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누리집에 올라온 ‘인스턴트 아티클’ 서비스 소개. “콘텐츠 공급자들이 콘텐츠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통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페북, 새 뉴스 서비스 출시 맞춰
광고·통제권 등 언론사 요구 수용
‘도둑 오명’ 구글, 유럽에 펀드 조성
3년간 콘텐츠 개발 등 지원키로
국내는 광고·트래픽 포털 독점체제
‘페북 모델’ 도입땐 관계 바뀔수도
광고·통제권 등 언론사 요구 수용
‘도둑 오명’ 구글, 유럽에 펀드 조성
3년간 콘텐츠 개발 등 지원키로
국내는 광고·트래픽 포털 독점체제
‘페북 모델’ 도입땐 관계 바뀔수도
페이스북이 최근 새로운 뉴스서비스 ‘인스턴트 아티클’을 출시하면서 광고수익 분담, 고객정보 공유 등 콘텐츠 공급자인 언론사들의 목소리를 대폭 수용했다. 유럽에서는 구글이 유럽 언론사들의 디지털 혁신을 돕는 ‘상생’기금 계획을 내놨다. 이런 글로벌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가 국내 뉴스시장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페이스북이 지난 13일부터 시작한 ‘인스턴트 아티클’은 언론사들이 제공하는 뉴스를 페이스북 페이지 안에서 보여주는(인링크 방식) 서비스다. 이전에는 페이스북에 걸린 뉴스링크를 클릭하면 언론사의 누리집으로 연결되는 구조(아웃링크 방식)였다. 현재 미국의 <뉴욕타임스> <내셔널지오그래픽> <버즈피드> <엔비시>(NBC) <애틀란틱> 등이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었고, 영국의 <가디언> <비비시>(BBC), 독일의 <슈피겔> <빌트> 등이 추가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페이스북 ‘뉴스피드’(게시물을 받아보는 공간)에서 ‘인스턴트 아티클’로 제공되는 뉴스를 볼 수 있다. 아직은 아이폰 사용자들에게만 제공된다.
미디어업계에서는 무엇보다 페이스북과 언론사들의 계약조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언론사들은 ‘인스턴트 아티클’에 직접 광고를 붙이면 광고 수익을 100% 가져갈 수 있다. 페이스북에게 광고 영업을 위탁하면 70%를 가져간다. ‘인스턴트 아티클’에서 발생한 모든 트래픽은 해당 언론사의 트래픽으로 합산된다. 페이스북은 언론사들에게 ‘인스턴트 아티클’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 패턴을 알 수 있도록 자세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심지어 언론사들이 각자의 콘텐츠관리시스템(CMS)을 통해 기사를 출고하면, 페이스북이 이를 받아다가 변환해 서비스한다.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에서부터 콘텐츠에 대한 통제권까지 전반적으로 콘텐츠 공급자들에게 유리해 보이는 거래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유럽 언론으로부터 그동안 ‘기사 도둑’이라며 뭇매를 맞아왔던 구글이 유럽 언론들의 디지털 혁신을 돕는 ‘디지털 뉴스 이니셔티브’ 사업을 벌인다고 발표했다. ‘반독점 위반’ 혐의로 유럽연합(EU)으로부터 제소를 당한 직후의 일이다. 구글이 3년 동안 1억5000만 유로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이 돈으로 유럽 주요 언론사들의 저널리즘 혁신, 콘텐츠 개발 등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와 <가디언>, 스페인의 <엘파이스>, 독일의 <디자이트> 등 8개 언론사가 여기에 참여한다. 유럽 언론들은 지난 몇 년 동안 구글이 ‘구글 뉴스’ 서비스 등에서 별다른 대가를 치르지 않고 언론사들의 헤드라인이나 기사내용을 맘대로 사용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페이스북과 구글의 이같은 행보에는 최근 고조되고 있는 ‘인터넷 거대기업들이 저널리즘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에 맞서, ‘저널리즘의 친구’로서의 이미지를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모바일 중심의 새로운 미디어생태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양질의 콘텐츠 공급자(언론사)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상생’ 제스쳐를 취하는 모양새다.
세계 최대 두 인터넷기업의 이런 행보가 국내 뉴스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큰 뉴스 플랫폼사업자는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업체다. 국내 포털업체들은 대부분 인링크 방식으로 뉴스를 서비스한다. 광고 수익이나 트래픽은 모두 포털업체가 가져간다. 대신 일부 언론사에게는 콘텐츠 제공 댓가로 전재료를 지불한다. 검색이나 ‘뉴스스탠드’(네이버) 등을 통한 기사는 아웃링크 방식으로 제공된다.
만약 페이스북이 국내 언론사들과도 ‘인스턴트 아티클’ 계약을 맺고 페이스북을 통한 뉴스 소비가 확산된다면, 포털업체와 언론사들의 기존 관계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이를테면 언론사들은 포털업체에 페이스북처럼 트래픽을 공유하고 광고수익을 분담하는 등 ‘상생’에 나서라고 요구할 수 있다. 카카오토픽 등 최근 포털에 대항해 새로운 뉴스유통 방식을 시도하고 있는 국내 소셜미디어업체들이 ‘인스턴트 아티클’ 모델을 한발 앞서 수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국내 이용자 규모가 크지 않고, 국내 포털업체들이 언론사 쪽에 전재료 등 이미 ‘당근’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 등에 비추어 국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위근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은 “시장규모 등을 감안했을때, 현재로서는 페이스북이 소수의 글로벌 언론사들과만 인스턴트 아티클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지금은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뉴스 콘텐츠를 끌어오기 위해 언론사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었지만, 현재 미디어생태계에서 강자는 페이스북이나 구글이기 때문에 언제든 계약조건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근본적으로는 페이스북에 뉴스를 제공하는 것이 뉴스 소비의 파편화를 부추기고 언론사 브랜드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