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연합뉴스 사옥.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박노황 사장 취임 이후 편집권 보장 장치(편집총국장제) 폐지로 내부 갈등이 일었던 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이번에는 사원 인사를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전임 노동조합 간부 등을 사전 협의 없이 지방으로 발령내, ‘보복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연합뉴스는 지난 15일 저녁 29명의 사원 인사 결과를 내부에 알렸다. 회사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고참 기자들이 이번 인사에 포함돼, 지방으로 발령을 받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연합뉴스 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고 “보복 인사”라며 반발했다. 노조는 2012년 노조위원장을 지냈던 공병설 기자, 2010년 노조 공정보도위원회(공보위) 간사를 맡았던 이주영 기자가 지방으로 발령을 받은 것을 ‘보복 인사’의 단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
노조는 성명에서 “지방 발령 인사의 원칙을 묻는 노조의 질의에 회사 측은 인사권만 들이대며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특히 이날 인사에서 공병설 전 노조위원장이 포함된 것에 우리는 충격적이고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누가 봐도 2012년 파업을 주도한 데 대한 부당하고 치졸한 보복인사”라고 주장했다. 공 기자는 2012년 당시 노조위원장으로서 회사에 ‘공정보도’를 요구하는 103일 파업을 주도했으며, 그 뒤 회사로부터 정직 등의 중징계까지 받았다.
이주영 전 공보위 간사를 지방으로 발령낸 조처에 대해서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인사권을 앞세워 사실상 징계의 칼을 휘두르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주영 기자는 2010년 노조 공보위 간사를 맡아,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편집위원회’ 안에서 공정보도 감시 활동 등을 벌인 바 있다. 공병설 기자는 당시 기자협회 연합뉴스지부장으로 이주영 기자와 함께 노조쪽 편집위원이었다. 당시 박노황 사장은 편집국장이었다. 편집총국장 대신 만들어진 콘텐츠융합담당 상무이사직을 맡고 있는 조복래 상무이사는 정치부장이었고, 둘 다 회사쪽 편집위원이었다.
노조는 이번에 갑자기 고참급 기자들을 지방으로 발령낸 조처가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희망퇴직’과 연결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박노황 사장이 최근 비상경영 방침을 내세우며 희망퇴직을 시행키로 했는데, “희망퇴직은 사실상 정리해고 수순으로 의심되며,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이들을 대거 지방으로 발령한 것은 노골적인 희망퇴직 신청 압박”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지방으로 발령이 나면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옮겨야 하는데도 당사자와 사전 협의조차 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사장 취임 뒤 편집총국장 제도 폐지, 비상경영 방침 선포 등으로 갈수록 고조되던 연합뉴스의 내홍은 이번 인사 조처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성명에서 “편집권 독립 제도를 무력화하고 인사 폭거를 자행한 사장에 맞서 조합원들의 총의를 모아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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