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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망대] 이대로 수신료 인상하면 ‘KBS 타락’ 방관하는 것 / 장행훈

등록 2015-06-22 20:30수정 2015-06-22 20:30

<한국방송>(KBS) 수신료 인상 논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시청자가 공영방송의 수신료를 지불하는 것은 공영방송이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보도에 공정성을 지킨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 때처럼 독재정권의 선전 도구로 전락한 방송에 기꺼이 시청료를 낼 국민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는 방송으로 정권 홍보를 일삼으면서 수신료 인상에는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프랑스는 2015년 1월1일부터 시청료를 ‘공영방송에 대한 세금’으로 명칭을 바꾸고 수신료를 세금으로 징수한다. 국가가 국민에게 약속한 사업을 이행하기 위해 징수하는 일종의 목적세다. 그런데 한국의 공영방송은 처음부터 ‘정부 선전’의 도구라는 지탄 대상이 됐다.시청자들이 수신료 인상을 몇십년째 거부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주 방송통신위원회 김재홍 위원(야당 추천)이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케이비에스 수신료 인상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그게 안되면 기존에 국회에 보낸 ‘긍정검토’ 의견에 ‘추가의견’을 넣어 부정적 견해라도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쪽은 이미 2기 방통위가 2014년 케이비에스 이사회의 수신료 인상안에 ‘긍정의견’을 채택해 놓고 이제 와서 다시 재논의하자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공식반응이다. 그러나 김재홍 위원은 2기 방통위가 수신료 인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공정보도’와 ‘자율제작 보장’이라는 선행조건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다. 현재 3기 방통위 수장인 최성준 위원장도 2기 방통위 결정을 재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방통위에서 토의는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다소 융통성을 보이고 있다.

지금 한국의 언론 상황은 비참한 수준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15년도 한국의 언론자유 순위는 180개국 중 60위로 2년 전보다 10위나 추락했다. 미국 프리덤하우스의 지난해 순위는 68위로 전년보다 4위가 더 떨어졌다. 게다가 한국은 여전히 ‘완전 자유국’ 대열에서 밀려나 ‘불완전한 자유국’에 포함된지 벌써 몇년째다. 프리덤하우스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 중 한국의 언론자유가 크게 위축됐고 그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을 절반의 독재국가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부끄러워 해야할 일이다

김재홍 위원은 수신료 인상에 동의한 방통위 보고서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위로 발송된 지 한참 지난 지금에 와서 수신료 인상 재고를 제기하는 이유로 세월호 참사 때 케이비에스가 보여준 오보, 정권을 비호하고 유가족을 모욕하는 불공정 보도, 그에 대한 국민적 저항, 사내 기자들이 스스로를 ‘기레기’(기자 쓰레기)라고 자학하게 된 분위기 확산 등을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 말 없이 시청료 인상에 동의하면 케이비에스의 타락을 방관하고 방조하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이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낙하산 인사로 공영방송을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전락시킨 현재의 상황을 바로잡지 않으면 한국의 방송은 영원히 정권의 하수인 처지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고 한국의 민주주의 장래도 비참해질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권도 눈앞의 정치적 이익에 현혹되지 말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대국적 관점에서 수신료 인상과 공영방송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지혜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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