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7층 편집국 스튜디오에서 정치부 성한용 선임기자와 임석규 기자가 진행하는 ‘정치토크 돌직구’ 녹화가 한창이다. 오른쪽 사진은 <한겨레TV> 프로그램인 ‘컬처비평: 잉여싸롱’, ‘김어준의 파파이스’, ‘불타는 감자’(위부터).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지난 11일 오전 10시50분께,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7층 편집국 한켠이 분주하다. 환하게 밝힌 조명 아래에서 정치부 성한용 선임기자와 임석규 기자가 방송원고를 손에 쥔 채 속사포처럼 말을 주고받는다. 매주 두 차례 시청자와 만나는 <한겨레티브이>의 간판 프로그램 <정치토크 돌직구> 녹화 10분 전이다.
“어떻게 정치를 시작했는지 묻고, 바로 현안으로….”
“순서를 뭐, 뭐로?”
“여야관계부터!”
“그다음 공무원연금을 해볼까요?”
“당청관계도 해야겠네.”
오전 10시58분, 녹화 2분 전이다. “3번 카메라, 살짝만 줌아웃 해 주시고. 오디오 테스트 해주세요.” 김도성 피디의 말에 연출부가 한 몸처럼 움직인다. “1번 틸업, 조금만.” 이윽고 ‘큐’ 사인을 받은 임 기자가 입을 열었다. 정각 11시, 녹화 시작이다. “새누리당 비례대표시죠, 민현주 원내대변인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녹화는 물 흐르듯 이어졌다. 민 대변인의 정계 입문 사연에 이어 여야관계를 거쳐,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당청관계까지 막힘이 없었다. 언론 경력 31년차 성 선임기자와 24년차 임 기자의 ‘반세기 공력’이 만들어낸 질문이 돌직구처럼 꽂혔다. 11시29분께, 녹화를 마친 민 대변인은 “재선을 하거나, 대변인을 그만두면 다시 출연해 하고 싶은 얘기 다 하겠다”며 웃었다. “대변인이 언론의 자유가 없죠.” 성 선임기자가 무심하게 받는다.
<정치토크 돌직구>는 지난해 8월20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여야 정치인과 <한겨레> 현장기자가 출연해 정치권 소식과 이슈를 추적·분석하는 이 프로그램은 일반 시청자뿐 아니라 여의도 정가 안팎에서 빼놓지 않고 챙겨 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올해 1월부터 주 2회로 증편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동 진행자인 성 선임기자는 <한겨레티브이> 개국 초기부터 각종 프로그램 진행을 도맡아왔다.
그는 “신문 독자와 방송 시청자, 인터넷 수용자는 기본적으로 같은 사람”이라며 “활자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해설기사를 읽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 정치인과 일선 기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싶다는 욕구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쓰는 사람이 말하는 것을 독자와 수용자가 원한다면, 기자들이 말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는 ‘신뢰도 1위 <한겨레>의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겠다’는 <한겨레티브이>의 지향점과 고스란히 맞닿아 있다. 2007년부터 2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창간 21주년을 맞은 2009년 5월15일 개국한 <한겨레티브이>는 유튜브를 기반으로 웹방송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한겨레티브이>의 유튜브 채널은 누적 영상 조회수가 6000만회를 넘어섰고, 자발적인 채널 구독자도 12만명에 이른다. 유튜브 순위 조사 사이트 ‘비드스태츠엑스’(vidstatsx.com)에서 국내 언론사 및 뉴스 채널로는 드물게 한국 순위 100위권 안을 오르내린다. 공중파는 물론 종합편성채널에 진보의 목소리를 내는 방송 매체가 아예 없는 상황에서 <한겨레티브이>는 명실상부 ‘대안 방송’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한겨레티브이>의 성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시사탐사쇼: 김어준의 파파이스>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서울 대학로 ‘벙커1’에서 3시간가량 공개녹화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평균 150명의 방청객이 몰린다. <김어준의 파파이스>는 편집을 거쳐 매주 금요일 밤 11시께 유튜브와 <한겨레티브이> 누리집, 다음 티브이팟, 팟캐스트인 아이튠스와 팟빵을 통해 일제히 공개된다.
공개방송의 열기는 디지털 공간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지난해 6월 팟캐스트 버전 출시 뒤 <김어준의 파파이스>는 아이튠스 팟캐스트 순위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 조회수와 팟캐스트 다운로드를 고려하면, 회당 평균 약 100만명이 보거나 듣고 있다. 지난달 17일 업로드된 ‘세월호 특집편’(제46회)을 보면, 유튜브 조회수가 16만4000여회에 이른다. 팟캐스트는 오디오와 비디오 버전을 합해 다운로드가 87만회를 돌파했다. 누리꾼들과의 소통지수로 평가되는 ‘좋아요’는 944개가 넘었고, 영상을 공유한 횟수는 700건에 이르렀다. 240개가 넘는 댓글을 통해 시청자들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의 문제점을 두고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말 그대로 ‘시사 난장’이 열린 셈이다.
이런 인기를 등에 업고 <김어준의 파파이스>는 상품 광고와 간접광고를 유치하는 등 웹방송으로는 드물게 수익모델까지 마련했다. 팟캐스트 포털 팟빵의 이유석 대리는 “청취자 조사를 해보면 어떤 팟캐스트를 들을 것인지 선정하는 기준으로, 운영자가 누구인지를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파이스>도 운영자인 한겨레의 신뢰도가 청취자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웹방송으로서 인지도와 신뢰도를 확보한 <한겨레티브이>는 ‘한겨레식 콘텐츠’를 더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전진배치하고 있다. 서정민 기자와 이승한·김선영 티브이평론가가 진행하는 <컬처비평: 잉여싸롱>은 이달 말로 방송 2주년을 맞는다. <한겨레> 기자와 필자로 진행자를 꾸려 드라마·영화·음악 등 대중문화 전반을 놓고 수다를 풀어내는 이 프로그램은 ‘한겨레 문화 콘텐츠의 영상화’를 대표한다. 특히 댓글과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시청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면서 이른바 ‘잉싸족’이란 고정팬층까지 생겼을 정도다.
지난 3월6일 첫 방송을 내보낸 <법조예능: 불타는 감자>는 <한겨레티브이>의 최신작이다. 법원·검찰 등 법조계 안팎의 소식은 물론 법률을 둘러싼 각종 사회 현안을 예능 형태로 풀어내는 프로그램이다. 연출을 맡은 이규호 피디는 “뜨거운 감자 수준을 넘은 불타는 현안을 다루겠다는 뜻에서 <불타는 감자>란 제목을 선택했다”며 “법 관련 뉴스라는 딱딱한 주제에 예능이란 ‘당의정’을 입혀 시청자들과 편안하게 만나겠다는 뜻으로 ‘법조예능’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겨레를 만나는 색다른 방식’, 6살 <한겨레티브이>의 도전은 계속된다.
박종찬 기자
pj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