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 총량제 도입 문제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한국신문협회 회원 신문사 및 통신사들이 정면충돌 양상을 빚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종편)을 겸영하고 있는 이른바 조중동 그룹이 공세의 선봉에 나서고, 방통위는 말 없이 수비에 전념하고 있는 인상이다. 방통위는 현재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 도입 등을 뼈대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놓은 상태다.
신문과 방송을 막론하고 광고는 언론매체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양식과 같다. 그러므로 언론매체들이 광고 수입에 민감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전적으로 시장논리가 지배하는 신문광고에 관해서는 정부가 직접 개입할 일이 많지 않다. 그러나 방송광고에 관해서는 정부의 정책이 시장질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파의 특수성 때문이다. ‘방송광고 규제’라는 대원칙은, 방송의 공공성과 시장논리를 조화시키는 일일 것이다.
문제는 민주사회에서 방송도 ‘권력’이라는 것이다. 조중동 등이 종편과 함께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정권도 이들을 함부로 하기 어려운 언론 권력이 된다. 언론이 선거 때 정권 창출에 기여한다면 언론 권력은 더욱 강해진다. 영국의 머독이 정부도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초법적 존재가 된 것도, 그가 자신이 소유하는 매체를 이용해서 정권 창출에 기여한 공로(?) 때문이다. 오늘의 조중동과 종편은 머독의 언론 권력과 유사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방송광고 총량제의 경우, 조중동과 유료방송 쪽은 시간대별 칸막이식으로 돼있는 지금의 규제를 풀면 지상파 방송에 광고가 몰릴 것이라면서 반대의 뜻을 명확히 하고 있다. 신문협회는 최근 회원사 공동명의(한겨레·경향 불참)로 낸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한 공개질의’라는 이름의 신문광고를 통해 방통위가 관계부처 및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협의를 했냐고 따져묻기도 했다. 반면, 방통위는 이런 광고 방식은 종편을 비롯한 유료방송이 이미 수년전부터 하고 있는 것으로, 이에 대해 지상파 쪽이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주장해 이제야 형평을 맞춘 것이라고 해명하는 듯 하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이해당사자가 아닌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도 방통위와 견해가 같은 것 같다. 민언련은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 과정에 ‘종편 특혜’의 폐지까지 포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전혀 다른 양쪽의 주장을 듣다 보면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지게 한다.
언론 문제에 관해 여러 의견이 심각하게 대립하면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개입해 해결책을 찾는 수 있다. 영국의 경우가 그렇다. 언론은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의회가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언론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꺼린다. 좋은 일이 아닌 한, 언론 문제에 개입하는 건 본인의 정치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거대 언론사의 사익이 걸린 문제면 더욱 그런 것 같다.
현재 한국 언론자유 수준은 초라하다. 노무현 대통령 때와는 비교가 안 되게 언론자유 순위가 추락했다. 이제 국민의 대표가 모인 국회가 나서 우리 언론이 당면한 심각한 문제를 다룰 국민 대토론회를 주최할 생각은 없는지 제안하고 싶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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