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취재기자 45.9% ‘심각한 증상’
유가족 직접 취재한 경우 충격 강도 더 높아
유가족 직접 취재한 경우 충격 강도 더 높아
세월호 참사를 취재했던 기자들 절반이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가족을 직접 취재한 경우 강도가 높았다.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배정근·이미나, 아동복지학부 하은혜 교수 연구팀은 최근 신문사와 방송사 기자 36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여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12일 밝혔다. 조사대상 기자 가운데 45.9%(124명)가 외상후 스트레스로 판정이 가능한 수준의 심각한 증상을 보였다.
특히 세월호 취재기자들은 취재과정에서 매우 격한 감정적 동요를 느꼈는데, 이 가운데 ‘슬픔’이 가장 컸다. 감정 체험을 5점 척도로 분석한 결과 슬픔(4.53), 충격(4.36), 분노(4.27), 연민(4.23), 좌절감(4.06), 죄의식(3.43) 순이었다. 또 취재기자 대부분은 취재 과정서 취재거부(86.3%), 폭언· 욕설(64.1%)과 같은 부정적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공격을 받은 사례(18.9%)도 있었다.
세월호 취재기자들의 외상을 취재 영역별로 비교하면 유가족을 주로 취재한 기자들의 외상 증상이 구조와 수색, 수사, 정부대책 등을 취재한 기자들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충격 정도를 수치화한 사건충격도(IES)에서 유가족을 주로 취재한 기자들의 IES 점수는 27.07점, 구조와 수색 작업을 취재했던 기자들은 21.43점, 정부 대응과 검찰 수사 등을 맡은 비현장 취재그룹 은 25.34점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세월호 취재기자의 외상 증상이 그렇지 않은 기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감정몰입과 부정적 취재경험이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방송학회와 방송기자연합회 주최로 12일 방송회관에서 열리는 ‘재난보도와 트라우마’세미나에서 발표된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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