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KBS 제재 취소” 판결
“방송심의 규정 어겼다 보기 어려워”
“방송심의 규정 어겼다 보기 어려워”
국가정보원의 증거 조작으로 간첩으로 몰렸던 유우성(35)씨 사건을 다룬 프로그램으로 방송 심의에서 중징계를 받았던 <한국방송>(KBS)이 제재 조치를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는 5일 한국방송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방송심의 제재조치 취소’ 소송에서 “방통위가 한국방송에 내린 제재조치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3년 9월 방송된 <추적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편이 방송심의 규정을 어겼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에 대한 방통위의 제재 조처 역시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추적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편은 당시 국가정보원의 수사 내용을 근거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사건을 심층적으로 다뤄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방송 두달 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이 프로그램이 ‘공정성’(제9조)과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제11조) 등의 심의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중징계인 ‘경고’를 의결했다. 당시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최종 판결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피고인 입장만 대변했다”는 이유를 들어 강하게 제재를 주장했으나, 언론계에서는 이에 대해 “권력 비판 프로그램을 옥죄는 ‘정치심의’”라며 반발했다.
한국방송 내부에서는 석연찮은 이유로 이 프로그램 방송이 한차례 연기됐다는 점, 사쪽이 한동안 중징계에 대한 재심 청구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정치권력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치심의’ 비판을 받았던 방심위 결정들은 최근 잇따라 뒤집히고 있는 추세다. 지난달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다이빙벨’ 관련 보도로 중징계를 받았던 <제이티비시>(JTBC)의 <뉴스9>이, 올해 1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 박창신 신부를 인터뷰해 중징계를 받았던 <시비에스>(CBS)의 <김현정의 뉴스쇼>가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최원형 서영지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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