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본사 회의실에서 <한겨레> 경제면 기사를 주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경제면 점검
국내 신문 시장에서 흔히 “<한겨레>는 다른 신문에 비해 정치 및 사회 기사에 특히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경제 지면 또한, 강점인지 여부와는 별도로 다른 종합일간지에 견줘 차별화된 보도 내용과 태도,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겨레 경제면은 읽기에 어렵고 딱딱하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열린편집위원회 토론회의는 한겨레 경제 지면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여러 열린편집위원들은 “한겨레가 경제 이슈에 대한 관점과 입장을 더욱 분명하고 확실하게 가질 필요가 있으나 그 내용을 독자에게 충분히 친절하고 가독성 있게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경제 쪽 연재물 ‘소득주도 성장’과 ‘주력산업이 흔들린다’는 시의적절한 의제설정과 좋은 기획이었으나 ‘주력산업~’의 경우 대안이나 돌파구 제시에서는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업체와의 연관성 의혹이 있는 차량 시승기 기사와 특정 상품 소개 기사를 꼭 실어야 하느냐는 비판도 나왔다. 한겨레 기사들에서 제목이 대체로 너무 길고 물음표가 많아 눈길을 잡아끌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8월12일 조은 위원장의 사회로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6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3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4차 회의 내용을 정리해 지상 중계한다.
■ 소득주도성장 기획 시의적절…낯설고 어려운 기사도 많아
조은 위원장 다른 신문에 비해 한겨레가 차별화해 만드는 지면 중 하나가 경제 지면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토론회의는 경제 기사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눠보자.
김상영 부사장 지난 한달간 경제 분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팀이 들어서 새 경제 정책을 발표하고, 한겨레가 때맞춰 기획한 ‘이제는 소득주도 성장이다’ 시리즈(7월14~22일치)다. 최 부총리의 말대로라면 기업과 수출 주도의 경제발전사에서 탈피해 내수 주도로 경제를 바꾸려는 경제 정책의 일대 전환이 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리즈는 시의적절했고 새 경제팀이 정책을 발표하기 직전에 보도해 타이밍도 좋았다. 다만 한겨레는 임금을 올리자는 쪽으로 보도 방향을 설정한 반면, 부총리는 배당과 투자 유도를 더 강조해 엇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럼에도 소득주도 성장이란 말을 부총리가 꺼낸 바 있고, 한겨레가 시리즈에서 제기하고 주장한 내용과 유사한 대목들이 새 경제팀에서 내놓은 정책 방안에 꽤 들어 있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가 입장 정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최 부총리가 막상 정책을 내놓자 관련 기사는 대부분 비판하는 쪽으로 나왔고, 제목도 비판 위주로 달았다. 물론 언론이 늘 감시·견제 역할을 해야 하지만, 경제부총리가 소득주도 성장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면 오히려 밀어주면서 끌어가는 보도를 할 필요도 있다.
어려운 정책기사 쉽게 풀어썼으면
‘효성 조현문’ 기사 ‘가십성’ 벗어나 조은 새 기획으로 치고 나선 소득주도 성장론은 한겨레가 그동안 경제 기사에서 지향해온 일관된 기조를 잘 밀고 나간 연재물이다. 최경환 경제팀이 비록 같은 방향으로 잡았더라도 실제로 내놓은 정책들이 그런 기조에 부합하는지는 비판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소득주도 성장 기획이 첫회부터 전체 기조를 ‘위기의 한국경제’라는 타이틀로 잘 잡았다. 김재영 교수 소득주도 성장 시리즈는 시의적절하고 구성도 짜임새 있고 내용도 밀도가 있었다. 진보언론이 먼저 치고 나가는 의제 선점 효과도 있었다. 8월 들어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 이후에도 계속 소득주도 성장이란 논점을 견지하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끌어간 점도 좋다. 다만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다음날(8월7일) 2개 면에 걸쳐 관련 정보를 담았는데 세법개정안에 대한 전체적인 문제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관련 기사는 이번 개정안이 개인과 기업에 끼치는 영향을 개별적으로 지나치게 많이 다뤄 따라 읽기가 벅찼고 무슨 얘기를 하고자 하는 건지 파악하기 혼란스러웠다. 이날 1면 기사 제목을 ‘과다 사내유보금 10% 추가 과세’로 밋밋하게 뽑은 반면, 9면 해설 기사는 ‘사내보유금 과세 사실상 말뿐’이라는 내용이었다. 두 기사가 서로 엇박자를 낸 셈인데 기사 배치를 바꾸는 게 나았겠다. 1면에 스트레이트를 넣고 해설은 뒤로 빼는, 전형적인 ‘착한 편집’에서 탈피해 좀더 과감하게 해설 기사를 앞으로 전진배치해 치고 나갈 필요가 있었다. 특히 그 다음날치에 관련 기사로 실린 ‘유보금 과세부담 큰 격차, 삼성과 현대차 희비 교차’ 기사는 유보금 과세 문제를 단순히 기업간 형평성 차원으로 축소시키고 말았다. 부미경 전 발행인 소득주도 성장 관련 기사 꼭지들 중에서 정부 정책을 설명하는 대목을 열심히 읽어보면 소득이 주도하는 한국 경제 성장 패턴이 구체화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흔히 그런 기사 끝부분엔 전문가의 코멘트를 붙여 “실효성이 떨어진다” “더 지켜봐야 한다” “겉포장일 수 있다”는 점을 함께 달아놓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을 헷갈리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최경환 부총리의 정책을 진단하는 톤도 다소 오락가락하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 7월17일치 1면에 ‘최경환, “기업성과 가계로 이어져야”…경제정책 변화 예고’를 실었다. 새 경제팀이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목적으로 주택시장과 증시가 살아날 것 같은 쇼를 했다는 비판이 있는데 그런 비판적 성찰은 지면에서 보기 어려웠다. 기업소득 환류 정책이 고소득자의 임금 및 주식배당에나 해당될 뿐 수많은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겐 별 영향이 없다는 점도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 오창익 사무국장 평소 경제면을 잘 읽지 않는 독자로서, 경제 지면은 읽기가 너무 어렵고 딱딱하고 재미없다. 경제면의 콘텐츠가 생각보다 다양하긴 하다. 하지만 불필요하다고 여길 정도로 낯설고 어려운 기사가 꽤 많다. 경제 정책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내용을 좀더 이해하고 알기 쉽게 독자한테 전달해야 하는데 경제면 기사는 지나치게 어렵게 씌어 있다. 역부족을 느낄 정도다. ■ ‘효성 조현문’ 재벌문제 신선한 접근…정보 담은 기사 별로 없어 김상영 신문은 경제 정책 아이템을 다룰 때마다 이 내용을 어떻게 쉽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한다. 세법개정안은 어떻게 쓰더라도 사실 어려운 기사다. 그러나 국민들의 생활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므로 비중있고 깊게, 더불어 친절하게 설명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한겨레의 관련 보도는 일반 사람들이 이번 개정안으로 내년에 당장 자기 세금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독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다. 한겨레 경제 기사들이 대체로 한겨레의 정체성을 지나치게 의식해 주제와 논조가 정해지고 있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사는 크게 부족하다. 어쩌면 한겨레 독자 중에도 ‘돈 되는’ 정보를 담은 기사를 원하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 하루하루 수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을 쳐다보고 있는 게 현실인데 지난 한달간 한겨레 경제면에 주식 관련 기사는 딱 한번에 그쳤다. 김재영 경제 기사의 눈높이는 어디에 맞추는 게 좋을까? 일반 독자에 맞춘다고 해도 경제 기사라는 게 그 특성상 생소하고 낯설기는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일간지 경제면은 일반 독자를 기본으로 삼되 모든 기사를 꼭 거기에 맞출 필요는 없다. 전문가의 눈높이에 맞춘 기사도 병행해 실어야 한다. 한겨레 경제 기사를 읽다 보면 ‘금융감독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식으로 취재원을 익명 처리하는 경우가 과도할 정도로 많아 보인다. 취재에 활용하는 경제전문가 풀도 한겨레에 맞는 몇명으로 제한돼 있는 듯하다. 정체성 의식한듯 정책 비판 치중
주식·절세 ‘돈되는 정보’ 부족해 조은 8월9일치 토요판 커버스토리로 실은 ‘효성가 차남 조현문’ 기사는 재벌의 위기를 다른 측면에서 신선하게 접근한 좋은 기사다. 그동안 경영권을 둘러싼 재벌 형제간 다툼이 흔히 외부 시선 중심의 가십거리로 다뤄져왔는데 이 기사는 재벌이 그 스스로 내파하는 양상을 터뜨려 보여줬다. 이번 기사를 계기로 재벌 3세 문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다각도로 짚어주길 바란다. 이런 경제 기사일수록 좀더 많은 독자들에게 읽힌다. 우리나라 재벌이 시장에서의 제품 경쟁력 측면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큰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짚어달라. 오창익 효성가 기사는 경제 기사도 독자가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스토리 중심으로 풀어 쓸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 기사가 흔히 기업이나 정부 쪽에 초점을 맞춰 작성, 게재되고 있는데 그래서 평범한 자영업자들에겐 경제 지면이 거리감을 준다. 중요한 경제 정책 의제일수록 더욱 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쓰려고 기자들이 노력해달라. 딱딱한 국가 예산이나 세수입 기사도 길거리에서의 교통범칙금 부과 강화와 그에 따른 세수입 사례를 통해 보여주면 더 읽기 쉽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로 관심을 갖고 읽게 될 것이다. 부미경 토요판의 효성 조현문씨 기사 중에 ‘효성캐피탈을 사금고처럼…’이란 제목의 꼭지는 불친절한 것인지, 어쩔 수 없이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으나 사금고화하는 경로에 대한 설명이 이해하기 너무 어려웠다. ‘풋옵션’ 같은 용어도 어렵고 머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 조은 한겨레가 경제 문제에 대한 관점과 입장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가질 필요가 있으나 그 내용은 충분히 친절하고 가독성 있게 전달해야 한다. 8월5일치 경제면에 ‘1조클럽 슈퍼부자 35명’ 기사를 실었다. 단순히 거액의 현금자산을 가진 슈퍼리치가 한국에 몇명이라고 보여주고 만다면 호기심에 편승하는 기사가 되기 십상이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와 연관지어 다뤄야 한다. 중산층이 취약한 한국인데, 슈퍼리치를 단지 선망의 눈으로 황홀하게 쳐다보게 만드는 분위기를 비판하는 기사를 이런 발표 데이터를 바탕 삼아 독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다른 신문들이 다루지 않거나 못 다루는 측면을 한겨레가 차별화해 보여줘야 한다. 덧붙여, 한겨레 기사 제목을 보면 경제 지면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너무 길고 물음표가 많다. 특히 해설 분석기사들이 더욱 그렇다. 물음표를 넣어 독자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듯한데 내가 보기엔 오히려 기사의 논조에 자신감이 좀 부족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과감하게 눈길을 확 끄는 제목으로 잡아낼 필요가 있다. 제목 길고 물음표 많아 아리송
취재원 익명 처리 잦아 거슬려 김재영 기사 제목과 관련해 한가지 더 말하자면, 8월6일치 경제면에 ‘왜곡된 노동시장 개혁해야 잠재성장률 ↑’ 기사가 있다. 얼른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기사 본문에 들어 있는 모든 내용을 다 종합해 담으려 하지 말고 뭔가 구체적인 팩트 하나만 딱 뽑아 올려야 주목도를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8월1일치 ‘한은, “물가 하방리스크 크다” 우려’ 제목엔 ‘하방리스크’ 용어설명을 작은 글씨로 달아주는 친절함이 필요해 보인다. 같은 날 ‘2000달러까지 국외 자유송금’ 제목도 국외 자유송금 허용 한도가 올랐다는 건지 내렸다는 건지 알 수 없게 돼 있다. 조계완 심의위원 한겨레 경제면에 실리는 사진 컷 대부분이 독자적인 사진 뉴스이다. 사진부가 자체적으로 취재한 사진은 거의 없고 연합뉴스 등 통신사 제공 사진인데, 사진 설명을 주의 깊게 챙길 필요가 있다. 별도의 관련 텍스트 기사 없이 사진만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꼭지일수록 사진 속 장면이 담고 있는 경제적 정보를 충실하게 설명에 담아줘야 한다. 8월11일치 경제면 사진 ‘기름값 싸졌네’와 8월4일치 사진 ‘폭락했던 양파값 올랐네’의 경우 왜 싸지고 올랐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어 궁금하고 또 불친절한 느낌을 준다. ■ 차량 시승기 실어야 하나?…환경 문제, 경제 연계해 짚어주길 김재영 생활경제 범주의 기사 중에 광고와 기사와의 경계가 모호한 게 간혹 있다. 8월5일치 ‘28년 만에 새로워진 신라면’, 8월6일치 ‘모바일게임과 삼각김밥·라면이 만났을 때’는 해당 제품의 소비를 은근히 부추기는 듯한데 유연한 기사이면서도 뭔가 필요에 의해 게재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해외 모터쇼에 기자가 참가한 기사나 차량 시승기 기사(8월1일치 ‘그랜저’, 8월8일치 ‘포르셰’)가 관행적으로 실리고 있는데 업체와의 연관성이 높아 보이는 이런 유형의 기사 게재에 대한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는지, 생활정보로서 기사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 싣는 건지 궁금하다. 김영배 경제부장 시승기의 경우 업체와의 연관성이 직접적으로 지면 제작과 연결되고 있는 건 결코 아니다. 예전에 1주일에 한번 자동차만 다루는 경제 지면을 별도로 갖고 있어서 거기서 시승기를 관행적으로 다뤘는데 얼마 전 지면개편할 때 그 지면을 없앴다. 아직 관심을 두는 독자들이 있어서 이번에 넣긴 했는데 좀더 신중히 생각해보겠다. 경제 기사가 어렵고 딱딱하다는 지적들을 해주셨다. 여기엔 경제부 기자들의 역량 문제도 있을 것이고 기사 작성·편집 때의 태도 문제도 있을 것이다. 역량 쪽은 장기적으로 기자들이 공부하면서 보충해야 할 대목이다. 기사를 어렵게 쓰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기사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기자 스스로 충분히 넓고 깊게 이해하지 못한 데 따른 것도 있다. 태도 쪽은 외래어나 한자의 경우 가급적 우리말로 쉽게 쓰려고 노력하겠다. 효성 기사와 소득주도 성장 기획의 경우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준비한 아이템들이다. 취재 기간엔 한계가 있더라도 고민을 오래해 준비한 기사일수록 좋은 콘텐츠가 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는 주식이나 주택시장 기사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사실 그런 기사는 당장 “그래서 가격이 앞으로 오른다는 거냐, 내린다는 거냐”는 반응을 독자들이 흔히 보여 늘 고민하는 주제다. 김상영 ‘주력산업이 흔들린다’ 시리즈(7월14~25일)는 적절한 시점에 점검한 좋은 기획이다. 우리 경제에서 지금 흔들리지 않는 멀쩡한 업종이 없을 정도다. 다만 일곱차례 내보낸 시리즈를 아무리 읽어봐도 돌파구가 뭔지에 대한 답은 찾기 어려웠다. 시리즈 마지막회를 무역협회 부회장 인터뷰로 실었으나 돌파구를 찾아보려고 제대로 고민하지 않은 채 인터뷰로 대충 끝내버린 느낌이었다. 조은 며칠 전 환경단체가 탄소배출권거래제도 도입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최경환 부총리를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새 경제팀이 겉으론 소득주도 성장으로 기조를 바꾸는 듯 보이지만 기존의 대기업 성장 위주의 산업화 정책을 답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환경 문제를 피상적인 한두 사건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경제개발과 환경을 서로 연결지어 특집으로 다뤄달라. 김종철 부문장 7월에 내보낸 소득주도 성장 시리즈나 지난해 연재한 ‘대기업으로 흐르는 나랏돈’ 기획에서처럼 중요한 경제 이슈는 경제면보다는 그 앞쪽 1면이나 종합면에 배치해 우리 사회의 의제로 부각시키려고 노력중이다. 정리/조계완 콘텐츠평가팀 심의위원 kyewan@hani.co.kr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조은, 김상영, 김재영, 부미경, 오창익, 김종철, 김영배, 조계완
제3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 위원(참석자)
<위원장>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사회학)
<사외 위원>
김상영 씨제이(CJ)그룹 부사장(홍보 담당), 김재영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 부미경 은평시민신문 전 발행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효성 조현문’ 기사 ‘가십성’ 벗어나 조은 새 기획으로 치고 나선 소득주도 성장론은 한겨레가 그동안 경제 기사에서 지향해온 일관된 기조를 잘 밀고 나간 연재물이다. 최경환 경제팀이 비록 같은 방향으로 잡았더라도 실제로 내놓은 정책들이 그런 기조에 부합하는지는 비판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소득주도 성장 기획이 첫회부터 전체 기조를 ‘위기의 한국경제’라는 타이틀로 잘 잡았다. 김재영 교수 소득주도 성장 시리즈는 시의적절하고 구성도 짜임새 있고 내용도 밀도가 있었다. 진보언론이 먼저 치고 나가는 의제 선점 효과도 있었다. 8월 들어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 이후에도 계속 소득주도 성장이란 논점을 견지하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끌어간 점도 좋다. 다만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다음날(8월7일) 2개 면에 걸쳐 관련 정보를 담았는데 세법개정안에 대한 전체적인 문제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관련 기사는 이번 개정안이 개인과 기업에 끼치는 영향을 개별적으로 지나치게 많이 다뤄 따라 읽기가 벅찼고 무슨 얘기를 하고자 하는 건지 파악하기 혼란스러웠다. 이날 1면 기사 제목을 ‘과다 사내유보금 10% 추가 과세’로 밋밋하게 뽑은 반면, 9면 해설 기사는 ‘사내보유금 과세 사실상 말뿐’이라는 내용이었다. 두 기사가 서로 엇박자를 낸 셈인데 기사 배치를 바꾸는 게 나았겠다. 1면에 스트레이트를 넣고 해설은 뒤로 빼는, 전형적인 ‘착한 편집’에서 탈피해 좀더 과감하게 해설 기사를 앞으로 전진배치해 치고 나갈 필요가 있었다. 특히 그 다음날치에 관련 기사로 실린 ‘유보금 과세부담 큰 격차, 삼성과 현대차 희비 교차’ 기사는 유보금 과세 문제를 단순히 기업간 형평성 차원으로 축소시키고 말았다. 부미경 전 발행인 소득주도 성장 관련 기사 꼭지들 중에서 정부 정책을 설명하는 대목을 열심히 읽어보면 소득이 주도하는 한국 경제 성장 패턴이 구체화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흔히 그런 기사 끝부분엔 전문가의 코멘트를 붙여 “실효성이 떨어진다” “더 지켜봐야 한다” “겉포장일 수 있다”는 점을 함께 달아놓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을 헷갈리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최경환 부총리의 정책을 진단하는 톤도 다소 오락가락하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 7월17일치 1면에 ‘최경환, “기업성과 가계로 이어져야”…경제정책 변화 예고’를 실었다. 새 경제팀이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목적으로 주택시장과 증시가 살아날 것 같은 쇼를 했다는 비판이 있는데 그런 비판적 성찰은 지면에서 보기 어려웠다. 기업소득 환류 정책이 고소득자의 임금 및 주식배당에나 해당될 뿐 수많은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겐 별 영향이 없다는 점도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 오창익 사무국장 평소 경제면을 잘 읽지 않는 독자로서, 경제 지면은 읽기가 너무 어렵고 딱딱하고 재미없다. 경제면의 콘텐츠가 생각보다 다양하긴 하다. 하지만 불필요하다고 여길 정도로 낯설고 어려운 기사가 꽤 많다. 경제 정책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내용을 좀더 이해하고 알기 쉽게 독자한테 전달해야 하는데 경제면 기사는 지나치게 어렵게 씌어 있다. 역부족을 느낄 정도다. ■ ‘효성 조현문’ 재벌문제 신선한 접근…정보 담은 기사 별로 없어 김상영 신문은 경제 정책 아이템을 다룰 때마다 이 내용을 어떻게 쉽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한다. 세법개정안은 어떻게 쓰더라도 사실 어려운 기사다. 그러나 국민들의 생활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므로 비중있고 깊게, 더불어 친절하게 설명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한겨레의 관련 보도는 일반 사람들이 이번 개정안으로 내년에 당장 자기 세금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독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다. 한겨레 경제 기사들이 대체로 한겨레의 정체성을 지나치게 의식해 주제와 논조가 정해지고 있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사는 크게 부족하다. 어쩌면 한겨레 독자 중에도 ‘돈 되는’ 정보를 담은 기사를 원하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 하루하루 수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을 쳐다보고 있는 게 현실인데 지난 한달간 한겨레 경제면에 주식 관련 기사는 딱 한번에 그쳤다. 김재영 경제 기사의 눈높이는 어디에 맞추는 게 좋을까? 일반 독자에 맞춘다고 해도 경제 기사라는 게 그 특성상 생소하고 낯설기는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일간지 경제면은 일반 독자를 기본으로 삼되 모든 기사를 꼭 거기에 맞출 필요는 없다. 전문가의 눈높이에 맞춘 기사도 병행해 실어야 한다. 한겨레 경제 기사를 읽다 보면 ‘금융감독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식으로 취재원을 익명 처리하는 경우가 과도할 정도로 많아 보인다. 취재에 활용하는 경제전문가 풀도 한겨레에 맞는 몇명으로 제한돼 있는 듯하다. 정체성 의식한듯 정책 비판 치중
주식·절세 ‘돈되는 정보’ 부족해 조은 8월9일치 토요판 커버스토리로 실은 ‘효성가 차남 조현문’ 기사는 재벌의 위기를 다른 측면에서 신선하게 접근한 좋은 기사다. 그동안 경영권을 둘러싼 재벌 형제간 다툼이 흔히 외부 시선 중심의 가십거리로 다뤄져왔는데 이 기사는 재벌이 그 스스로 내파하는 양상을 터뜨려 보여줬다. 이번 기사를 계기로 재벌 3세 문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다각도로 짚어주길 바란다. 이런 경제 기사일수록 좀더 많은 독자들에게 읽힌다. 우리나라 재벌이 시장에서의 제품 경쟁력 측면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큰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짚어달라. 오창익 효성가 기사는 경제 기사도 독자가 더 쉽게 읽을 수 있는 스토리 중심으로 풀어 쓸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 기사가 흔히 기업이나 정부 쪽에 초점을 맞춰 작성, 게재되고 있는데 그래서 평범한 자영업자들에겐 경제 지면이 거리감을 준다. 중요한 경제 정책 의제일수록 더욱 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쓰려고 기자들이 노력해달라. 딱딱한 국가 예산이나 세수입 기사도 길거리에서의 교통범칙금 부과 강화와 그에 따른 세수입 사례를 통해 보여주면 더 읽기 쉽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로 관심을 갖고 읽게 될 것이다. 부미경 토요판의 효성 조현문씨 기사 중에 ‘효성캐피탈을 사금고처럼…’이란 제목의 꼭지는 불친절한 것인지, 어쩔 수 없이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으나 사금고화하는 경로에 대한 설명이 이해하기 너무 어려웠다. ‘풋옵션’ 같은 용어도 어렵고 머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 조은 한겨레가 경제 문제에 대한 관점과 입장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가질 필요가 있으나 그 내용은 충분히 친절하고 가독성 있게 전달해야 한다. 8월5일치 경제면에 ‘1조클럽 슈퍼부자 35명’ 기사를 실었다. 단순히 거액의 현금자산을 가진 슈퍼리치가 한국에 몇명이라고 보여주고 만다면 호기심에 편승하는 기사가 되기 십상이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와 연관지어 다뤄야 한다. 중산층이 취약한 한국인데, 슈퍼리치를 단지 선망의 눈으로 황홀하게 쳐다보게 만드는 분위기를 비판하는 기사를 이런 발표 데이터를 바탕 삼아 독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다른 신문들이 다루지 않거나 못 다루는 측면을 한겨레가 차별화해 보여줘야 한다. 덧붙여, 한겨레 기사 제목을 보면 경제 지면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너무 길고 물음표가 많다. 특히 해설 분석기사들이 더욱 그렇다. 물음표를 넣어 독자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듯한데 내가 보기엔 오히려 기사의 논조에 자신감이 좀 부족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과감하게 눈길을 확 끄는 제목으로 잡아낼 필요가 있다. 제목 길고 물음표 많아 아리송
취재원 익명 처리 잦아 거슬려 김재영 기사 제목과 관련해 한가지 더 말하자면, 8월6일치 경제면에 ‘왜곡된 노동시장 개혁해야 잠재성장률 ↑’ 기사가 있다. 얼른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기사 본문에 들어 있는 모든 내용을 다 종합해 담으려 하지 말고 뭔가 구체적인 팩트 하나만 딱 뽑아 올려야 주목도를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8월1일치 ‘한은, “물가 하방리스크 크다” 우려’ 제목엔 ‘하방리스크’ 용어설명을 작은 글씨로 달아주는 친절함이 필요해 보인다. 같은 날 ‘2000달러까지 국외 자유송금’ 제목도 국외 자유송금 허용 한도가 올랐다는 건지 내렸다는 건지 알 수 없게 돼 있다. 조계완 심의위원 한겨레 경제면에 실리는 사진 컷 대부분이 독자적인 사진 뉴스이다. 사진부가 자체적으로 취재한 사진은 거의 없고 연합뉴스 등 통신사 제공 사진인데, 사진 설명을 주의 깊게 챙길 필요가 있다. 별도의 관련 텍스트 기사 없이 사진만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꼭지일수록 사진 속 장면이 담고 있는 경제적 정보를 충실하게 설명에 담아줘야 한다. 8월11일치 경제면 사진 ‘기름값 싸졌네’와 8월4일치 사진 ‘폭락했던 양파값 올랐네’의 경우 왜 싸지고 올랐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어 궁금하고 또 불친절한 느낌을 준다. ■ 차량 시승기 실어야 하나?…환경 문제, 경제 연계해 짚어주길 김재영 생활경제 범주의 기사 중에 광고와 기사와의 경계가 모호한 게 간혹 있다. 8월5일치 ‘28년 만에 새로워진 신라면’, 8월6일치 ‘모바일게임과 삼각김밥·라면이 만났을 때’는 해당 제품의 소비를 은근히 부추기는 듯한데 유연한 기사이면서도 뭔가 필요에 의해 게재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해외 모터쇼에 기자가 참가한 기사나 차량 시승기 기사(8월1일치 ‘그랜저’, 8월8일치 ‘포르셰’)가 관행적으로 실리고 있는데 업체와의 연관성이 높아 보이는 이런 유형의 기사 게재에 대한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는지, 생활정보로서 기사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 싣는 건지 궁금하다. 김영배 경제부장 시승기의 경우 업체와의 연관성이 직접적으로 지면 제작과 연결되고 있는 건 결코 아니다. 예전에 1주일에 한번 자동차만 다루는 경제 지면을 별도로 갖고 있어서 거기서 시승기를 관행적으로 다뤘는데 얼마 전 지면개편할 때 그 지면을 없앴다. 아직 관심을 두는 독자들이 있어서 이번에 넣긴 했는데 좀더 신중히 생각해보겠다. 경제 기사가 어렵고 딱딱하다는 지적들을 해주셨다. 여기엔 경제부 기자들의 역량 문제도 있을 것이고 기사 작성·편집 때의 태도 문제도 있을 것이다. 역량 쪽은 장기적으로 기자들이 공부하면서 보충해야 할 대목이다. 기사를 어렵게 쓰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기사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기자 스스로 충분히 넓고 깊게 이해하지 못한 데 따른 것도 있다. 태도 쪽은 외래어나 한자의 경우 가급적 우리말로 쉽게 쓰려고 노력하겠다. 효성 기사와 소득주도 성장 기획의 경우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준비한 아이템들이다. 취재 기간엔 한계가 있더라도 고민을 오래해 준비한 기사일수록 좋은 콘텐츠가 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는 주식이나 주택시장 기사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는데, 사실 그런 기사는 당장 “그래서 가격이 앞으로 오른다는 거냐, 내린다는 거냐”는 반응을 독자들이 흔히 보여 늘 고민하는 주제다. 김상영 ‘주력산업이 흔들린다’ 시리즈(7월14~25일)는 적절한 시점에 점검한 좋은 기획이다. 우리 경제에서 지금 흔들리지 않는 멀쩡한 업종이 없을 정도다. 다만 일곱차례 내보낸 시리즈를 아무리 읽어봐도 돌파구가 뭔지에 대한 답은 찾기 어려웠다. 시리즈 마지막회를 무역협회 부회장 인터뷰로 실었으나 돌파구를 찾아보려고 제대로 고민하지 않은 채 인터뷰로 대충 끝내버린 느낌이었다. 조은 며칠 전 환경단체가 탄소배출권거래제도 도입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최경환 부총리를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새 경제팀이 겉으론 소득주도 성장으로 기조를 바꾸는 듯 보이지만 기존의 대기업 성장 위주의 산업화 정책을 답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환경 문제를 피상적인 한두 사건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경제개발과 환경을 서로 연결지어 특집으로 다뤄달라. 김종철 부문장 7월에 내보낸 소득주도 성장 시리즈나 지난해 연재한 ‘대기업으로 흐르는 나랏돈’ 기획에서처럼 중요한 경제 이슈는 경제면보다는 그 앞쪽 1면이나 종합면에 배치해 우리 사회의 의제로 부각시키려고 노력중이다. 정리/조계완 콘텐츠평가팀 심의위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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