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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미디어 전망대] 누가 ‘적 만들기’ 부추기나 / 장행훈

등록 2015-01-05 19:56

3년 전 프랑스에서 <적 만들기>란 책이 나왔을 때 화제가 됐다. 원래 ‘적 만들기’는 군사전략적 목적으로 고안해 낸 심리전술이다. 그런데 이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면 엄청난 정치적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을 둘러싸고 토론이 벌어졌다.

실제 ‘적 만들기’는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구성원을 하나로 묶어주는 응집력을 강화해 주는 자극제가 된다. 냉전 때 나온 매카시즘도 미국의 군대나 보수정치인과 보수언론이 적 만들기를 통해 이들이 하나의 집단으로 뭉치는 데 주요한 자극제가 됐다. 그러나 적 만들기는 정치적으로 남용하면 국가와 사회를 분열시킨다. 지배 집단에서 배제된, 생각을 달리하는 시민들을 ‘적’으로 몰아내고, 적으로 낙인이 찍히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 표현의 자유를 주저하는 현상까지 일어날 수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져 대결하고 있는 한국의 특수상황에서 이명박 정부 이후 보수세력의 적 만들기가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 정권과 유착한 보수언론은 보수진영에 대한 비판적 언동을 “종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런 현상은 더 심해졌다.

미디어전문지 <미디어오늘>는 지난달 송년호에서 “종북이라는 말이 ‘정권과 언론의 만능열쇠’가 돼 정권에 불리한 뉴스가 언론매체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는 ‘청와대 → 새누리당 → 검찰 → 경찰 → 언론’으로 이어지는 치밀한 공안몰이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 그 후 나타난 검찰의 공안몰이는 1차적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언론통제 정책과 권언유착의 결과라고 단정했다. 언론이 적 만들기에 앞장을 서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 적 만들기의 마지막 작업은 언론의 몫이다. 적 만들기에서 누구를 적으로 만들지, 적의 이미지를 어떻게 나타낼 것인지 등에 마지막 영향을 미치는 주체가 언론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미국인은 이라크의 후세인을 거의 악마처럼 증오했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처음부터 후세인을 그렇게 미워한 것은 아니었다. 이라크전쟁이 벌어지기 20년 전인 1980년대 초, 이라크가 이란을 공격해 전쟁을 벌일 때 미국은 후세인을 지원했다. 당시 후세인은 미국의 총아였다. 그러나 이라크전 당시 아들 부시 미국 대통령은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감추고 있다고 주장했고, 보수언론 특히 루퍼트 머독의 <폭스뉴스>는 연일 후세인이 알카에다의 후원자라고 보도했다. 이에 후세인은 미국인의 눈에 정말 악마가 돼버렸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1980년대 이래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좋지 않다. 미국과 서방사회는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을 준수하지 않고 핵무기를 몰래 제조하려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핵무기를 갖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왜 핵무기를 제조했냐고 불평하지 않는다. 지금 이라크와 시리아를 무력으로 교란하고 있는 이슬람국가(IS)를 지원하고 있는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이지 이란이 아니다. 알카에다의 빈 라덴을 숨겨주고 보호한 것은 미국의 맹방 파키스탄이지 이란이 아니었다.

이런 예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결국 적을 지목하고 적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은 언론매체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벌어지는 ‘종북 사냥’ 책임의 마지막은 이에 앞장서는 보수언론에 물어야 한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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