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망언을 한 사실을 보도한 지난 6월12일 KBS 뉴스. KBS 화면 캡쳐
방통심의위 소위, 관계자 진술 청취 결정
중징계 위한 법적 요건 사실상 갖춘 셈
중징계 위한 법적 요건 사실상 갖춘 셈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 발언 등을 처음 보도한 <한국방송>(KBS)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서 법정제재(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 전 후보자는 강연에서 “식민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 말하는 등 역사인식에 문제를 보여 결국 지명 14일 만에 낙마한 바 있다. 방심위 산하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는 21일 임시회의를 열어 한국방송의 해당 보도와 관련해 ‘관계자 의견진술 청취’를 결정했다. 의견진술은 법정제재를 내리거나 위원간 논란이 있을 때 그 전 단계로 해당 방송 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다. 5명 위원 가운데 야당 추천인 박신서·장낙인 위원은 “문제없음”을 주장했으나 나머지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이 “진술을 들어봐야 한다”고 주장해 이렇게 결정됐다. 소위는 다음달 6일 의견진술을 들은 뒤 전체회의 회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방심위 자문기구인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회는 지난 1일 해당 보도에 대해 ‘왜곡 보도’ 등을 이유로 중징계 의견을 낸 바 있다.
청와대 추천으로 임명된 함귀용 위원은 소위에서 “보도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문 후보자를 친일파로 결론냈다. (한국방송이) 영상을 교묘하게 편집해 역사관을 매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관계자 의견진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같은 여당 추천 고대석 위원도 “한 시간짜리 강연의 일부분만을 발췌했다. 교회 발언 내용 자체가 심하게 왜곡된 것 아닌가”라며 같은 의견을 냈다.
야당 추천의 박신서·장낙인 위원은 “공직 후보자의 철학이나 역사인식을 검증하는 것이 언론의 자세”라면서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김성묵 위원장(여당 추천)이 “처음 뉴스를 보고 (문 후보자가) 변명하기 힘들겠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후 동영상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나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란 생각에 의견진술을 들어 판단해야겠다”고 여당 위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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