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황 사장 편집총국장제 폐지
편집인 임면동의투표 없이 앉혀
‘103일 파업’ 집행부 지방 발령도
노조, 간부 4명 집무정지 가처분 내
편집인 임면동의투표 없이 앉혀
‘103일 파업’ 집행부 지방 발령도
노조, 간부 4명 집무정지 가처분 내
편집총국장제 폐지, 비상경영 선포, 일방적인 인사 강행 등으로 <연합뉴스>의 내부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언론계에서는 박노황 사장 체제의 연합뉴스가 김재철 전 사장 체제의 <문화방송>(MBC)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이하 노조)는 이번주 안으로 법원에 회사쪽으로 하여금 단체협약을 이행토록 조처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연합뉴스 노조는 편집총국장 임명 없이 편집국장 직무대행의 인사 발령을 내고 콘텐츠융합담당 상무이사가 편집인을 맡도록 하는 등 지난 3월 회사의 조처가 단협에 명시된 편집총국장제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해왔다. 노조는 원래 지난 4월말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2012년 파업 당시 지도부에 대한 지방 발령 인사를 보류하겠다는 경영진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를 취하한 바 있다.
그러나 회사가 지난 15일 인사에서 2012년 파업을 주도했던 공병설 전 노조위원장과 2010년 노조 공정보도위원회 간사를 지낸 이주영 기자 등의 지방 인사 발령을 단행하자 다시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한 것이다. 이 인사 조처에 대해 연합뉴스의 비교적 젊은 기자들은 기수별로 잇달아 성명을 내는 등 회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고, 보직 간부들은 되레 이를 비판하고 회사를 옹호하는 성명을 내는 등 내부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갈등의 핵심에는 편집총국장제가 있다. 연합뉴스는 불공정 보도 논란이 제기됐던 2012년 ‘103일 파업’이라는 진통을 겪은 뒤 공정보도를 위한 장치로서 편집총국장에 대한 임면동의제를 뼈대로 하는 편집총국장제를 만들고, 이를 단체협약 등에 반영했다. 그러나 신임 박노황 사장은 지난 3월 조복래 전 <연합뉴스티브이> 보도국장을 임명동의 투표 없이 편집인으로 앉히는 등 이 제도를 무력화시켰다. 박 사장은 지난 4월 <기자협회보> 인터뷰에서도 “편집총국장제는 편집권 독립이 아니라 데스크로부터의 독립을 위한 장치” 등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언론계에서는 박 사장의 이 같은 인식과 행보가 과거 김재철 전 문화방송 사장을 떠올리게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전 사장은 취임 뒤 그동안 노사가 마련해뒀던 ‘공정방송협의회’ 등 공정방송 관련 조항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반발을 샀고, 결국 2012년 노조가 파업에 나서는 데 주된 빌미를 제공했다. 최근 문화방송 파업 관련 판결들을 보면, 법원은 대체로 공정방송 관련 제도를 충실히 지키지 않은 김 전 사장에게 당시 방송 파행의 주된 책임을 묻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 역시 편집총국장제가 공정보도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는 점을 강조하며, “회사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편집권이 경영권에 종속되어 뉴스통신의 공정성이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전임 노조 간부들을 지방으로 발령낸 15일 인사 조처에 대해서도 ‘부당전보 취하’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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