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7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올해 방통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발표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사실상 추진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사진 방통위 제공,
‘대통령 공약’ 업무계획서 빠져
방통위 “국회 소관” 나몰라라
11월 한국방송 사장 선출 때도
‘청와대 낙점’ 구도 바뀌지 않아
방통위 “국회 소관” 나몰라라
11월 한국방송 사장 선출 때도
‘청와대 낙점’ 구도 바뀌지 않아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이한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박 대통령의 미디어 부문 대표 공약인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사실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2015년 업무계획’을 발표했으나, 에이(A)4 용지 27쪽 분량의 계획서 가운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내용이 단 한줄도 들어있지 않았다. 앞서 15일 이뤄진 박 대통령에 대한 방통위 업무보고에서도 이 내용이 빠져있었다.
최 위원장도 업무계획 발표 과정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올해 업무계획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추진을) 넣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최 위원장은 “국회에서 (여야가) 타협해 지난해 방송법이 개정됐다. 일단 (개정 방송법을) 시행해 보고 문제점들을 점진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면서 지배구조 문제 누락에 대한 직접적 설명을 피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있어 시험대가 될 <한국방송>(KBS) 새 사장 선출(올해 11월 예정)에 대해, 최 위원장은 “(사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도 있다. 시행해 보면서 추후에 살펴볼 부분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사실상 올해는 지배구조개선 정책을 추진할 의지와 계획이 없음을 밝힌 셈이다. 현재 사장 최종후보 추천권이 있는 한국방송 이사회는 여당과 야당 쪽 추천 이사가 7대 4 구도다. 과반 의결 구조여서 여당 이사 6명만 뜻을 모으면 사장을 선임할 수 있다. 사실상 청와대가 사장을 낙점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이유로 언론단체들은 여야 동수로 이사회 구조를 바꾸거나, 사장 선출 때만이라도 이사들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되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방통위의 새해 업무계획이 문제가 되는 것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박 대통령의 방송통신 부문 핵심공약이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2012년 12월 발표한 제 18대 대선 정책공약집을 보면, “방송은 공공성을 지닌 미디어임에도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 행사로 독립성, 중립성 침해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약속’했다.
방통위는 이에 대해 “국회 소관”이라는 입장이다. 라봉하 방통위 기획조정실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관련 법을 고쳐야 하는 문제로, 국회에서 이미 논의가 끝난 문제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추진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으면서 국회로 공을 떠넘기는 방통위의 행태는 ‘업무 해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대통령 공약사항은 정부기관이 앞장서 국회를 설득하는 것이 맞는데도, 방통위가 국회 탓을 하는 것은 정책추진 의지가 없거나, 청와대 눈치를 본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방통위 올 업무계획에 포함된 수신료 인상은 방송의 공정성 확보가 전제조건이고, 방송 공정성 확보를 위해선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이 급선무다. 이를 빼놓고 수신료 인상만 추진하겠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방통위와 달리 국회는 관련 논의를 재개할 수 있다는 태도다.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는 2013년 11월 활동 종료와 함께 한국방송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 등을 뼈대로 한 최종보고서를 채택했고, 국회는 이듬해 보고서를 반영해 방송법을 개정했다. 다만, 당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관련 핵심 쟁점이었던 ‘공영방송 사장 선출 시 이사회 특별다수제 도입’ 등은 여야 간 이견으로 개정 방송법에 포함되지 못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국회서 논의가 중단된 것은 맞지만, 여든 야든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하면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상임위 소속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제 19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추진하겠다는 것이 야당 의원들 생각이다. 조만간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정책공약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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