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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미디어 전망대] ‘클라우드법’과 국경없는 정보전 / 황용석

등록 2015-03-09 20:24수정 2015-03-09 20:24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통과된 날 미디어의 모든 관심은 이 법에만 모아졌다. 같은 날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클라우드법)이 국회를 통과한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국가가 주도하는 본격적인 가상 컴퓨팅 환경이 시작된 것이다.

클라우드컴퓨팅은 쉽게 말해 통신망을 통해 다른 사람이 관리하는 하드웨어 등 컴퓨터 자원을 빌려 쓰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인터넷상의 가상 저장공간이 대표적인 예다. 클라우드컴퓨팅을 도입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직접 전산 설비를 구축하지 않고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업무효율성과 비용절감 효과가 크고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용 피시 환경에서는 정보를 저장하고 이를 이용하는 곳이 동일하다. 그러나 클라우드 환경이 되면 자신이 이용하는 정보가 어느 곳, 어느 나라에 저장되는지 모르는 채 이용하게 된다. 말 그대로 떠다니는 구름 속에서 정보를 불러내서 이용하고 저장하는 것이다. 기업이나 이용자의 편리성은 높아지지만, 정보의 보관과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해야하는 상황이 된다. 특히 국경을 넘어 정보가 저장되는 경우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실상 통제가 어렵다.

클라우드컴퓨팅 산업은 네트워크 산업으로 자연독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많아 다국적 기업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지금도 이미 전세계의 개인 사용자와 기업의 정보가 특정 국가나 기업의 데이터 저장소에서 광범위하게 관리되고 있다. 클라우드는 이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클라우드가 분산된 네트워크로 효율을 장점으로 하지만, 정보의 저장과 관리는 소수에 집중되는 모순된 현상이 도래하는 것이다.

이미 구글의 검색 점유율이 90%를 넘어선 유럽연합은 유럽인의 디지털 자산이 미국 서버에서 관리되는 것에 대한 반발과 우려가 커지면서 다양한 규제책을 제시하고 있다. 2011년 2월 개최된 유럽연합 법집행추진회의에서는 유럽 대륙과 다른 지역(미국)의 네트워크를 분리하는 솅겐 클라우드(Schengen Cloud)가 제안된 바 있다.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유럽연합의 시민과 고위 지도자까지 불법 감시하는 것이 밝혀지면서 유럽은 유럽연합 국가들 내 온라인 콘텐츠 및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보안통제를 목적으로 솅겐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더 구체화시키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정부는 지난 2월 열린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으며, 독일 최대 통신사인 도이체텔레콤은 미국에 있는 데이터센터에 유럽 기업들이 데이터를 저장하도록 한 유럽연합과 미국 간의 협약을 폐지하라고까지 주장한다.

물론, 미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솅겐 클라우드’가 유럽 사업자를 지키려는 보호무역주의의 일환이라며, 이런 폐쇄적 접근이 정보통신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클라우드컴퓨팅 시장을 두고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새 법의 제정으로 국내외 기업들은 시장의 보호와 개척을 두고 본격적으로 경쟁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정보가 어디에 저장되고, 어떻게 관리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논의가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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