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 회 신문의 날(4월7일)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일제 36년의 질곡에서 해방된 광복 70주년의 뜻 깊은 해에 맞는 신문의 날이기에 그 의미가 예사로울 수 없다.
우리는 오랫동안 일제 하에서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라는 민족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직접 확인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언론을 잘 아는 지명관 원로교수는 2000년에 출판된 <한국언론 바로보기 100년>이라는 책 서문에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지난날의 신문들을 자기네 자료실 깊숙이 보물처럼 가두어두고, 왜 원하는 시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그 신문사가 공언해온 글들을 무슨 비밀이나 된 것처럼 국민의 눈에서 언제까지 가려놓고 있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신 치하에서 언론자유투쟁을 벌이다 1975년 3월 신문사에서 강제로 쫓겨나 40년째 언론투쟁을 벌이고 있는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가 지난 연말 발행한 <조선일보 대해부> 5권과 <동아일보 대해부> 5권을 읽어보면 지명관 교수의 의문에 대한 답이 나온다. 조선, 동아 94년동안의 신문을 일일이 검색하고 해부한 두 총서는 ‘민족지’라고 선전해온 두 신문이 창간 초기를 제외하곤 일제의 한반도 강점을 정당화하고 일본 ‘천황’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글들을 ‘대문짝만하게’ 보도해온 사실들을 ‘대해부’하고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낸 신문을 어떻게 시민에게 떳떳이 공개할 수 있겠는가?
<대해부> 총서는 두 신문이 친일신문이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수립 이후에도 박정희의 유신정권과 광주민주화 의거를 학살로 진압한 전두환 정권에 아첨하고 독재자 전두환을 영웅화한 사실들을 고발하고 있다. 신문이 진실을 감추고 왜곡한 사실들을 비판 고발한 최초의 연구서다.
한국 언론이 국가의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를 전면 부정할 수는 없다, 4·19학생혁명의 성공에는 동아와 한국 등 언론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그 이후에도 언론인들이 처음부터 독재와 유착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주의 영리 위주 경영과 편집 간부들의 권력지향이 언론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들은 정권의 하수인이 됨으로써, 언론을 타락시킴으로써, 경제적으로 이익을 얻고 ‘좋은 자리’를 보상받았다. 비난을 받아야 할 행동이 보상을 받는 부도덕한 ‘문화’가 언론계를 오염시켰다.
프랑스는 달랐다. 나치 점령기간에 적에게 부역한 신문사는 제호와 재산을 몰수당했다. 부역을 거부해서 해방 후에도 전쟁 전의 제호를 유지할 수 있었던 신문은 <피가로> 하나밖에 없다. 기자들의 프레스(기자)카드 발급 위원회는 나치에 부역한 언론인들에게는 프레스카드를 발급해 주지 않았다. 부역 정도에 따라 기자로 복귀하는데 기간을 제한했다. 우리도 해방 후 친일언론을 단죄하고 박정희·전두환 정권 독재 후 권력 해바라기형 기자들을 퇴출시켰더라면 언론풍토가 지금처럼 오염되고 민주화가 후퇴하는, 불행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3월 프랑스 언론은 프레스카드 도입(1935년3월) 80주년을 기념했다. 언론사주 대표 8명과 기자노조 대표 8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카드발급 자격을 심사하는 민주적 자정기구다. 유신시대 프레스카드와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 언론사주와 기자들이 언론정신과 역할을 잃어버린 것 같은 한국의 언론정화를 위해 우리도 프랑스식 프레스카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어떤가?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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