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미디어 전망대] 왜 기자가 되었나 / 성한표

등록 2014-09-25 20:09수정 2014-09-25 21:35

성한표 언론인·전<한겨레> 논설주간
성한표 언론인·전<한겨레> 논설주간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환골탈태할 수 있는 다시없는 기회이기도 했다. 참사 직후부터 얼마 동안은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온 국민이 슬픔과 비통함을 쏟아내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대개조’를 강조하고, “진상규명에 유족들의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사고가 난 지 다섯 달 남짓 지난 지금 여론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쪽과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쪽으로 확연히 갈라졌다. 이에 힘입어, 박 대통령의 태도도 180도 달라졌다. 단식을 이어가며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는 유족들의 소망조차 외면했고, 세월호특별법에 대해서도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가이드라인을 집권당 수뇌부에 공개적으로 시달했다.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하나였던 ‘국론’이 둘로 짜개지고, 대통령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는가? 흔히 ‘조중동’이라는 복합명사로 불리는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 계열 신문 대부분과 지상파 방송, 그리고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대부분은 독자들과 시청자들의 ‘세월호 피로감’을 자극하는 보도로 일관했다. 매스컴이 끊임없이 ‘유족들의 요구가 지나치잖아?’ 하는 보도와 해설을 쏟아내자, 유족의 슬픔에 대한 시민들의 뜨겁던 공감이 식어갔다. ‘잔매에 장사 없다’는 속담을 연상시키는 현상이다.

반면에 <한겨레> <경향> 같은 진보적인 신문이나 종합편성채널 중에서도 <제이티비시>(JTBC) 뉴스를 시청하는 사람들, 그리고 인터넷 신문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취지의 뉴스를 접하는 젊은이들은 무책임의 극치를 보이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의식을 더욱 키우게 된다. 하지만 대통령과 정부는 세월호 피로감을 자극하는 보도가 이미 대세를 잡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매스컴이 만들어낸 ‘진실’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하나는 유족들의 요구가 정당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족들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어느 쪽이 바른 언론의 길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언론이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쪽은 권력이다. 유족들의 요구가 원래 정당했다면, 몇 달의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역시 정당하다.

하지만 언론사의 사주와 편집, 보도 쪽 고위 간부들은 권력이 싫어하는 사건은 묵살함으로써, 권력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그런데 세월호 사태는 묵살해도, 그들의 뜻대로 덮어지지 않았다. 이럴 때 언론이 들고 나오는 것이 ‘피로감’이다. 나는 언론 기업의 사주와 고위직 간부를 제외하면, 하급 간부나 일반 기자들은 소속사가 달라도, 비슷한 안목과 태도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럼에도 이들이 만들어 내는 뉴스는 언론사의 입장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데, 그것은 근무하는 언론사 내부의 분위기 때문이다. 이 분위기에 맞춰 이들 스스로 또는 강제로, ‘자기검열’을 하는 것이다.

기자들은 자신이 왜 수많은 직업 가운데 하필 기자직을 선택했는가를 생각해야 할 때다. 과거처럼 지사적인 기자로 되돌아가라는 말은 아니다. 기자도 역시 일을 해서 생활해야 하는 직장인이다. 하지만 ‘기자’와 ‘직장인’이라는 이중적인 신분에서 직장인이 현실의 생존조건이라면, 기자는 긍지다. 기자들은 이 긍지의 힘으로 언론사 내부 분위기를 변화시켜야 한다. 혼자로서는 불가능하지만, 다수가 모이면 큰 힘을 낼 수 있다.

성한표 언론인·전<한겨레> 논설주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영상] 윤 ‘부적절 골프 의혹’ 골프장 직원 신상, 경찰 ‘영장 없이 사찰’ 논란 1.

[영상] 윤 ‘부적절 골프 의혹’ 골프장 직원 신상, 경찰 ‘영장 없이 사찰’ 논란

‘윤 퇴진 집회’에 경찰 이례적 ‘완전진압복’…“과잉진압 준비” 비판 2.

‘윤 퇴진 집회’에 경찰 이례적 ‘완전진압복’…“과잉진압 준비” 비판

이재명 선고 나오자 지지자 기절하기도…구급대도 출동 3.

이재명 선고 나오자 지지자 기절하기도…구급대도 출동

찬성 272명 vs 반대 이준석…‘딥페이크 위장수사 확대’ 국회 표결 4.

찬성 272명 vs 반대 이준석…‘딥페이크 위장수사 확대’ 국회 표결

이재명 ‘선거법 위반’ 1심 징역 1년에 집유 2년...의원직 상실형 5.

이재명 ‘선거법 위반’ 1심 징역 1년에 집유 2년...의원직 상실형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