하는 교육’면과 6월9일치 1면 등에서 한겨레가 혁신학교 모델을 크게 다뤘는데 혁신학교의 좋은 점만 불러주는 대로 받아쓴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학교마다 혁신학교 운영모델이 제각각 다른데 기사는 마치 그런 모델들이 전부 모인 게 혁신학교인 듯이 썼다. 혁신학교는 대안학교와 달리 학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나 혁신학교 주변마다 전셋값이 폭등하고 있다. 돈을 가진 학부모가 자퇴생 만들기 싫어 선택하는 게 혁신학교라는 비판도 있다. 그럼 혁신학교 주변에 살던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이건 파행이다. 혁신학교가 과연 공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좀더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진단도 해야 한다. 오창익 지금 1면에 세월호 관련해 연재중인 박재동 화백의 그림 기획 ‘잊지 않겠습니다’는 혁신적이고 대단하고 또 과감한 지면 배치다. 독자로서 감사드린다. 날마다 현안과 이슈가 많고 이것들을 담아야 하는 신문 1면에 꾸준히 이 기획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텐데 중단없이 끝까지 해주면 좋겠다. 오늘이 몇 번째 기획인지 알 수 있게 횟수를 적어주면 좋겠다. 한지혜 이 기획연재를 끝까지 해주고, 하나의 기록물로도 큰 의미가 있는 만큼 여기서 못 다룬 내용들은 내년 4월쯤 기회가 되면 생존 학생들의 이야기까지 보태 단행본으로 묶어 낼 수도 있겠다. 김종철 에디터 한겨레 토요판은 뉴스와 기획의 공존을 보여준, 신문 주말판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한 시도였다고 우리 내부적으론 평가하고 있다. 한겨레 토요판 이후 다른 신문들이 잇따라 ‘토요판’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비슷한 포맷으로 따라오고 있기도 하다. 물론 토요판을 선보인 지 2년6개월이 된 지금 시점에서 진부한 기획은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사마다 호흡이 너무 길어 벅차다거나 그래픽 요소가 잘 안 보인다, 가족과 연애 이야기를 날것 그대로 보여주기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는 위원님들의 유익한 지적에도 귀를 기울이겠다. 판형을 타블로이드 등으로 바꾸는 문제는 고민해보겠지만 광고 등 현실적인 사정으로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책과 생각’ 섹션의 요일 이동은 독자 의견을 좀더 수렴해서 지면 개편 때 검토해보겠다. 정리 조계완 콘텐츠평가팀 심의위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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