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만 앙상한 채 가녀린 숨을 겨우 이어가는 극빈국 어린이. 국제구호단체 등에서 보여주는 사진이나 영상물에 흔히 등장하는 모습이다. 도움의 손길이 절실함을 호소하지만, 그 어린이의 인권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봐야 하지 않을까.
아동보호기구들이 15일 이런 고민의 결과를 담아 ‘아동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를 내놨다. 가이드라인에는 △사진 촬영시 촬영 대상 눈높이 맞춰 찍을 것 △촬영 거부 의사를 표현하면 촬영을 중단할 것 △연출하지 말 것 △가명처리를 원칙으로 할 것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지 말 것 등을 꼽았다. 극빈국의 경우뿐 아니라 우리나라 어린이 대상의 취재에도 적용돼야할 원칙인 셈이다.
가이드라인은 또, 아동권리와 관련해 미디어 종사자들이 지켜야할 10가지 기본원칙으로 △아동의 존엄성과 권리존중 △미디어 관계자의 사명과 책무 준수 △아동 및 보호자의 의사 존중 △아동의 사생활 보호 등을 꼽았다. 이밖에 △적절한 촬영환경 보장 △촬영으로 인한 사후 피해 예방 △사실에 기반을 둔 촬영 △아동 및 보호자의 능동적 묘사 △현지 지역 문화 존중 △국내외 협력기관 및 직원 존중 등도 포함했다.
아동인권과 관련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것인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에는 세이브더칠드런,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월드비전, 유니세프, 어린이재단, 프렌드아시아, 코피드 등 아동보호기구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소년 회관에서 ‘국제개발협력과 미디어의 역할’을 제목으로 한 토론회를 열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
단체들은 “취재와 제작과정에서 의도하지 않게 어린이의 권리를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모금방송 등 미디어에 나타나는 외국 어린이들의 고정된 이미지가 개발도상국에 대한 편견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기자, 프로듀서(PD) 등 언론종사자, 비정부기구(NGO) 실무자, 자원봉사자 등 관계자들이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이날 상황별 가이드라인 및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동의서와 서약서 양식, 보도내용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도 함께 만들어 발표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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