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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미디어 전망대] 알고리즘과 미디어 / 황용석

등록 2014-11-10 19:40수정 2015-10-27 18:28

컴퓨터는 계산능력을 갖고 있지만, 스스로 판단하거나 해석할 수 없다. 문제를 푸는 절차나 방법을 사람이 제시해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 등의 묶음을 알고리즘이라고 한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검색엔진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알고리즘의 거대한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등 검색엔진이 제공하는 ‘연관검색어 기능’은 이용자들이 입력한 검색어를 바탕으로 확률이 높은 다른 검색어를 추천하는 알고리즘 서비스의 하나이다. 구글의 검색결과, 페이스북의 게시글 및 친구추천 기능, 트위터의 트렌드 서비스 등은 모두 각각 고유한 알고리즘의 결과물이다. 이미 우리는 거대한 알고리즘의 체계 속에 살고 있으며 현대사회는 알고리즘에 의해 조합되는 사회라 부를 수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데까지 알고리즘이 활용되고 있다. 올 한해 언론계의 가장 큰 화두였던 ‘알고리즘 저널리즘’ 또는 ‘로봇 저널리즘’을 떠올려 보자. 지난 3월 <엘에이타임스>는 지진기사 작성을 전문으로 하는 알고리즘인 ‘퀘이크봇’(Quakebot)의 덕을 톡톡히 봤다. 진도 3.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이 시스템이 자동으로 기사와 제목을 작성해 편집국에 등록한다. <가디언>은 지난해부터 로봇저널리즘 실험 차원에서 <더롱굿리드 : 긴 읽을거리>란 타블로이드판 주간지를 찍더니, 지난 4월에는 미국에서 로봇알고리즘이 온라인상의 인기 기사를 편집한 <#오픈001>(24면)이란 무가지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 <보스턴글로브>는 스포츠 기사를, <포브스>는 금융시장 기사를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 생산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가 온라인 공간에서 자유롭게 기사나 서비스를 선택해 읽고 이용하는 것 같지만, 실제는 알고리즘 체계 내부에서 제한된 선택만 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알고리즘이 주는 편익에 자꾸 익숙해지고 있다. 또 알고리즘이 사람이 아닌 컴퓨터 수리모형의 결과라는 막연한 생각에 공정하고 객관적일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정말 알고리즘은 공정하며 조작이 어려울까? 아쉽게도 알고리즘이 상업적 목적에 의해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다는 것은 페이스북의 실험연구에서 이미 드러났다. 2012년 페이스북은 알고리즘을 조작해서 이용자 68만9003명의 게시글에 대해 긍정적(또는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를 조작해서 이용자의 반응을 측정하는 실험을 벌였다. 감정적 반응의 크기를 조정함에 따라 이에 대한 이용자의 반응도 다르게 나타났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감정적 반응이 조작된 것이다. 검색결과의 공정성 역시 의심스럽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구글에 대해 검색 결과 왜곡, 콘텐츠 도용 등과 관련해 조사를 벌인 바 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알고리즘의 결과물이 가져온 권리침해 현상도 빈번하다. 2012년 프랑스 하급심 법원은 구글 연관검색어 추천 서비스로 피해를 입은 한 보험회사에게 구글이 5만유로(약 7500만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이 보험회사의 이름을 검색창에 입력하면 ‘사기꾼’이라는 연관 검색어가 따라붙었다. 구글 쪽은 이에 대해 “이용자들이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컴퓨터 알고리즘의 결과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런 논쟁은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금 내가 선택한 것이 자유로운 의지의 결과물인지를.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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