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에 대한 조롱 섞인 만평을 게재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무슬림의 테러 공격을 받은 사태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파리 시위에 유럽 각국의 정상들이 참여했다. 표현의 자유와 동의어가 된 “내가 샤를리다”라는 구호와, 다른 종교를 모욕하는 자유까지는 허용할 수 없다는 뜻을 담은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라는 구호가 나란히 등장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견해 차이도 부각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 특히 타인의 종교를 모독하거나 조롱하면 안 된다”고 말하자, 캐머런 영국 총리가 “자유사회에서는 타인의 종교에 대한 공격적 언사도 권리로 인정돼야 한다”고 맞받은 것이다. 여기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까지 도마에 올라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더욱 복잡해졌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샤를리 에브도> 사태에 대해 “프랑스는 표현의 자유를 지킬 것”이라고 말한 뒤, 일부 이슬람국가에서 일어난 프랑스 국기를 불태우는 시위에 대해서는 “국기를 훼손하는 일은 참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타 종교 창시자에 대한 누드 만평이 보장되어야 할 표현의 자유라면, 타국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는 국기 훼손도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되어야 마땅한 것이지만,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스가 허용하는 표현’에만 자유가 보장된다는 이중적인 잣대를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논쟁의 핵심은 ‘표현의 자유’에 특정한 민족 단체나 종교에 대한 증오의 표현이나 조롱까지도 포함되는가 하는 것이다. 만일 타 종교에 대한 조롱까지도 풍자라는 이름으로 표현의 자유에 들어간다면, 폭력 행사를 선동하는 발언이나 음란물까지도 포함되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바로 제기될 수 있고, 이와 유사한 여러 질문이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논쟁을 ‘법’과 ‘양식’이라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두 입장의 충돌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정리가 어렵지 않다. 법의 입장에서 보면, 유럽 각국의 정상들이 거리에 나와, (비록 무슬림 과격파에 대한 비판이 밑바닥에 깔려 있긴 하지만) ‘표현의 자유’의 절대적 가치를 천명한 것은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조차 위협받는 한국인에게는 참 부러운 현상이다. 반면에 양식의 입장에서 보면, 타 종교를 비판하더라도 증오의 표현이나 조롱은 하지 않는 것이 건강한 양식이라는 교황의 말에 수긍이 간다.
파리 시위에 나온 한 시민의 “나는 <샤를리 에브도>의 만화 내용을 지지하지 않지만, 그들이 무엇이든지 표현할 자유는 지지한다”라는 말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 유명한 말을 연상시킨다. “나는 당신이 쓴 글을 혐오한다. 그러나 당신의 생각을 표현할 권리를 당신에게 보장해주기 위해 나는 기꺼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이다.
<샤를리 에브도> 사태가 한국의 언론인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한편으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법적 규제나 테러 공격에 강력하게 저항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언론인 스스로 건강한 양식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누리는 표현의 자유가, 위험부담이 없는 ‘약자’들에 대한 조롱 쪽으로만 치닫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 볼 일이다.
성한표 언론인·전 한겨레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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