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시청률을 대체하는 이른바 ‘통합시청률’ 개발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적극 나서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시청 방식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현 시청률은 집에 있는 텔레비전 수상기를 통해 본방송이나 재방송을 실시간으로 본 가구만의 비율을 잰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통합시청률은 고정된 수상기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노트북 컴퓨터 등 이동형 단말은 물론 피시(PC)에서 시청한 것도 ‘통합’해 잰다. 아울러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에 다시보기 하는 비실시간 브이오디(VOD)도 측정 대상이다.
고정형·실시간 시청만을 재는 현 시청률은 세대별 시청 현실을 왜곡해 보여준다. 이동형과 비실시간 시청으로 옮아가고 있는 젊은 층을 빠뜨리기 때문이다. 인구 비중이 늘고 있는 고령층은 주로 고정형·실시간 시청을 하므로 시청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높아진다. 지상파 전체 시청량 중 절반이 50대 이상이고, 종합편성 채널은 이들 비중이 70%를 넘는다. 매일 아침 출근과 함께 전날의 시청률 집계표를 만나는 제작진은 이들에게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익숙한 것을 더 선호하는 고연령 주시청층에 맞추려다보니 아무래도 문화적 감수성이 제약된다. 텔레비전이 외로운 고령층에게 좋은 친구가 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들을 위해서도, 그리고 세대간 소통을 위해서도 ‘익숙한 것’의 과잉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합시청률은 젊은 취향을 더 반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방통위가 새로 개발하려는 것은 ‘통합시청률’이 아니라 ‘통합시청점유율’이다. 전체 텔레비전 시청량 중 특정 방송사가 차지하는 비율, 즉 기존의 시청점유율을 대신하는 새로운 지표를 만드는 것이다. 시청점유율은 개별 방송사의 그 수치가 30%를 넘지 못하게 해서 독점을 막으려고 잰다. 여기에 이동형·실시간 시청을 새로 더해 개별 방송사의 ‘통합시청점유율’ 값을 구하려다 보면 그 방송사의 개별 프로그램에 대한 ‘통합시청률’(정확히는 통합시청지표)이 먼저 나오게 돼 있다.
그런데 다시보기 비중이 높은 오락과 드라마는 통합시청률이 높게, 실시간으로만 주로 보는 보도와 교양은 그것이 낮게 나오는 문제가 있다. 점유율 산정은 특정 채널의 ‘독점력’을 제어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것을 자사 채널의 ‘성과’로 오해하는 방송사들은 성과 제고에 도움이 안 되는 보도와 교양을 홀대하게 될 우려가 있다. 또한 현행 광고 제도를 그대로 놔두고 통합시청률을 밝혀봐야 방송사가 젊은 취향을 더 반영할 이유가 별로 없다. 젊은 층이 다시보기로 자사 프로그램을 많이 봐서 통합시청률이 올라간다고 해도 지상파 실시간 시청률은 그대로일 것이고, 이에 따라 지상파 광고주들의 프로그램 선택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프로그램에 대해 지상파, 케이블, 온라인 등 여러 플랫폼을 한데 묶어서 광고를 판매하는 방식이 가능하게 법규를 고쳐야 방송사들은 통합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 프로그램을 젊게 바꿀 것이다. 방송사들이 아이피티브이(IPTV) 등 다시보기 서비스 회사들에게 일괄적으로 가입자당 얼마씩 값을 받는 현재의 방식도 바꿔야 한다. 개별 프로그램의 다시보기가 많을수록 그만큼 더 받는 것으로 해야 프로그램 제작진은 통합시청률이 보여주는 실제 시청자 반응을 제작에 투영하게 될 것이다.
사업자마다 이해가 다른 만큼 통합시청률에 대한 이견도 많다. 그러나 현재의 시청률보다 현실을 더 잘 반영하는 측정은 불가피하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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