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해 “노무현 대통령을 종북이라고 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이석우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신설 공공기관인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초대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공정성이 중요한 방송 관련 기관의 이사장으로 적합지 않은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1일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에 이석우 전 국무총리비서실장을 임명하고, 비상임 이사에 김상근 김연화 신용헌 정진우 최경진, 비상임 감사에 박근학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사장 임기는 3년, 비상임이사와 감사의 임기는 2년이다. 이번달 안으로 출범할 예정인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전국 5개 지역에서 운영 중인 시청자미디어센터의 지원 및 관리, 시청자 제작방송프로그램의 지원, 장애인 방송 제작 지원 등 시청자 권익증진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고 방통위는 설명했다.
이석우 이사장은 <연합통신>(현재 <연합뉴스>), <세계일보>, <평화방송> 등을 거친 기자 출신으로,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국무총리 비서실 공보실장으로, 그 뒤 지난 2월까지 국무총리 비서실 실장으로 일했다. 지난달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이사장 공모절차가 진행될 당시, 이미 이씨가 이사장에 내정됐다는 설이 흘러나오면서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는데 결국 내정설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이 이사장은 ‘정치평론가’로 일하던 2013년 5월 <제이티비시>(JTBC)의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을) 종북이라고 보는 사람이 일부 있지, 저도 종북이라고 보지는 않는데, 결과적으로는 종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논란이 일자 이 이사장은 해당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 이사장이 임명되자, 야당추천 방통위 상임위원인 고삼석·김재홍 위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 이사장은) 종편 출연자로 활동하면서 특정 이념과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편향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지난 1년간 국무총리 공보실장과 비서실장으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에 있었다”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으로서 요구되는 전문성은 물론,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갖추지 못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설립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이사장 내정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이날 성명을 내어 “이른바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며 드러낸 정치적 편향성은 그가 전문성이 있다 해도, 중립성을 지켜야 할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에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인물임을 증명한다”며 “(문제 발언으로) 종편에서조차 하차한 인물이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에 가당키나 한가. 방통위는 지금이라도 이석우씨 임명을 철회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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